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대 남성 발병률 급증… 스트레스·음주·비만 등 원인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간 건강이 크게 위협 받고 있다.

대한간학회는 10월20일 제9회 ‘간의 날’을 맞아 2008년 9월23일부터 10월6일까지 전국 12개 병원에서 간질환 환자 및 건강검진을 받은 1775명을 대상으로 지방간 및 간질환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했다.

지방간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5%는 지방간을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생기는 노화현상의 하나로 인식했다. 그런가 하면 만성 간질환 및 간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B형 및 C형 간염에 대해 응답자 3명 중 1명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방간 질환자의 52%는 지방간으로 진단을 받고도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게다가 간질환 환자 수는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학회가 1988년부터 2007년까지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총 75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방간 유병률이 20년 전보다 3배나 증가했다.

이는 비만인구의 증가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간 치료는 약물보다 체중감량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체중감량에 대해 물어본 결과 29%는 병원의 권고가 있더라도 체중감량을 할 의지가 없거나 현실적으로 체중감량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은 증가하는데, 환자의 치료의지는 전반적으로 부족해 치료가 쉽지 않아 보인다.

■ 간질환 왜 방치하면 안 되나

간질환을 방치할 경우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간은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주요 영양소를 합성하고 저장해 필요한 곳으로 보내고, 해로운 물질을 해독하며 각종 호르몬을 분해하는 장기로, 간이 없다면 잠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간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간경변증 환자가 피를 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간에서 몸에 필요한 알부민이나 혈액응고 인자 같은 물질이 제대로 합성되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간에서 해독이 안된 문맥혈이 직접 전신순환계로 유입돼 간성혼수에 빠지면 사람을 몰라보거나 혼수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밖에 영양부족으로 저항력이 떨어져 복수가 차고, 호르몬의 작용이 원활하지 못해 여자는 월경불규칙 등의 합병증을 동반한다.

그러나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그 상태가 매우 나빠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조사결과 간질환을 알게 되는 가장 흔한 경우는 건강검진 뒤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많은 이들은 간 질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모르고 과음 등을 일삼다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손상된 간은 원래 상태대로 회복되기 어려우며, 치료가 불가능하다.

간질환은 2006년 한국인의 사망원인 5위를, 2007년 8위를 기록할 만큼 유병률과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더구나 간질환은 한 개인의 고통과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달리 간염은 전염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또, 경제활동이 왕성한 40~50대의 사망률 1위가 간암이며, 3위가 간질환이다. 이는 한 가정의 존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 간 건강 망친 건 모두 내 탓?

간 건강을 망치는 것은 개인의 낮은 인식과 무관심 때문만은 아니다.

1988년부터 2007년까지 강북삼성병원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지방간 유병률이 22%로 급격한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외환위기 시기, 극심한 스트레스가 음주에 영향을 미친 것을 반증한다.

무엇보다 강북삼성병원이 국내 직장인 7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검진자료를 분석한 결과 30~50대 남성에서 지방간의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조용균 교수는 “이는 직장인들의 잦은 음주행태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당뇨 등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간질환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극히 적은 현실이다. 만성 간질환자 중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나 기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전문의들은 경제적부담 때문에 자의적으로 투약중단을 하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상당수의 환자가 질환의 진행 혹은 악화와 같은 위기상황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B형 간염은 음식이나 일상적인 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병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잘못된 인식으로 B형 간염환자의 취업을 법으로 제한하거나 간염 환자의 옆에만 앉아도 전염이 되는 것처럼 홍보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과거에 만들어진 잘못된 인식이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병원 관계자들은 말한다. 아직도 많은 간질환 환자들은 자신의 질병을 알리거나 치료 받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간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과 배려,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 건강한 간을 위한 생활수칙 10계명

- 불필요한 약은 간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 복용한다. 특히,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지나친 음주를 삼가 해야 한다.

- 먹는 음식이나 식수가 위생적인지 확인해야 한다.

- 영양분이 어느 한가지로 치우치지 않도록 골고루 먹는다.

-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싱겁게 먹는 습관을 갖는다.

- 섬유소가 많은 야채나 과일을 많이 먹는다.

- 지방성분이 많은 음식을 삼가고, 비만해지지 않도록 한다.

- 몸에 필요한 미네랄 성분 등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 일주일에 1kg 이상 급격한 체중감소는 오히려 심각한 지방간염 혹은 간부전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 적당한 운동을 한다.

자료: 대한간학회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