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살아난 '가습기 살균제 공포'위험물질 개발 SK케미칼 "딱 한번 테스트용 공급"공기청정기 판매 청풍 "내용 모르고 자료만 올려"필터개발업체 한새 사태 관련 답변없이 회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해당 기업 규탄 및 사회적 피해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최근 심각한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는 가습기 살균제 위험 물질이 공기청정기 필터에 들어가고 있었음에도 정작 물질개발업체와 공기청정기판매업체는 필터납품업체에만 책임을 미루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PHMG물질을 개발한 SK케미칼과 해당 공기청정기를 판매한 청풍생활건강은 모든 책임을 필터개발업체인 한새 측에 떠넘긴 상태다. 하지만 한새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주간한국의 조사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 흡입 위험 물질로 분류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olyhexamethylene guanidine: PHMG)이 시판 중인 공기청정기 필터에도 들어가고 있었다. '흡입'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PHMG처리 물질은 2005년 당시 SK케미칼 내 SKYBIO팀에서 개발한 것으로 청풍생활건강에서 현재 판매 중인 공기청정기 필터에 탑재되어 나오고 있다. <이하 상세 내용은 본지 지난 호(2401호) 참조>

업체마다 궁색한 변명만…

물질을 처음으로 개발, 세계적인 인증까지 받은 SK케미칼 측은 "필터에 처리되는 PHMG물질을 필터회사에 테스트용으로 딱 한 번 공급했고 이후에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며 "그동안 SK케미칼 상호를 광고에 써왔던 청풍생활건강에는 강력히 항의, 해당 홈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이 내려간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에 해당 공기청정기를 지난 5년간 판매해왔던 청풍생활건강 관계자는 "우리(현재 청풍생활건강 임원진)는 2009년에 회사를 인수한 터라 자세한 내용을 알지는 못한다"라며 "필터회사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홈페이지에 올렸을 뿐"이라고 발뺌했다. 이어 "해당 제품은 현재 거의 매출이 없는 상태인데 이런 일이 일어나 황당하다"라고 하소연했다.

SK케미칼, 청풍생활건강의 입장과 관련한 답변을 듣기 위해 한새 측과 여러 번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담당자의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피해자 나오면 누가 책임?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세 회사 모두 이번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청풍생활건강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관련 광고를 내린 조치는 SK케미칼과의 관계정리일 뿐 실제로 PHMG처리 필터가 탑재된 공기청정기들을 판매 중지하거나 회수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을 예정이라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관련 내용조차 자사 홈페이지에서만 내렸을 뿐 옥션 등 판매사이트에서는 아직까지 해당 광고가 올라와 있는 상태다.

SK케미칼 또한 "그동안 몰랐다"는 해명만으로는 이번 사안의 책임에서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최소 5년 이상 대기업인 SK케미칼 로고가 박힌 광고를 믿고 공기청정기를 구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 물질로 그 어렵다던 친환경 섬유용 유럽인증을 받았음에도 일회성 테스트 후 해당 기술을 사장했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한새에서는 PHMG처리 필터를 청풍생활건강뿐만아니라 LG전자, 청호나이스 등 여타 공기청정기 제조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터라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도 큰 상태다.

위험 물질을 개발하고, 해당 물질을 필터에 처리하고, 관련 필터를 공기청정기에 장착한 회사들은 있는데 정작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질 곳은 아무 데도 없는 형국이다. 가습기 살균제 공포에 휩싸인 소비자들만 또다시 공기청정기 유해물질 위협에 노출되게 생겼다.

"피해자 소송? 아직은…" SK케미칼 '묵묵부답'

온 국민을 떨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아직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SK케미칼이 공급했던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경우 보건당국이 강제수거명령을 내린 가습기 살균제 6종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피해자 및 시민단체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어 추후 상황이 주목된다.

지난달 30일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153건의 피해자들이 사용한 제품은 옥시싹싹을 비롯한 12개 상품이다. 이중 피해자들의 사용빈도를 놓고 보면 '애경 가습기메이트'는 총 26회로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99회),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27회)에 이어 세 번째에 자리 잡고 있다. 강제수거명령을 받은 '세퓨 가습기 살균제'(13회),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10회)보다도 높은 수치다. 사망한 피해자 관련 사용빈도에서도 2위(6회)를 차지했고, 단독으로 사용하다 사망에 이른 경우도 2회나 된다.

현재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여성환경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해당 기업들을 상태로 법정소송을 준비 중인데 그 대상에는 SK케미칼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동물실험에서 특정 이상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피해자가 나온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동물을 이용한 실험은 아주 낮은 수준의 단계다. 사용한 사람이 죽은 것만큼 확실한 증거가 어디있냐"라며 "우리도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SK케미칼 관계자는 "관련 시장 자체가 너무 작고 매출도 거의 없는 사업이라 지난 3월에 이미 철수한 상황"이라며 "피해자 소송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단계가 아닌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현재 연간 60 만개가 판매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유공(현 SK케미칼)에서 처음 개발됐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