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만날 친구도 없다… 일 할 생각도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다…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일본 내 70만명에 달해
우울증과 사회 반감으로 자살·묻지마 살인 등 우려

치료하면 나을 수 있는 병 "너희들을 버리지 않았다"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의 메시지를 보여주어야

#사례1 김미연(24․가명)씨의 세상은 서른 평 남짓한 집이 전부다. 그나마 대부분의 시간은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보낸다. 또래 친구들처럼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만날 친구도 없다. 일 할 생각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다. 세상은 그녀를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른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과거 김씨는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다. 그런 그녀가 마음에 문을 닫은 건 수능시험을 치른 직후였다. 당시 생각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자 그녀의 부모는 그녀에게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쓸모없는 X' '밥만 축내는 X' 등 거친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부부간의 다툼도 잦아지면서 가정불화로까지 번졌다. 그 시점부터 김씨는 외부와 단절해 나가기 시작했다. 2~3일에 한번 씩 나가던 외출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로 줄었다. 자연스레 친구들과의 연락도 점차 끊기기 시작했다.

요즘 그녀가 하는 일이라곤 방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거나 영화 드라마를 보는 게 전부다. 화장실이나 식사가 아니면 아예 방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런 생활이 벌써 5년째. 그녀는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치료를 받을 생각도 있다. 그러나 문밖으로 나간다는 건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오늘도 그녀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홀로 걸어가고 있다.

#사례2 최은욱(28․가명)씨의 어머니는 은둔형 외톨이다. 벌써 십년가까이 외출을 하지 않고 있다. 집밖에서 어머니를 마주한 기억이 까마득하다. 그 흔한 가족 여행 한 번 다녀오지 못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을 보기 위해 인근 마트에 나가긴 했지만 이젠 그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장을 보는 건 고스란히 최씨의 몫이 됐다. 취업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씨지만 장보는 것만큼은 빠뜨릴 수 없다. 어머니가 외부인을 집으로 들이는 걸 극도로 꺼려해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어머니의 건강상태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을 거부하면서 병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인 것은 치아다. 55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 이가 다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이미 할머니처럼 변해버렸다. 최씨 가족도 처음엔 그녀를 돕기 위해 애를 썼지만 이젠 거의 포기한 상태다.

언제부턴가 방에 틀어박혀 사회와 연을 끊고 사는 사람을 뜻하는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서 취미나 용무가 있을 때만 외출한다거나 생필품 구입을 위해 편의점에 가고, 자신의 방에서는 나가지만 집밖으로는 나가지 않으며, 자신의 방에서 거의 나가지 않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점이다.

히키코모리는 일본에서 이미 사회문제가 됐다. 현재 일본 내 히키코모리는 70만명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히키코모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인구가 155만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히키코모리는 더 이상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은둔형 외톨이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들이 장기간 방치되면 우울증이 심해지거나 사회에 대한 반감이 커져 제2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잠원동에서 미국 명문대를 중퇴한 뒤 집 안에서 게임에만 몰두하던 20대 은둔형 외톨이가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자칫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그럼에도 당국은 은둔형 외톨이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인문계 고교생의 9.4%가 은둔형 부적응 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중학생과 전문계 고교생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할 뿐이다.

은둔형 외톨이 양산을 방지할 대책 또한 마련돼 있지 않다. 은둔형 외톨이 증세는 개인적․가정적․교육적․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복합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대처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은둔형 외톨이는 진단을 하고 치료 하면 나을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이다. 실제, 학계엔 치료를 통해 3~5년 동안 방안에 있던 이들이 나은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집밖으로 나오길 꺼려해 실제 치료까지 이어지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여리고 깨지기 쉬운 마음을 가진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가족과 사회는 너희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식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단이나 치료 등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들의 공통점은 혼자 지내는 걸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꺼내 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들의 호소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한시라도 빨리 '무기력의 방'에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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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