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은 곤혹스럽다. 이 대통령은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영광스런 ‘세계지도자상’수락 연설대에 올랐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사상 초유의 한국전력 정전 사태, 저축은행 영업 정지 사태, 대통령의 이름을 판 친인척의 사기 사건, MB‘순장조’로 꼽혔던 김두우 전 홍보수석의 검찰 출두 등 ‘레임덕’을 앞당길 만한 사건들이 잇달아 터졌기 때문이다.

사촌 형과 그의 아들이…

그 중에서도 정권의 도덕성과 관련된 친인척ㆍ측근 비리가 가장 뼈아프다. 수원지검은 건설업자 A씨 등 2명이 이 대통령의 사촌 형인 이모(75)씨와 이씨의 아들 2명을 고소한 사건을 대검찰청으로부터 넘겨받아 수사 중이라고 지난 16일 밝혔다.

A씨는 “이씨가 ‘이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인척을 도와주기 위해 4대강 사업권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말로 3억원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고소장을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고소 내용의 진위 여부를 가린 뒤 3억원의 사용처 등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검찰 수사가 끝나 봐야 진위가 가려지겠지만, 결과를 떠나 친인척이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대통령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친인척ㆍ측근 비리를 대검 중수부가 아닌 수원지검에 맡는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언론을 피하기 위한 ‘계산된’ 배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21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출두했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71 구속기소)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백만원대 고급 일제 골프채 등 1억원 안팎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김 전수석의 피내사자 신분이 피의자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검찰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 자칫 MB정권의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고위인사가 구속되는 불행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차제에 정권 심판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연일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저축은행 사태는 전적으로 이 정권과 청와대의 책임”이라고 포문을 연 뒤 “4대강 사업도 대통령의 사촌 형이 비리에 연루돼 조사를 받는 등 친인척 측근들의 정권 비리로 옮겨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위 동서의 막내동생이…

올해 들어서만 밝혀진 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사건은 2번째. 이 대통령의 손위동서의 막냇동생인 황모(64)씨는 지난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4대강 사업 수주, 공기업 취업 알선 등의 명목으로 3명에게 2,600만원을 받았다. 사건을 수사했던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지난 3월 황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도 거듭된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가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상득 의원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또 “영포목우회(영일ㆍ포항 출신 공무원 친목단체) 창립회장이었던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해 봄 부산저축은행이 금감원과 감사원 조사를 받을 때 부산저축은행 측의 부탁을 받고 영포라인 인맥을 통한 로비를 벌였다”며 거듭 이상득 의원을 겨냥했다.

측근이나 친인척의 비리는 정권의 국정운영 동력 약화로 직결되기에 이 대통령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철학인 ‘공정사회론’도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역대 정권의 친인척ㆍ측근 비리→집권말기 권력누수 현상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아니면 위기를 극복할지 집권 말기에 접어든 현 정권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