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 나경원의 야망과 도전

최근 여론조사 약진 오차 범위내 접전
독특한 친화력에 당내 중량감도 높아져

상향식 공천 주장 정치 영향력 확대
시장 낙선하더라도 이미 위상 높아져

차차기주자 여론조사 당당 1위에 올라
시장 당선땐 대선주자 반열에 성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기세가 심상찮다. 지난달 23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지지율이 범야권 후보로 유력한 박원순 변호사에게 7~10% 가량 뒤졌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오차 범위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26일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가 서울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여야 후보간 양자대결에서 후보 44.0%, 박원순 변호사 45.6%로 오차 범위내인 1.6%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27일 폴리피플-한백리서치가 서울시민 1,06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나 후보 44.7%, 박 변호사 46.7%로 오차 범위인 2.0%의 격차를 보였다.

박근혜
격차 갈수록 좁혀져

나 후보는 경쟁자인 이석연 변호사가 지난달 29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지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권은 박 변호사의 독주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선전으로 격차가 좁혀지는 양상이다.

여론 전문가들은 야권의 유력 후보가 누가 되든 한나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오차 범위내의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일부에서는 나 후보가 한나라당 고정표에 일부 중도표, 그리고 전 대표의 지원으로 3~4%의 지지율이 보태질 경우 의외로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때문에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나경원
그러한 전망에는 여권 프리미엄도 작용하지만 기본적으로 나 후보가 나름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나 후보는 지난해 6월 서울시장 선거 후보 경선에서 당시 오세훈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3선이던 원희룡 후보와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는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해 7월 전당대회에서는 3위의 성적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고, 올해 7월 전당대회에서도 3위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의정활동 이력도 화려

나 후보의 정치적, 대중적 인기는 정치 입문에서부터 최근까지의 의정활동과 화려한 이력도 한몫 하고 있다는 평가다.

1963년생인 나 후보는 서울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대학원에서 국제법을 전공하고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24기를 10위권 이내의 성적으로 수료한 그녀는 1995년 부산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2002년 서울행정법원 판사 등을 역임하다 2002년 제16대 대선 기간에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요청에 따라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판에 발을 들였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오른쪽)과 시민사회단체 박원순 변호사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단일화 협약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나 후보는 이 전 총재의 대선 패배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했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중구에서 당선, 재선에 성공했다. 서울시장 경선과 두 번의 전당대회에서 내공을 보인 그녀는 개각 때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등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나 후보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올해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한 당내 공천개혁 논의를 주도했다.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간사를 맡아 정부의 역점 추진과제였던 미디어법 처리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나 후보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큰 딸에 얽힌 경험담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국회 연구모임인 '장애아이 We Can'을 결성하는 등 장애아 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2007년 대선에서 중립을 지켰으나 당내에서는 범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됐다. 하지만 탈(脫)계파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면모를 보였다. 특히 나 후보는 폭넓은 대중적 인지도와 친화력을 바탕으로 친이-친박으로 나뉜 한나라당에서 독자노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차세대 리더의 한 명으로 꼽히며 한 여론조사에서는 차차기 대선 후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넘어야 할 난관도 많아

나 후보는 10‧26 서울시장 보선을 앞두고 '생활특별시'를 모토로 시민에게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난관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전 대표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게 과제다. 나 후보는 "박 대표의 조언을 구하겠다"며 몸을 낮추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원을 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나 '복지' 등에 당과 나 후보가 우선 입장 정리를 하라는 요구다.

정가에서는 나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성큼 다가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설령 패배하더라도 나 후보의 정치적 위상은 이전과는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무게가 실릴 것으로 내다본다.

나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것만으로 이미 '포스트 '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다.

"박원순보다 되레 박영선이 유리" 관측도
● 야권 후보는

서울시장 보선 구도는 여권이 후보로 압축되는 반면 야권은 박원순 변호사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경쟁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야권은 박원순 변호사가 우세하나 막상 본선에서는 박영선 의원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박원순 변호사는 '검증'이라는 과정을 거쳐 현재의 지지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전폭적으로 밀 지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다. 만약 시민 후보인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민주당은 외풍의 압박을 받아 상당히 위축될 수 있어 박 변호사 지지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있어 민주당 지지표가 박 변호사에게로 바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박영선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가 될 경우 민주당 지지표를 결집하고 시민단체의 표까지 흡수해 후보에 필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내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선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