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리 보는 제18대 대통령 취임식2월 25일 국회의사당 외국사절 등 하객 7만명 싸이 '강남스타일' 축가오방색주머니 행사… 국민 '참여 축제'로재킷·바지정장 입고 직접 준비한 취임사로 '희망의 새 시대' 열어

연합뉴스
"위 두 당사자는 15년 전부터 열렬한 사랑을 해왔습니다. 드디어 국민들의 성원으로 2013년 2월 25일에 결혼식을 올립니다. 모두 한마음으로 뜨거운 박수치며 축하합시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하는 단체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박정모)에서 제작ㆍ공개한 결혼식 청첩장이다. 박정모 홈페이지에 공개된 해당 청첩장에는 신랑과 신부를 적는 공간에 각각 '대한민국', '박근혜'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미혼 여성 대통령인 박 당선인이기에 오히려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장면인 셈이다.

비록 해당 청첩장이 쓰이지는 않겠지만 박 당선인과 대한민국의 결혼식 날짜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바로 2월 25일 열리는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하 취임식) 얘기다. 7만여 명 하객의 축하 속에 진행될 대한민국과 박 당선인의 혼인잔치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하 취임식)의 공식 슬로건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한 해당 슬로건에 대해 김진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행복한 국민시대로 가는 데 진력하고자 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평소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의사당 광장은 1987년 직선제로 선출된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부터 취임식장으로 사용돼왔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취임식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로는 '통합과 전진. 국민의 삶 속으로'로 정해졌다. 김 위원장은 "국민대통합을 위해 하나로 모인 국민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희망찬 새시대로 나아가자는 박근혜 당선인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취임식은 2월 2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다. 국회의사당 광장은 1987년 개헌을 통해 직선제로 선출된 제13대 노태우 대통령 이후부터 취임식장으로 사용돼왔다. 박 당선인 또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존중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국회의사당 광장 취임식 전통을 따르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식 당일 행사는 25일 0시 보신각종 타종을 시작으로 국립묘지 참배, 취임식 식전행사 및 본행사, 경축연회, 주요 외빈 만찬 순으로 진행된다. 보신각종 타종에는 지역ㆍ계층을 고려해 선정된 국민대표 18명이 참여하고 국립묘지 참배에는 국가유공자 유족들이 동행할 계획이다.

식전행사 때는 가수 를 비롯해 세대ㆍ계층ㆍ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출연진이 행사를 꾸민다. 윤호진 취임식 총감독은 "다양한 장르를 포용해 한 시간 이상 기다리는 국민들이 지루하지 않고 감동있게 연출하려 한다"고 계획을 전했다. 그밖에 취임식장과 광화문 등지에 각각 '희망꽂이판 운영', '오방색 복주머니 행사' 등을 별도로 진행하며 참석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참여의 장'을 만들 예정이다.

취임식 본 행사는 국가 의례에 따라 새 대통령의 취임 선서, 군악대 및 의장대, 취임사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취임사의 내용이다. '취임사준비위원회'가 꾸려졌던 기존 대통령들과 달리 박 당선인은 그간 연설문을 담당했던 비서실 인원들과 함께 직접 취임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5년의 청사진을 담고 있는 취임사를 박 당선인이 어떤 내용으로 채울지 주목된다.

싸이
취임식 누가 만들까

취임식 행사의 총감독은 윤호진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이 맡았다. 한국뮤지컬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바 있는 윤 원장은 국내 뮤지컬계의 대부로 꼽힌다. 윤 원장은 뮤지컬의 인기가 높지 않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창작 창작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몽유도원도' 등을 연출해 히트시킨 경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명성황후'는 한국 창작뮤지컬 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윤 원장과 함께하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시카고', '맘마미아', '아이다', '렌트' 등 해외 원작의 대형 뮤지컬을 국내 무대에 올려 히트시키며 대표적인 공연기획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명지대학교 예술체육대학 영화뮤지컬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인 박 대표는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문화특보 및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문화단장을 맡은 바 있다.

취임식 기획사로는 중소 이벤트 회사인 '연하나로커뮤니케이션즈'(이하 연하나로)가 선정됐다. 중소기업 육성에 역점을 둔 박 당선인의 뜻에 따라 선정된 연하나로는 1985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이벤트 전문회사로 전체 직원 70여 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연하나로는 '86 서울아시안게임' 식전문화행사 및 공식행사 연출, '88 서울올림픽' 식전 문화행사 및 공식행사, '2002 한일월드컵' 개막식 등 굵직한 국제행사들을 담당하며 업계에서는 기린아로 통한다.

파독 광부, 간호사 등 눈에 띄네

이승만 (1948년 7월24일) 초대 대통령
취임식에는 전직 대통령과 주한 외국인 사절 등 특별 초청 인사들을 포함, 약 7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3만명은 인터넷 홈페이지나 우편을 통해 신청을 한 일반 국민들 중에서 선정했다.

특별 초청 대상자로는 ▲항일ㆍ건국ㆍ산업화ㆍ민주화 등 국민대통합 관련 인사 ▲독거노인ㆍ소년소녀가장ㆍ저소득층ㆍ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국토방위 희생유공자 ▲해외자원봉사 선행자 ▲한류 등 미래가치 창조 인사 등이 선정됐다.

이 중 50년 전 외화를 벌기 위해 독일로 떠났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ㆍ간호조무사들의 참석이 눈길을 끈다. 초청 대상에는 고창원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장, 윤행자 한독간호협회장, 황춘자 재독대한간호사회장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독한인회 대표가 아닌 파독 근로자 대표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또한 재임 시절 파독 광부 및 간호사ㆍ간호조무사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쏟은 바 있어 부녀 간의 대를 이은 애정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북한측 인사는 초청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북한에서 초청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얘기가 들려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이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투복 입고 나올까?

