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급 300야드 장타2언더파 70타 프로 수준골프와 씨름은 곧 인생

"천하장사도 한 번 더 해보고 싶고, 홀인원도 하고 싶어요."

천하장사 씨름 선수 출신인 이만기(48) 인제대 교수는 알아주는 골프 실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씨름도 중요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천하장사 한 번 하고 싶냐, 골프 홀인원 한 번 하고 싶냐.'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둘 다 하고 싶단다. "홀인원은 가능하겠지만 천하장사는 힘들지 않겠냐"는 질문에 "못할 것도 없다"라고 한다. 나이로 볼 때 자만심 아니냐 싶었다. 결과는 그의 씨름에 대한 열정이었다. 이만기와 강호동이 씨름을 위해 뭔가는 한 번쯤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달 26일부터 부산일보에 <천하장사 이만기 인생은 씨름이다>를 연재중이다. 첫 회에서 그는 강호동과의 인연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강호동이 탈세 논란으로 마음 고생이 심한 것 같아 전화를 통해 후배를 챙기는 자상한 면도 보였다. "호동씨 마음 고생 심하제?", "아닙니다. 행님 괜찮습니다.", "니가 깨끗하게 승복 잘했다. 구태의연하게 변명했으면 니가 더 죽었을끼다.", "행님도 그래 생각하지예?", "잘했다. 니가 영 죽지는 않을끼다. 국민들이 더 좋은 모습 기대 안하겠나."라고 위로했다.

1박2일에 출연해 강호동과 씨름대결을 펼치기도 한 이 교수는 "수근이는 힘이 좋았다. 승기는 말 그대로 허당이고. 그날 초등학교 씨름 선수들이 먹은 고기가 300만원 어치였다. 약속대로 호동이가 다 냈다"고 밝혔다. 당시 강호동과의 맞대결에서 이 교수가 2승1패로 이겼다.

이 교수는 골프 베스트스코어가 2언더파 70타의 프로급 수준이다. 드라이버 샷은 '괴물'로 통한다. 골프 입문 초창기 시절 힘으로 칠 때는 350야드를 넘나들기도 했다. 물론 방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샷이었다. 드라이버 샷이 잘 맞을 경우 멀리 있는 앞 팀을 넘어갔고, 그렇지 않은 경우 옆 홀의 골퍼들을 위협하면서 주변의 골퍼들과 캐디들을 긴장시켰다.

이 교수의 장타와 예측할 수 없는 샷에 캐디들은 라운드 내내 "볼~볼~"을 외쳐대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힘을 뺐다. 드라이버 비거리도 280~290야드로 줄였다. 350야드에서 200대 후반으로 줄였다고는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거리다. 타이거 우즈나 다름없다. 지금도 잘 맞으면 300야드 이상을 훌쩍 넘긴다. 요즘도 골프장에 나가면 '이만기 드라이버 거리 얼마나 가는지 보자'며 몰려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힘센 스타'의 책무다.

이 교수는 골프에 대해 "알면 알수록 모르고, 모르면 모르는 게 골프다"고 했다. 씨름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씨름과 골프는 닮은 점이 있다고 한다. 개인운동이고, 멘털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골프와 씨름은 곧 인생이라고 강조한다.

경남 김해시 생활체육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이 교수는 "나는 산악자전거(MTB), 배드민턴, 골프 등을 즐기고 있지만 생활 체육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종목을 떠나 운동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씨름이 주로 끌어당기는 근육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골프는 미는 근육을 주로 사용한다고 밝힌 이 교수는 "샅바를 잡는 손맛과 골프공이 임팩트 되는 순간의 짜릿한 느낌은 닮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이 교수의 장기가 드라이버 샷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쇼트게임이라고 말한다. 손 감각에 익숙한 씨름을 오래한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이글은 10회 이상했지만 아직 홀인원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뜻대로 안돼네요"라는 게 그의 답이다.

장타 비결에 대해 그는 "스윙크기도 필요하지만 빠른 스윙 스피드가 중요하다. 장타를 쳐야 할 때는 최대한 힘을 빼고 임팩트 때 최대 스피드를 내려고 노력한다"면서 "장타를 원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하체운동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정동철기자 bal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