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나라 케이크·초콜릿 맛보세요"

‘예술과 미각의 나라’ 프랑스에서 온 파티쉐(patissierㆍ패스트리 요리사)라고 해 당연히 예술적인 모양의 케이크와 초콜릿들을 잔뜩 보여줄 줄만 알았다. 하지만….

“저는 케이크를 만들 때 먼저 맛과 질감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프리젠테이션, 즉 디자인이죠.”

프랑스 최고의 파티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스테판 글라시에. 손수 만든 ‘작품, 아니 먹거리’들을 들고 나타난 그의 첫 마디는 뜻밖이다. 국내에서 ‘패스트리나 케이크’ 하면 이미 화려하게 치장된 것들만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예상외로 정반대의 답을 내놓아서다.

“한국에서 많은 케이크나 초콜릿들을 보았습니다. 과일이나 캔디 장식이 풍부하고 한껏 멋을 낸 것들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저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그러면서도 강렬한 디자인 이미지를 추구합니다.”

그의 말에서처럼 그의 초콜릿이나 케이크를 보면 결코 휘황찬란하지 않다. 장식이나 데코레이션도 요란하지 않고 일부러 멋을 부린 것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간결단순하면서도 예술성을 살린 수준.

그럼에도 그는 원래 유명한 ‘아티스틱 파티쉐’ 출신이다. 예술적으로 케이크를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해진 것. 2000년 프랑스 최고 제과 기능장을 뽑는 대회에서 최고기능장인 MOF를 획득한 것을 비롯해 1997년 유럽 패스트리 챔피언십 대회와 슈가웍스 유러피언 챔피언십 대회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는 등 갖가지 수상 경력은 화려하기만 하다.

여느 케이크들과 달리 화려하게 뽐내지 않으면 팔기에 불리하지는 않을까?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일단 제가 만든 것들을 맛 본 이들은 반드시 또 찾아 옵니다.” 단골 중에는 무려 50km 떨어진 곳에서 오는 손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케이크를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가장 고객들이 좋아할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죠. 또 많은 대회에서 입상했지만 그것과 고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결론은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지요. 혹시 디자인 자체를 위한 케이크를 만든 것은 아닌지, 멋스럽게 폼은 냈지만 맛에서도 충실한지 되새겨볼 만한 문제입니다.”

그가 만든 케이크와 초콜릿은 진하면서도 강렬하다.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달콤함까지. “크게 안 달죠? 하지만 설탕 함량이 50%입니다. 제가 잘 만들어서 그래요.” 그는 결코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신맛과 단맛 등 여러 맛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이 그의 맛 비결.

요즘 프랑스에서는 초코파이 모양으로 만든 마카롱을 선물하는 것이 최신 트렌드다. 그가 파리 인근 수도권 도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숍에서도 그의 마카롱은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매출의 15%를 차지하면서 주말에는 하루 500여개가 순식간에 팔려나갈 정도.

“종류에 따라 초콜릿의 함량을 고려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신선한 재료죠.” 그는 제철과일 등 모든 식재료를 직접 구매한다. 공장에서 나온 통조림도 절대 쓰지 않고 케이크에 들어가는 잼까지도 손수 만들어 사용한다. “혹시 먹어 본 케이크들이 너무 달거나 인공미가 가미되진 않았나요? 가끔 글리세린 등 화학첨가제, 오일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들도 많이 보입니다.” 그가 만든 케이크와 초콜릿들은 그랜드인터콘티넨탈 그랜드키친델리에서 12월말까지 선보인다. (02)559-7653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