재벌승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삼성,CJ,현대차 등 현미경 분석

경제개혁연구소(이사회 의장 장하성, 소장 김우찬)가 지난 7월 경부터 작성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보고서를 지난 22일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재벌그룹 경영권 승계에 관한 리포트’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보고서는 삼성, 현대차, CJ, 신세계 등 국내 재벌기업들의 소유권 및 경영권 승계에 관한 모든 과정과 향후 전망을 담고 있다.

보고서의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지분 승계는 계열회사의 지분보유만을 분석했고, 지분가치는 상장회사의 경우 2010년 12월 말의 종가, 비상장 회사는 2011년 6월을 기준으로 공시된 가장 최근의 재무제표상 순자산가액으로 평가했다. 또 지분 투자수익률은 내부수익률 (IRR)의 방식으로, 주식의 매입액과 매각가액, 현재가치, 주식 보유기간 중의 배당액 등을 이용해 계산했으며 거래에 따른 세금은 고려하지 않았다. 매입 또는 매각가액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는 거래가 있었던 연도의 기말 종가 또는 순자산가액을 대신 이용했다.

보고서를 보면 삼성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삼성그룹 지분은 삼성전자(4.12%), 삼성에버랜드(3.72%) 그리고 삼성생명 지분 (20.76%)이다. 주식 가치는 이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중 삼성전자가 4조7,392억 원으로 이 회장이 보유한 총 주식가치의 49%에 이른다. 삼성생명의 주식 가치는 4조2,557억 원으로 그 비중이 44%다.

보고서는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미술관장이 보유한 지분 중 삼성생명 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익법인에 증여세(또는 상속세) 없이 증여할 수 있다”며 “삼성생명의 경우 이미 공익법인들이 9.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증여세 없이 증여 가능한 주식은 0.6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삼성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과거 계열분리를 통해 자식들에게 그룹을 분할 승계했다는 점을 들면서 “이건희 회장 역시 삼성그룹을 자녀 1인에게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이재용 사장 등 자녀 3명에게 분할 승계할 것이고 결국 삼성그룹은 3개의 그룹으로 계열분리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재용 사장 등의 지분 구조와 그룹 내 위치를 기준으로 계열 분리의 방향을 이렇게 짐작했다. 이재용 사장은 전자부문,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등 서비스 부문, 그리고 이서현 부사장은 제일모직 등을 지배하는 방향으로 계열분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 계열사 간의 지분 정리는 관련 법률의 제·개정 속도에 맞추어 진행될 것이며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특히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를 만들고 지주회사를 분할함으로써 계열분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향후 승계 방향

현대차 승계 방향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는 약 6조7,000억 원으로 이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증여·상속할 경우 막대한 세금 부담이 매우 크다. 2010년 말 현재 정 부회장의 보유지분 가치는 약 2조 4,000억 원이다. 따라서 증여·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해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사업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또 보유지분의 현금화를 위해 이 계열사들의 상장 또는 상장사와의 합병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 회장의 그룹 지배권 행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식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지분이다. 이 지분이 상속되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하락한다면 지배주주 일가는 경영권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은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고려할 수 있다. 즉,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으로 정몽구 회장의 지분율을 최대한 확대시킨 후 자녀들에게 증여 또는 상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CJ 경영권 승계 방향

보고서는 이재현 CJ그룹회장으로의 3세 승계가 완료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오히려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씨는 2005년, 아들인 이선호씨는 2006년부터 계열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다.

향후 지분승계를 위해서는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CJ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CJ의 경우 상장회사로 지분변동이 공시되고 공정가격이 존재하는 회사여서 CJ 주식에 대한 편법적인 상속 증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녀들이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41.20%의 CJ주식 전체를 증여받은 뒤 50% 정도의 세율을 적용할 경우, 약 20%의 주식을 증여세로 물납한다면 CJ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지분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따라서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 마련에 편법적인 방법이 동원될 위험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신세계 향후 승계

보고서에 따르면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남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정용진 부회장 및 정유경 부사장에게 상속 또는 증여될 것으로 보이며, 납부세금은 주식으로 물납할 가능성이 크다.

현 상황에서 향후 지분승계 방향을 전망해 본다면 신세계를 비롯한 백화점 사업부문은 정유경 부사장이, 이마트를 비롯한 기타 계열회사들은 정용진 부회장이 지배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주식은 정 부회장에게, 신세계 주식은 정 부사장에게 증여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 경우 정 부회장과 정 부사장이 증여 받은 주식의 50%를 현물로 납부하면 두 사람이 합쳐 신세계 주식과 이마트 주식을 각각 18.48%씩 보유하게 된다.

보고서는 그러나 “신세계 그룹도 정 부회장이 지배하는 그룹과 정 부사장이 지배하는 그룹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 부회장은 최근 신세계(2010년)와 이마트(2011년)의 대표이사로 선임되었으며, 정 부사장은 2009년 신세계의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지난 6월 신세계는 존속회사 신세계와 신설회사 이마트로 인적분할됐다.

이 흐름을 기반으로 유추해보면 이명희 회장은 이마트 등 할인점 사업부문에 대한 경영권은 정 부회장에게, 신세계 등 백화점 사업부문에 대한 경영권은 정 부사장에게 승계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윤지환 jjh@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