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가 선정한 500대 국내기업의 실적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움츠러들었던 생산성 확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익구조 향상으로

수출 증가가 기업매출 늘려
삼성전자 반도체·휴대폰,
도요타 리콜 반사이익
기아차 실적 급성장

국내에서 유일하게 연결재무제표(지배ㆍ종속 관계에 있는 2개 이상의 회사를 단일기업집단으로 보고, 각각의 개별 재무제표를 종합해서 작성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순위는 매기는 '포춘코리아 500'이 포춘코리아 10월호서 공개됐다.

포춘코리아와 서울대 경영연구소가 공동으로 선정한 500대 기업은 규모는 물론이고 실속도 알차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0대 기업은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모두 상승했다.

포춘코리아에 따르면 500대 기업은 지난해 총 2,451조 9,69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245조 8,217억원을 올렸던 전년도와 비교하면 206조 1,482억원이 늘었다. 또 당기순이익을 모두 합치면 총 104조 8,747억원으로 전년도 의 63조 6,527억원보다 41조 2,220억원이 증가했다. 규모(매출)는 9.2%, 실속(당기순이익)은 64%가 늘어난 셈이다.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은 미국 포춘 500대 기업과 닮은꼴

특기할 만한 사실은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이 미국 포춘 500대 기업과 닮은 꼴이라는 데 있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의 매출 총액은 10.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81%나 늘었다.

이 같은 결과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움츠러들었던 생산성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매출보다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감원 등 미국 기업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익구조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지난해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는 지난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유럽에서는 좀처럼 재정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더블딥(경기 하락 후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하는 현상)이 시작됐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또 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실적 호조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단기적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의 선전 배경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손원 한국은행 기업통계팀장은 지난 8월 발표된 '2010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대해 "지난해 세계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수출이 늘어난 것이 국내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전자부품, 통신 자동차는 호조, 전기장비, 부동산업은 부진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해 보면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ㆍ음향 통신장비업(이하 전자산업), 자동차 및 트레일러(이하 자동차산업), 코크스, 연탄 및 석유정제품(이하 정유산업),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이하 화학산업) 등은 호조를 보인 반면 자동차 및 부품판매업(이하 자동차 판매산업), 전기장비 제조업, 부동산업 등은 부진했다.

500대 기업은 총 40개 산업으로 분류되며,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전자산업이다. 전자산업은 매출 총액 291조 9.243억원, 당기순이익 총액 22조 8,644억원으로 500대 기업 총액 중 각각 11.9%와 21.8%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웃고,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울고

전자산업이 호조를 보이긴 했으나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매출 154조 6,303억원, 당기순이익 15조 7,99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매출 11.2%, 당기순이익 63.7%가 늘었다. 특히 스마트폰 갤럭시S는 출시 6개월 만에 1,000만대가 팔렸다.

반면 LG전자는 충격이 컸다. LG전자는 매출이 55조 7,538억원으로 23.6%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에도 LG전자는 1조2,270억원으로 40.4%나 급감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과 TV 사업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업계 3위인 LG디스플레이는 매출은 23.8%가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8.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3개 기업의 매출은 전체 전자산업 매출 중 80.89%를 차지한다. 그렇지만 이 중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은 삼성전자뿐이고, 그것도 반도체와 휴대폰 덕분이다.

기아차는 자동차산업의 기린아

자동차산업은 도요타의 리콜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지난해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총액은 242조 5,691억원, 당기순이익은 12조 4,911억원으로 500대 기업 중 9.2%와 11.9%를 차지했다.

무한질주를 거듭한 기아차는 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기아차는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에서 각각 9위와 7위에 올랐고, 당기순이익 증가액은 톱 3 안에 들었다. 기아차는 당기순이익이 2조 6,407억원으로 포스코(3조 2,148억원)에 못 미쳤지만 전년 대비 증가액은 1조 6,612억원으로 포스코 증가액의 1.7배 이상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규모기업집단(2011년 4월 기준)을 기준으로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을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 계열사가 23개로 가장 많았고, 매출도 500대 기업 총액 대비 14.64%로 1위에 올랐다. 또 10대 그룹 계열사의 매출 총액은 전체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 매출의 절반(49.1%)에 육박했다.

삼성에 이어 현대차(10개)가 7.9%로 2위, LG가 7.3%(11개)로 3위, SK(11개)가 5.1%로 4위, 포스코(5개)가 3.1%로 5위, GS(5개)가 2.7%로 6위, 롯데(12개)와 현대중공업(3개)이 2.5%로 공동 7위, 한화(7개)가 2.1%로 9위, LS가(6개)가 1.3%로 10위를 차지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