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개성공단 방문의 비밀 북 기다렸단 듯 초청장… 단순 실무방문 아닌듯가스관 사업 진척 위해 대북 화해 메시지 전달, '남북정상회담 특사'설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하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로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대북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임진각을 지나 북녘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달 30일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홍 대표는 도라산역에서 "개성공단을 둘러보고 (입주)업체들로부터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를 해결해 공단을 활성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실무방북'을 거듭 강조했다. 북측 관계자와의 정치적 접촉에 대해서는 손을 저었다.

'특별한 미션' 있다?

홍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까? 아니다. 미심쩍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개성공단 방문 형태.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며 이를 국내에 알릴 취재진을 데려가지 않았다. 과거 주요 정치권 인사들이 개성공단 방문 때 대규모 취재진과 함께 간 것과 비교된다. 대신 통일부 관계자 5명을 동행했다. 누가 무슨 이유로 따라 나선 것인지 알려진 게 없다.

홍 대표의 최근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홍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나라당 최고위회의에서 "이번 방문이 남북관계에 일대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바뀌는데 개성공단 활성화만으론 부족하지 않을까? 홍 대표의 방북에 숨겨진 '+α'가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홍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이 단순한 실무방북 이상이라는 것은 북한의 '초청'형식에서 드러난다.

홍 대표측은 9월 23일 북측에 방북의사를 타진한 뒤 나흘 만인 27일 오후 대남 경제협력 창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명의로 "한나라당 대표단 홍준표 선생의 개성공업지구 방문에 동의하며 체류 기간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동의서가 날아왔다고 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그간 초청 관례를 볼 때 집권여당의 대표가 방북하는데 '나흘'만에 초청장이 나올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홍 대표의 방북을 놓고 남북 간에 사전 물밑 작업이 있었다는 얘기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홍 대표의 방북 이유. 북한이 남측 인사를 초청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방북 목적이다. 방북이 새로운 것이 아닌 일상적인 사안일 경우 초청장이 잘 나오지 않는다. 더구나 집권여당의 대표가 방북하는데, 그 목적이 개성공단 입주사 격려 방문이라든지, 남북국회정상화 같은 내용은 북한의 '초청'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 집권여당 대표급 인물이 방북할 정도면 한미 간에 사전 조율 과정을 거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개성공단 입주 업체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으로 끝이라면? 한미 간 조율 대상조차 안된다. 남북한과 미국 등 3국의 공동 관심사가 될 만한 사안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홍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에 특별한 '미션'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가령 그 미션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화해 메시지를 떠올릴 수 있고, 남북정상회담 타진도 가능해 보인다.

'11월 좋은 뉴스' 내용은?

이쯤에서 홍 대표가 지난 8월 29일 한나라당 최고위원 비공개회의에서 "오는 11월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 만한 좋은 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1월 좋은 뉴스' 발언은 홍 대표가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조찬 회동 후 나온 것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시중에는 남북한-러시아 가스관 연결 이야기가 온통 화제여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홍 대표의 '11월 좋은 뉴스'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러시아 가스관 사업에 눈에 띄는 진전이 있으려면 몇 년은 걸릴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핵심당국자도 "남북한-러시아 가스관 연결사업에 관한 김정일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도 원칙적인 필요성만 합의한 것"이라며 "남북 간 신뢰가 없이는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사업 논의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남북한-러시아간 가스관 연결 사업을 위해서라도 남북한간에는 기존의 얼어붙은 관계를 녹일 모종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 결단이 '11월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 만한 좋은 뉴스'로 연결되고,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몇 가지 남북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남북정상회담설'까지 가능하다. 홍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과 관련,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대통령 특사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성급한 이들은 '11월 발표-내년 2월께 회담'이라는 시나리오마저 내놓는 현실이다.

남북한의 정치 시계상 '남북정상회담'은 양측 모두에게 필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기는 올해 말과 내년 초 뿐이다. 북한 역시 내년 강성대국 건설을 앞두고 남측의 지원이 절실하다.

홍 대표 발 '11월 좋은 뉴스'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