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남편은 '좋은 남자' 입니까


인간에게 성(性)이 생식이나 쾌락만을 위한 것이 아니듯, 남성과 여성은 서로에게 단순한 성적 대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융 심리학에 의하면 모든 남성은 여성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특성은 남성의 무의식에 있기 때문에 남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성에 대해 이러한 기능을 기대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무의식적 기대는 성적 대상, 출산 기능, 정신적 구원자, 그리고 지혜의 여신상과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즉 남성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하면서 돌보아줄 것, 성적으로 자신을 흥분시키고 충족하여줄 것, 자신이 잘못하더라도 용서하고 인정해줄 것, 그리고 자신의 약점을 잘 보완하여 성공으로 이끌어줄 것 등을 바란다.

남성이 여성에게 바라는 이런 특성들은 사실 자기 자신이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다. 물론 남성은 우선 자신에게 주어진 남성적 역할을 완수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남성은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근면한 생활습관, 합리적 사고방식, 동료에 대한 신의, 과감할 수 있는 용기 등의 품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남성적 태도를 잘 훈련했다고 해서 그가 ‘좋은 남자’라고 할 수는 없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는 남성이 가족들에게는 기피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시 말하여 남성이라 하여 강할 뿐만 아니라 여성 못지 않은 부드러움과 감수성을 가지고 상대를 양육하고 자신을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좋은 남자’란 잘 발달된 남성적 태도와 함께 여성적 특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남성이다.

보수적인 성 역할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성은 ‘여자나 할 일’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런 남성은 남성적 역할에만 충실해왔기 때문에 그의 여성적 특성은 무의식에 머물러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완고하고 폭력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유아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남성이 여성적 특성을 충족하는 것은 다른 여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부인을 억압해서라도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채우도록 요구한다. 만일 자신의 부인이 이런 점에서 미흡하다고 느끼면 다른 여성을 통해서라도 해결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사랑하지도 않는 다른 여성과의 성적 모험을 저지르거나, 또 사회적으로는 존경 받는 중년 신사가 어울리지 않는 어린 여성과의 유희에 빠져서 신세를 망치는 일들이 생기곤 한다.

현대적인 남성들은 맞벌이 여부와 관계없이 가사분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여자가 할 일’을 잘하는 남성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여성적 특성이 발달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부부상담을 하다 보면 살림에 서투른 부인을 끊임없이 타박하는 남편을 종종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이 남편은 부인과 협력하기 보다는 경쟁하는 셈이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남성적 발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잉 되는 여성적 특성이 잔소리로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좋은 남자’에게서 볼 수 있는 훌륭한 특성들로는 절제, 유연, 관용 등이 있다. 이런 남편은 자신의 이성적 분별력을 유지하면서도 부인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 자존심을 잃지 않으면서 부인의 영향력을 존중한다.

그 결과 이들 부부는 풍부한 대화와 공동 활동을 누리며 나아가 성적 욕구, 자녀 양육, 가정 경제 등에서도 성공적인 생활을 이룰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좋은 부인’을 얻으려는 남성은 먼저 자신이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수룡 www.npspecialist.co.kr

입력시간 : 2008-12-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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