박정희 (1963년 12월) 대통령 5번 역임
최초의 여성 대통령답게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 패션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넥타이의 색을 바꾸는 것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는 남성들과는 달리 여성은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후보시절 검정, 회색, 갈색 등 무채색 정장을 주로 입었던 것과 달리 당선 이후에는 주황색과 분홍색, 노란색 등의 여성스럽고 밝은 색상의 옷을 입으며 경쾌하고 가벼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이번 취임식에서 단정한 수트형 재킷과 바지정장을 입으리라 예상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중요한 순간마다 착용한 까닭에 '전투복'으로까지 불리는 바지정장을 입고 나옴으로써 국민들에게 대통령으로서의 굳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인 메르켈 독일 총리와 길라드 호주 총리 등은 주요 행사마다 주로 바지정장 패션을 착용, 강한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박 당선인은 취임식 때 중소기업의 젊은 디자이너 옷을 입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ㆍ유명 디자이너가 아닌 중소기업ㆍ신인 디자이너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측면에서 그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미국의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최근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취임식에서 신인 디자이너인 '제이슨 우'가 만든 옷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취임식 때 입을 옷뿐만 아니라 타고 박 당선인이 등장할 차도 주목된다. 박 당선인은 취임 이후 메르세데스벤츠 'S600풀만 가드', 포드 '링컨 콘티넨털'. BMW '시큐리티 760Li', 현대자동차 '에쿠스 리무진' 등 4종류의 방탄차량 가운데 하나를 타게 된다. 따라서 취임식 때도 이 중 한대를 타고 나타날 예정이다. 물론 메시지를 담는다는 차원에서 국내 차량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대중 국민의정부 출범

● 시대상 반영하는 역대 대통령 취임식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역대 대통령의 취임식도 덩달아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에 앞서 대통령에 올랐던 10명의 역대 대통령들은 어떤 취임식을 거쳤을까?

정부수립 이후 초대부터 3대까지 대통령 자리를 차지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48년 7월 24일 당시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던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광장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취임식은 개회선언과 애국가제창 및 국기에 대한 경례, 취임선서, 대통령 취임사, 부통령 취임사, 축사 및 축전 낭독, 만세삼창, 폐회 등의 식순으로 진행됐다. 분단 직후이니만큼 이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반공이념이 가득 담겨있던 것이 특징이다.

4.19혁명으로 하야한 이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윤보선 전 대통령이 제4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선출됐다. 윤 전 대통령은 1960년 8월 당시 국회의사당(현 서울시의회 건물)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윤 전 대통령의 취임식은 4.19혁명 뒤의 시대상을 반영, 간소하게 치러졌다. 취임사를 '대통령 인사'로 명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총 다섯 번 대통령을 역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첫 취임식은 1963년 12월 중앙청 광장에서 열렸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명의의 초청으로 각계 인사 3,400여 명이 참석한 제5대 대통령 취임식은 총무처가 경축 연회를 준비하고 경축예술행사는 공보부가, 만찬회는 외무부가 각각 진행하는 등 체계적인 역할분담이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10월 유신 이후 중앙청 대신 장충체육관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제4공화국에서 제5공화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때 대통령에 오르며 불과 8개월의 재임기간을 지낸 최규하 전 대통령의 취임식은 1979년 12월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약 2,800여 명의 인사가 참여한 취임식이었지만 당시의 분위기 상 검소하고 엄숙하게 진행됐다.

최 전 대통령에 이어 12.12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8,8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한 전 제11대 대통령 취임식 때는 그간 생략되었던 대통령찬가가 다시 등장했다. 독재자로 분류되는 전 전 대통령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역대 대통령 중 취임사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전 전 대통령에 이어 제13대 대통령에 오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식은 1988년 2월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렸다. 2만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 노 전 대통령 취임식 때 도입된 예포 발사와 합창 등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전통이 됐다. 행사진행을 위한 음악에서 처음으로 국악이 도입된 것도 특징이다.

32년간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끝내고 문민정부를 출범시켰다는 평을 듣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식은 시민동원 행사를 중지했음에도 3만8,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식의 경우 초청장을 재생지로 제작하고 풍선날리기와 꽃가루 뿌리기를 중지해 친환경적인 취임식을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대신 14대를 상징하는 1,400마리의 비둘기가 장관을 이뤘다.

제15대 대통령에 선출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식은 '국민의 정부'라는 이름답게 취임식단을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를 형상화해서 만들었다. 처음으로 스타들이 참여, 축제 같은 취임식을 만든 것도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 때부터다. 특히 이날은 세계적 스타인 마이클 잭슨이 참여,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진한 포옹을 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 집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25번이나 언급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이름에 걸맞게 단상에 국민대표 50명을 초청하는 등 일반 국민참여를 대폭 확대하고 취임식에 국민들의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인터넷 추첨으로 초청한 국민 2만명을 포함, 총 4만9,000여 명이 참석한 노 전 대통령의 취임식 때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애국가를 선창하고 대중가수 GOD의 공연이 이어지며 분위기를 돋궜다.

2008년 2월 거행된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는 권위적인 모습을 없애기 위해 봉황 문양 대신 '태평고' 엠블럼을 사용했다. 처음으로 가족참가 신청을 받아 참석한 3,885가족 10,244명을 포함해 6만여 명이 자리를 빛냈다. 또한 이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스타들이 참석했다. KBS 최원정 아나운서와 함께 방송인 김제동, 김학도가 식전행사의 사회를 맡았고 송윤아가 축시를 낭독했으며 윤하, SS501 등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