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에 관한 오해와 진실

올해 초 브라질과 미국에서 소금을 적게 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이 나빠질 확률이 더 높다는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소금’하면 무조건 몸에 해롭다는 상식을 깨는 논문은 이전에도 몇 차례 더 발표된 바 있다.

미국 심장협회는 1995년 소금을 적게 섭취한 사람들이 적절한 양을 섭취한 사람보다 심장발작이 4배가량 더 많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미국의학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Medicine)은 2006년 소금을 적게 먹은 사람들이 적당히 먹은 사람보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37% 가량 높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2003년도부터 본격적인 소금연구가 진행되면서 소금의 중요성에 대한 주장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극단적으로 소금을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선 당뇨나 비만이 소금 섭취의 부족으로 인해 생긴다며 소금을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있다. 소금이 성인병예방과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며 ‘소금건강법’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소금의 해로운 성분인 나트륨(sodium) 함량이 낮고 몸에 좋은 미네랄 성분이 높은 천일염 등 몸에 좋은 소금을 먹을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국민건강영양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5280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2000mg 보다 무려 2.5배가 넘는다. 따라서 소금건강법을 반대하는 측에선 소금의 부족으로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또, 상대적으로 나트륨 함량이 적은 천일염도 95% 정도의 나트륨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먹는 것은 일반 소금처럼 몸에 나쁘다고 강조한다.

소금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 소금부족하면 식욕부진, 두통, 무기력, 과다섭취하면 고혈압, 위암, 뇌졸중 등 증상…하루 5g 먹으면 적당

짜게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소금이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소금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으로, 혈액을 포함한 체액의 양을 적당하게 유지하고, 산과 염기의 균형을 유지한다. 뿐만 아니라, 세포가 영양성분을 섭취하는 것을 돕고, 신경이 신호를 전달하거나 근육이 수축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트륨이 부족하면 식욕부진, 구역질, 구토, 집중곤란, 무기력, 정신불안, 두통 등의 증상이 생긴다. 반대로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 뇌졸중, 심장비대, 위암, 골다공증, 요로결석, 기관지 천식, 신장기능 저하 등이 생긴다.

다시 말해, 너무 짜게 먹거나 싱겁게 먹으면 몸에 탈이 난다.

WHO가 제시한 하루평균 소금섭취 권장량은 5g(나트륨 2000mg). 한국인의 하루평균 소금섭취량은 13g(나트륨 5280mg) 정도로 WHO 권장량의 2.5배가 넘는다. 영국인이 하루평균 9g, 미국인이 7.4~13.5g 정도의 소금을 섭취하는 것보다 많은 양이다.

김치나 찌게 및 전골, 반찬 같은 전통식이 나트륨 함량이 높은데다 햄, 과자 등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인스턴트식품까지 섭취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금 섭취량은 기준치를 훌쩍 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소금부족이 아닌 과잉섭취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지론이다.

■ 천일염처럼 좋은 소금은 많이 먹어도 된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소금연구가인 함경식 목포대 식품공학과 교수(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는 “WHO가 제시한 소금섭취 권장량은 염화나트륨 함량이 98~99%에 달하는 구미의 정제소금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소금의 구성성분은 생산지역과 방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생산지역을 보면 구미의 소금이 우리나라 소금보다 염화나트륨 함량이 약간 높은 편이다.

소금은 생산방법에 따라 크게 자연 소금인 천일염과 가공 소금인 정제염으로 나뉜다.

천일염은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천일염은 염화나트륨이 80~85%, 칼슘과 마그네슘 등 필수 미네랄 15~20%로 이뤄졌습니다. 천일염은 이처럼 몸에 해로운 나트륨 함량은 월등히 낮고, 미네랄 함량은 높기 때문에 하루 13.5g을 먹어도 건강에 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정제염은 바닷물에서 염화나트륨만 추출해 가공한 소금으로, 슈퍼마켓에서 흔히 사 먹는 소금이다. 정제염은 염화나트륨 함량이 99% 이상이며, 바닷물에 있는 미네랄 성분이 남아 있지 않다.

함 교수는 국내에서 생산된 천일염은 야채나 과일보다도 미네랄 함유량이 높기 때문에 건강에 이롭다는 주장이다.

몸에 좋은 소금이 알려지면서 시중엔 이른바 ‘귀족소금’이 속속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퓨레 ‘리염’이다. 리염은 국산 천일염에 콜레스테롤 개선, 면역력 증강 기능을 가진 키토산을 결합해 만든 소금으로 혈압을 낮추는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염화나트륨 함량을 낮추고 짠 맛을 내기 위해 염화칼륨을 첨가한 저나트륨 소금, 죽염 등 몸에 좋다는 소금이 부쩍 많아졌다. 영국의 말론 씨 소금이나 프랑스의 유기농 소금처럼 100g당 만원이 넘는 고가의 수입소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기능성 소금은 나트륨 함량이 낮아 안전하고, 몸에는 좋다는 믿음 때문이다.

■ 의료계, 좋은 소금이라고 많이 먹어도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어떤 종류의 소금이라도 염화나트륨 함량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권장치 이상을 섭취하면 몸에 해롭다는 입장이다.

자연 소금인 천일염이 가공 소금인 정제염보다 미네랄이 많아 건강에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과 염근상 교수는 “가공염에 비해 천일염이 미네랄도 풍부하고, 염화나트륨도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천일염을 많이 섭취해도 무방하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한다. 천일염의 염화나트륨 함량이 정제염보다는 낮지만 과잉섭취해도 될 만큼은 아니라는 뜻이다.

천일염 외에 죽염 등 몸에 좋다는 소금도 그 성능이 입증된 바 없으며, 역시 정제염처럼 나트륨 함량이 높아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서홍관 전문의는 “의학적으로 소금의 질병예방 효과는 입증된 것이 없다”며 소금건강법을 반박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소금 섭취가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금 부족을 걱정하기 보다 고혈압과 심장질환 예방을 위해 과잉섭취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