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바로 상위 1%다… 한국부자들이 사는법서울에 7만8000명 전체 50%가 거주 39%는 금융기관 대출 부축적 주요수단 부동산72% "나는 부자 아니야" 자녀교육비 월 320만원 취미는 골프·헬스 등 스포츠 참여도 높아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 '마흔살 행복한 부자 아빠', '우리가족 부자되는 금융과 펀드 재테크', '결혼과 동시에 부자되는 커플리치',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들'…

포탈사이트에서 '부자'를 검색하면 줄줄이 나오는 도서 목록들이다. 해당 포탈사이트에 따르면 '부자'라는 단어가 포함된 도서는 2만여종이 넘는다. 그 중 대부분은 경제ㆍ경영 관련 도서로 '어떻게 부자가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바야흐로 누구나 부자를 꿈꾸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부자들은 어떻게 살까?'라고도 바뀔 수 있다. 부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이를 삶에 적용한다면 우리도 '부자들이 사는 세상'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이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는 '2013 한국 부자보고서'(이하 부자보고서)를 통해 부자의 척도로 여겨지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개인'을 조사, 우리나라의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있으며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봤다.

서울에 전체 부자 50% 살아

부자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자니 사람마다 갖고 있는 '부'에 대한 기준이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어떤 사람은 100억원 이상은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1억원만 있어도 충분히 부자라고 여길 수도 있다.

부자보고서에서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을 '부자'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해 예ㆍ적금, 보험, 주식, 채권 및 각종 금융투자상품에 예치된 자산의 합이 10억원을 넘으면 그 사람을 '부자'라고 부르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정의를 바탕으로 2012년 말 기준 한국 부자는 약 16만3,000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0.32% 수준이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약 366조원으로 1인당 평균 22억4,0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전체 국민의 0.32%에 불과한 이른바 '부자'들이 가계부문 전체 금융자산의 '14.8%를 보유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국 부자 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약 7만8,000명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경기 3만1,000명, 부산 1만3,000명 순이다. 인구대비 부자 수 비율 또한 서울이 0.77%로 가장 높았으며 부산(0.35%), 대구(0.29%), 경기(0.26%)가 뒤를 이었다. 서울 내에서는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가 2만9,000명으로 서울 부자 수의 37.6%를 차지하고 있었고 경기도에서는 성남시가 6,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으로 돈 모았지만 "나 아직 부자 아냐"

한국 부자들의 개인별 총자산을 살펴본 결과 부동산자산(주택, 건물, 상가, 토지 등)이 55.4%로 가장 많았다. 금융자산은 38.0%였고 기타자산(예술품, 회원권 등)은 6.6%에 불과했다. 자산 구성비는 총자산의 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였는데 총자산의 규모가 클수록 부동산 비중이 증가하는 한편, 금융자산 비중은 감소했다. 총자산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일정 금액까지만 금융자산 형태로 운용하고 나머지는 부동산 중심으로 투자한 것이다.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자산가의 경우 부동산자산의 비중은 72.5%, 금융자산은 24.0%였다.

부자들 중에서도 빚을 진 사람은 많았다. 한국 부자의 약 39%는 금융기관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균 6억2,000만원의 대출을 지니고 있었는데 거주주택 이외의 투자용 부동산 구입이나 사업자금 마련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모았을까? 한국 부자가 현재의 자산을 축적한 가장 주된 방법은 '사업체 운영'(35.3%)과 '부동산 투자'(32.2%)였으며 '부모의 증여와 상속'(20.2%)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 2, 3순위를 종합한 결과로 살펴보면 부동산 투자가 88.6%로 가장 많아 부자들의 현재 자산 축적의 주된 수단이 부동산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산 축적 방법은 연령대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연령이 높은 부자일수록 부동산 투자 영향이 컸던 반면, 40대 이하의 젊은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부모의 증여와 상속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국내 부동산의 자본적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던 80년대 당시 경제활동 세대의 부동산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이 활발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대 간 부의 이동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부자들은 이른바 '부자' 반열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더욱 많은 '부'를 꿈꿨다. 한국 부자의 현재 자산 중앙값이 42억원인 반면 향후의 목표자산 중앙값은 80억원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현재의 두 배 가까운 '부'를 원하는 셈이다. 목표자산을 획득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사업체 운영'과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1, 2순위를 종합한 결과를 따져보면 전체의 4분의 3이 '부동산 투자'로 돈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부자의 72%가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총자산을 50~100억원 보유한 이들의 경우에도 본인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35%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 부자의 62.1%는 최소 10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져야 부자라고 생각하며 300억원 이상을 가져야 한다는 응답도 9%나 됐다.

위기에도 적극적 투자 의지 보여

부자들은 어떻게 재산을 모았을까. 이는 일반인들이 부자들을 바라볼 때,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것은 없었다. 해답은 투자용 부동산이었다.

한국 부자들의 총자산 중 절반 이상(55.4%)을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거주용 주택ㆍ아파트ㆍ오피스텔'로 37.5%였다. 거주용 외 '빌딩ㆍ상가'(24.2%), '토지'(20.3%), '투자용 주택ㆍ아파트ㆍ오피스텔'(17.7%) 등 투자용 부동산을 모두 합한 비중은 62.2%였다.

자산 규모가 큰 부자일수록 투자용 부동산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총 자산 50억원 미만의 경우 56.5%, 50~100억원의 경우 67.8%, 100억원 이상의 경우 73.8%가 투자용 부동산이었다. 토지 외에 투자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부자의 가장 대표적인 투자 대상은 '상가'로 62.4%였고 아파트(39.3%), 오피스텔(39.1) 순이었다.

