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북하우스·박수근 미술관·이원아트빌리지 등 겨울 유혹

겨울은 묘한 매력이 있다. 대지의 부산스러움이 차분하게 정리된다. 고요하고 호흡이 상쾌하다. 갤러리를 산책하기에는 이런 날이 좋다. 하얀 캔버스에 그려진 원색의 그림들, 넓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모두 ‘작품’이다. 조용하고 재미있는 갤러리를 소개한다.

■ 경기 파주 헤이리 북하우스

겨울 헤이리는 유럽의 작은 전원마을을 연상시킨다. 찬바람을 비웃듯 서로의 어깨를 꼭 맞대고 걷는 연인들,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 은은한 조명이 켜진 갤러리, 카페와 어우러진 사람들 모두 이곳에서는 풍경이다.

헤이리마을 한 복판에 북하우스(031-949-9305)가 있다. 도서출판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가 영국에서 본 ‘헌책방이 있는 큰 성’을 테마로 탄생시킨 복합문화공간이다. 거대한 그랜드피아노 모양의 3층 건물 안에는 갤러리, 북스토어, 레스토랑이 모두 있다. 주변은 소담한 정원으로 꾸며져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건물 외관이 나무로 돼 있어 겨울에도 따뜻한 느낌이 든다.

이색적인 곳은 북스토어다.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 통로를 따라 하얀 책장이 건물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고 이 안에 책들이 장르별로 깔끔하게 진열돼 있다. 책장과 형형색색의 책들은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조화를 이룬다. 책을 뒤적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길사에서 발행된 책 뿐 아니라 사진, 건축, 회화, 여행 등 예술관련 서적과 동화책 등이 상당수다.

별도의 갤러리도 있다. 전속 큐레이터가 선정한 작가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선정한다. 20일까지는 독일의 막스 뉴먼, 일본의 타미코 와타나베, 우리나라 최나리 등 최근 촉망받는 컨템퍼러리 작가 5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카페 ‘윌리엄모리스’, 레스토랑 ‘포레스타’도 운치가 있다. 휴식을 취하며 넓은 창으로 드는 늦은 오후의 볕을 쬐 보시길. 겨울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음을 실감한다.

3- 박수근 미술관
4- 박수근 전시실
5- 이원아트빌리지 설경

■ 강원 양구 박수근 미술관

국내 서양화의 대가 박수근 미술관(033-480-2655)이 양구에 있다. 2005년 그의 집이 있었던 정림리 야트막한 사명산 자락에 지어졌다. 전시실에는 판화, 수채화, 유화, 드로잉 등 그의 작품 40여점을 전시 중이다.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지만 한국적 주제를 서민적 감각으로 다룬 박수근 특유의 ‘색깔’을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미술관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재미다. 미술관과 주변 조경은 ‘소년과 낮달(낮에 나온 달)’이라는 테마로 꾸며졌다. 박수근이 유년기를 보냈던 ‘고향’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래서 조각배 모양의 건물 주변으로 개울과 뜰과 나무와 숲이 훼손되지 않은 채 정갈하게 자리잡았다.

미술관 옆에는 박수근마을이 있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작업공간으로 꾸민 곳이다. 이곳 앞마당도 산책하기에 좋다.

미술관 뒤편 야트막한 동산에는 그의 무덤이 있다. 걸어서 10분이면 닿는다. 무덤은 원래 경기 포천에 있었는데 2004년 유족과 합의 하에 이곳으로 이장했다. 무덤으로 향하는 길은 고즈넉한 숲길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바스락거리는, 흙 뭉개지는 소리가 그의 그림을 떠오르게 만든다.

■ 충북 진천 이원아트빌리지

건축가 원대연, 사진작가 이숙경 부부가 조성한 이원아트빌리지(043-536-7985) 역시 상촌미술관, 아틀리에, 휴게실 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로맨틱한 문학적 영감에 빠지게 된다.

수많은 건물들은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듯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사이사이 절묘하게 나무와 정원이 들어서 빌리지 전체가 거대한 설치작품같다. 작은 창문에 드는 빛의 방향까지 고려한 세심함을 생각하면 눈 돌리는 곳마다 볼거리가 가득하다.

빌리지 내에 있는 상촌미술관은 내부 공간이 이색적이다. 인공조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연채광을 최대한 살린 건축미가 돋보인다.



김성환기자 spam001@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