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이민자가 만든 카야잼 바른 토스트 세계적 명성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지하1층. ‘야쿤, 카야 토스트’란 이름의 매장이 하나 눈에 띈다. ‘토스트는 알겠는데 야쿤하고 카야는 뭐지?’ ‘토스트 파는 카페도 있나?’ 이 빌딩에 자리를 잡은지 2년 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가끔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야쿤 카야 토스트는 싱가포르에 살아 본 이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중국계 싱가포르 이민자인 로이 아곤이 1944년 싱가폴 차이나 타운에 창립한 가게가 모태가 되었다. 창립자 아곤의 중국어 만다린식 발음이 바로 야쿤(Yakun). 직접 만든 카야잼을 바른 토스트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싱가포르 대표음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대표 메뉴인 토스트는 크게 2가지 종류. 맛으로만 보면 ‘바삭바삭 한’ 것과 ‘부드러운 것’으로 구분된다.

손님의 절반이 즐겨 찾는 ‘카야 토스트’는 가장 기본적인 메뉴. 그릴에 빵을 구워 나오기 때문에 바삭바삭하다. 그리고 빵과 빵 사이에는 이 곳의 트레이드 마크인 카야잼과 버터가 들어가 있다. 처음 씹으면 바삭 씹히지만 이내 입 안에서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더하는 것은 이 때문.

좀 더 부드러운 것을 원한다면 프렌치 토스트가 준비 돼 있다. 그릴이 아닌 평평한 팬 위에 버터를 두르고 굽는 것이 차이. 버터가 빵 속에 스며들어 말캉말캉한 질감을 낸다.

특히 카야 토스트는 빵을 굽기 전 가장 자리를 칼로 잘라 낸다. 빵 껍데기가 열기를 받아 타기 때문. 굽고 나서는 식빵을 절반으로 갈라 안에 버터 조각을 놓고 잼을 바른다. 얇게만 보이는 식빵이 또 한번 더 얇게 잘려지는 것은 그릴의 열기를 받아 바삭해진 덕분이다.

버터 또한 빵에 바른다기 보다는 얇은 조각으로 그냥 얹는다. 굳이 바르지 않아도 빵의 열기 속에서 스스로 녹아 버린다. 특히 창립자가 만든 야쿤 카야잼은 천연 코코넛 밀크와 계란, 판단잎(열대 허브)을 이용해 홈메이드 스타일로 만든 이 곳의 전매특허. 말레이어로 계란의 달콤한 맛이라는 뜻이다. 향긋하면서도 무척 달콤하지만 일반 잼에 비해 설탕함량은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다. 색소나 방부제, 기타 첨가물도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고.

카야 토스트는 8등분 돼 작은 조각으로 나오지만 프렌치 토스트는 원형 그대로 서빙된다. 그리고 옆에 추가되는 카야잼까지. 토스트를 찍어 먹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빵은 한 조각. 카야 토스트는 두 조각으로 양이 더 많은 셈이다.

싱가포르식 야쿤 드립 원두커피(왼)
야쿤 카야 토스트와 계란 반숙 & 커피(오른)

토스트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커피 한 잔. 이 역시 싱가포르의 야쿤 카야식이다. 두툼한 주전자 속에 뜨거운 물을 붓고 로스팅한 커피 분말을 타고선 나무 주걱으로 저은 뒤 이를 다시 다른 주전자에 붓는 방식. 커피 삭(sockㆍ양말)이라 불리는 거름 망을 통해 커피 가루는 걸러지고 드립커피만 남는다.

여기에 연유를 더하면 한 잔 완성. 연유는 무가당과 가당 두가지인데 가당은 제법 달다. 단 것을 싫어하는 이는 무가당을 주문하면 되지만 더운 나라인 싱가포르식처럼 단 맛을 찾는 이들은 금새 익숙해진다.

잔 속에 붉은색 수저를 꽂아 넣는 것도 역시 싱가포르식. 혹시 토스트만으로 속이 부족하다면 반숙 계란을 시켜 빵에 발라 먹는 세트 메뉴도 아침 식사로 인기다. 계란 반숙은 간장과 후추가 살짝 가미, 짭짜스름하면서도 고소하다.

지금은 야쿤의 상징이 된 차이나 타운에 위치한 야쿤 본점 또한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외국인의 명소가 돼 있다. ‘국토가 그리 넓지 않은데도’ 싱가포르에만 매장이 무려 35개.

말레이시아 대만 필리핀 등까지 합치면 50개가 넘는다. 서울에는 서울파이낸스센터(02-775-1105), 강남파이낸스센터, 강남역 등 3개 매장이 있고 무주리조트, 여의도, 왕십리CGV 등에도 추가 오픈 예정이다. 카야 토스트, 프렌치 토스트 2,000~2,500원, 커피 2,500~3,500원. 세트메뉴를 시키면 1,000원 정도가 할인된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