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으니 비거리 줄어홀인원 해보는 게 소원아들도 세미프로로 활약

"홀인원 한 번 하면 드라마도 주인공 인생으로 바뀌려나…"

연기를 통해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로 유명한 탤런트 백일섭(67)씨의 골프와 인생에 대한 소회다.

백씨는 TV드라마를 통해 한 가정의 건전한 가장(家長)상을 보여주며 최불암씨 등에 이어 '국민아빠'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 주말 드라마'오작교 형제들'에서도 가장으로서의 훈훈한 연기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백씨는 "방송 출연 외에 취미로 유일한 게 골프다"면서 "한 달에 7~8회는 골프를 즐긴다"고 했다. 그만큼 골프에 푹 빠져있는 셈이다.

베스트스코어가 이븐파 72타인 백씨에게도 골프실력 만큼은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단다. "요즘은 보기플레이를 안 남기면 만족한다. 다행히 지난 3일 남부CC에서 85타를 쳐 체면치레를 했다"고 했다. 최근에 친 베스트 스코어는 82타다. 아마추어 골퍼 입장에서 보면 꿈의 타수지만 '골프로 잘 나가던 '백씨 측면에서는 세월이 무상한 대목이다.

백씨의 골프 구력은 30년이 넘는다. 한 때 250야드 이상을 나가던 드라이버 샷 비거리도 '확'줄었다. "나이와 골프 비거리는 반비례하는 것 같다. 요즘은 거리가 210야드 정도 밖에 나가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이웃집 아저씨이자 국민 아빠'인 백씨의 평생 소원은 홀인원 한 번 하는 것. "죽기 전에 홀인원 만큼은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백씨는 "그동안 골프 하면서 쇼트홀에서 친 샷이 깃대를 맞고 홀 바로 옆에 멈춰서는 등 홀인원이 될 법한 상황은 많았지만 정작 한 번도 홀인원을 경험해보지 못해 아쉽다"며 "홀인원 하면 재수도 따른다는데 그날이 빨리와서 또 다른 백일섭의 인생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백씨는 비록 홀인원은 한 번도 못했지만 이글은 10차례 이상 기록했다. 골프에 있어 가장 잊지 못할 순간도 이글 순간이다. 몇 년도인지는 기억 못하지만 경기 광주의 강남300CC 아웃 2번홀(파4)에서 5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볼의"땡그랑"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는 것이다.

백씨는 골프와 인연을 맺기 전에는 축구 마니아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까지 축구선수생활을 했으며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조기축구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이래보여도 젊었을 때는 축구를 잘했다. 스피드도 빨라 주로 공격수 포지션을 맡았다"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축구와는 담을 쌓았다. 골프의 매력에 흠뻑빠지면서부터다. "작은 볼로 하는 골프가 무슨 운동이 되겠냐며 골프를 싫어했지만 골프에 빠지고 나서는 몸 다칠 까봐 그 좋아하던 축구도 하지 않게되었다"고 말했다. 2000년에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대사, 지난해에는 썬밸리골프장의 홍보대사에 임명 될 정도로 '골프 마당발'이다.

골프 초보자 시절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같이 골프를 시작한 친구와의 라운드 때였다. 라이벌 의식이 강해 서로에게 지기가 싫었다. 친구가 그늘집에서 음료를 마시고 티잉그라운드로 나왔는데 상당히 흥분된 상태여서 백씨는 후추병을 골프 볼인 줄 착각하고 들고 왔다. 결국 티에 올려 놓으려고 했을 때야 그 것이 골프 볼이 아니고 후추병인 것을 알았단다.  

아들 승우 군은 2000년 초 한국프로골프 세미프로에 합격한 골프선수다. 한동안 방황을 하며 골프에 소홀했지만 최근 다시 '칼을 갈기' 시작했다. 백씨는 "올시즌 동계훈련 등을 통해 제대로 된 프로선수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아들이 필드에서 우승 트로피를 드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며 연기자가 아닌 평범한 아버지의 간절한 소망을 내비쳤다.



정동철기자 bal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