한국 부자의 금융자산 중에서 비중이 높았던 것은 '현금 및 예ㆍ적금'으로 전체의 46.3%였다. '투자ㆍ저축성보험'(17.5%), 주식(15.6%), 펀드(12.2%)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다. 다만 총자산이 많을수록 예ㆍ적금 비중이 감소하고 주식투자와 간접투자상품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ㆍ적금과 같은 안전 금융자산에 일정 금액을 투자한 후, 나머지 여유 자금은 투자수익을 높일 수 있는 리스크성 금융자산에 투자한 것이다.

글로벌 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지난 1년간 금융자산이 증가한 부자의 비율(54.4%)이 감소한 비율(13.8%)보다 높았던 것이 눈에 띈다. 향후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비율(62.9%)도 줄이겠다는 비율(8.3%)보다 높아 적극적인 금융투자 계획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퇴 이후 여가ㆍ사회생활 즐길 계획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 은퇴 시기가 도래하면서 노후 준비가 한국 사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부자들의 은퇴 및 노후 준비에 대한 생각은 일반인과 어떻게 다를까.

아직 은퇴하지 않은 부자의 예상 은퇴시점은 평균 68.1세로 비은퇴 일반인의 예상 은퇴 연령인 65.9세보다 높았고 이미 은퇴한 부자 또한 63.4세에 은퇴, 일반인의 은퇴연령인 61.6세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러한 차이는 부자들의 경우 본인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 자신의 은퇴시점을 조절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시선도 사뭇 달랐다. 일반인의 경우 은퇴 이후에도 구직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비율이 89.6%에 달했으며 그 중 40% 이상이 '생활비 조달'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국 부자는 대부분 '은퇴 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겠다'와 '일에서 탈피해 사회 및 여가활동을 즐기겠다'고 응답했고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영위하겠다'는 응답은 7.0%에 불과했다.

또한, 한국 부자는 은퇴 후 '적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월평균 673만원(연 8,079만원, 가구 기준)의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생각, 일반가구의 194만원에 비해 3.5배나 높은 '적정 생활비'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부자가구의 연평균 소득 4억2,000만원 중 근로소득을 제외한 '부동산ㆍ이자ㆍ배당소득(재산소득)' 및 '기타소득'의 합이 연 1억9,000만원 수준임을 고려한다면 한국 부자들이 원하는 '적정 생활비'는 사실 근로소득이 없이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부자들이 은퇴 이후의 삶을 여가 및 사회활동으로 채우려는 이유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월 1,000만원 쓰면서 여가 활동 즐겨

한국 부자들은 한 달에 얼마나 쓸까. 부자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056만원으로 일반가구의 2012년 월평균 소비지출 249만원보다 약 4.2배 높은 수준이었다. 소비지출의 구성 면에서는 일반가구와 마찬가지로 '자녀교육비'(18.0%)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교육 대상 자녀가 있는 부자가구의 월평균 자녀 교육비는 약 320만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의 27.3%를 차지했고 이 중 연소득 5억원 이상 가구의 경우 월 500만원 이상을 자녀 교육에 지출하는 경우가 26.9%에 달했다. 이는 소비 여력이 충분한 부자가구가 사교육 및 해외유학 등 고가의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함을 의미한다.

향후 소비 증가가 예상되는 지출 항목으로는 세금ㆍ연금ㆍ사회보험료 등의 '비소비지출'을 가장 많이 선택, 세금 증가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주류ㆍ담배'에 대해서는 소비 감소 예상 비율이 높아 건강을 위해 지출을 줄이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부자들의 경우 평일 평균 3.7시간, 휴일 평균 6.2시간을 여가 활동에 사용하고 있었다. 각각 3.3시간, 5.1시간이었던 일반인에 비해 대체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자주 참여하는 여가 활동에서는 더욱 큰 차이를 보였다.

일반인은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TV시청, 산책 등 '휴식활동'(59.3%)과 쇼핑ㆍ외식, 인터넷 등 '취미ㆍ오락 활동'(20.9%)으로 보내는 반면, 부자들의 경우 골프ㆍ헬스ㆍ등산 등 적극적인 '스포츠 활동' 참여율이 56.2%로 특히 높았다. 또한 전시회ㆍ연주회 등 '문화예술 관람활동', 국내외 여행 등 '관광활동' 등 일정 수준의 비용을 들여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여가 활동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개별 여가 활동 중 비중이 가장 높았던 '스포츠 활동' 중 한국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골프'로 73.9%(복수응답 기준)를 차지했다. 특히, 보유 자산이 많을수록 선호도는 높아져 금융자산 50억원 이상 부자의 '골프' 참여율은 90.8%에 이르렀다.

한국 부자 중 최근 1년 이내에 여가 활동을 위해 동호회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54.2%로 일반인의 10.1%에 비해 매우 높았다. 2개 이상의 동호회에 참여하는 비중도 75.3%로 일반인의 20.2%와 큰 격차를 보였다. 여가 활동을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닌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회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 동호회로는 '골프'(66.4%, 복수응답 기준), '등산'(41.3%), '수영'(12.6%) 등 '스포츠 활동'의 비중이 높았다.

여행도 많이 다녔다. 한국 부자의 1년 평균 국내 여행 횟수는 11.5회로 일반인의 3.7회를 크게 웃돌았으며 해외여행 횟수도 2.6회로 일반인의 0.1회와 큰 격차를 보였다. 최근 1년간 해외여행을 한 번도 다녀오지 않은 부자의 비중은 전체의 8.8%에 불과했고 3회 이상 여행한 비중은 32.2%로 매우 높았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