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거물 법조인 쟁탈전 '후끈' 업계, 내년 총선 대선때 형사 기업사건 급증 전망사법연수원 13기 황교안 박용석 조근호 연이은 로펌행 눈길
사법연수원 13기는 '공룡 기수'로 불린다. 13기는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들로, 사상 최초로 '사시 300명 시대'를 열었다. 300명 중 정확히 3분의 1인 100명이 검사로 임용됐는데, 이는 11기(37명)와 12기(47명)의 2배가 넘는 숫자다.
13기는 단순히 숫자뿐 아니라 실력까지 겸비한 인사들이 많아 검찰 인사 때면 세간의 주목을 받아 왔다. 특히 , , , , 은 한상대 검찰총장과 함께 동기생 중 늘 '선두'를 다퉜으나, 한 총장이 검찰 수장에 오른 직후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과 성영훈(사법연수원 15기) 전 광주지검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두 사람의 가세로 각종 형사 사건 등에서 인지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태평양은 기대하고 있다.
여러 대형 로펌의 구애를 받았던 박용석 전 대검 차장은 법무법인 '광장'에 둥지를 틀었다. 박 전 차장은 광장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장 역시 박 전 차장이 형사 사건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차동민·황희철 진로 미정
이에 반해 과 은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차 전 고검장과 황 전 차관이 로펌, 공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로펌들이 거물급 영입에 뛰어든 것은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한 사전 준비 차원이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잇달아 치러지는 만큼 각종 형사 사건이나 기업 관련 사건이 급증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서울 지역 한 변호사는 "내년 초 검찰의 정기인사가 단행되고 나면 로펌들의 판ㆍ검사 출신 영입 쟁탈전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며 "전관예우 금지법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사실상 무의미한 만큼 거물들의 주가는 더욱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관 선호 이유는 ▲사건에서 승소할 확률이 높아서(47%) ▲전관 변호사가 판ㆍ검사에게 사건을 유리하게 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아서(31%) ▲최소한 불리한 판결은 안 받을 것 같아서(20%) 순이었고, '전관 변호사가 전문성이 높을 것 같아서'는 5%에 불과했다.
지난 1998년 개정된 변호사법은 '판ㆍ검사로 재직하던 전관 변호사가 개업 후 2년간은 퇴임 전 소속 법원이나 검찰청의 형사 사건을 수입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소지가 있다는 비판에 따라 올해 5월 개정된 변호사법은 '판ㆍ검사 등이 변호사 개업 시 퇴직 이전 1년 이상 근무한 곳에서는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다'로 개정됐다.
전관예우 징계 논란도
'편법'이 횡행하는 현실도 거물 쟁탈전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대형 로펌의 한 중견 변호사는 "공식적으로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고 뒤에서 자문만 해줄 경우 전관예우 금지법에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거물급을 영입하기 위해 스카우트 비용으로만 10억원 이상을 쓴다는 얘기까지 들린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기업 관련 사건을 맡으면 건당 그 정도의 수임료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래저래 대형 로펌들의 거물 영입 전쟁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