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비만 레이저 시술 체험VS레이저로 단단한 지방세포 풀고 고주파 레이저로 녹이고 림프관 통해

말로는 이놈의 뱃살만 없앨 수 있다면 물구나무 선 채로 박수라도 치겠다고 하지만 막상 날카로운 바늘이니 메스니 하는 것만 봐도 간이 쪼그라들고 만다. 그러니 칼도 바늘도 대지 않고 배 둘레를 줄일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할 수 밖에. 50대 중반에 접어든 직장 여성이 VS 레이저 복부 시술을 직접 체험했다.

수술 없이 복부 비만을 해결한다? 이건 흡사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보험료를 지급해준다는 말처럼 귀가 솔깃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선뜻 믿기 어렵다. 대가 없는 성취가 어디 있겠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 아무리 울트라 다이나믹 지방 파괴술이라는 화려한 이름을 달고 있다 해도, 과연 레이저를 쬐는 것만으로 정말 배가 쏙 들어갈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시작했다.

청담동에 위치한 클리닉은 척 봐도 대충 가격대가 짐작이 될 정도로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럴 경우 가장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은 카페트의 푹신함 보다는 어느 정도의 프라이버시를 보장 받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역시나 문 닫는 소리, 걷는 소리 하나 거슬리지 않고 직원들의 말 소리도 조용조용하다.

분명히 환자가 나 혼자만은 아닐 텐데 얼굴을 마주친 환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도 신기하다. 상담에 앞서 체중, 체지방 량, 배 둘레 등을 측정했다. 키 171cm에 몸무게 71.2kg. 30대 후반까지 줄곧 55kg을 유지했는데… 새삼 비참한 기분이 되어 원장과의 상담에 들어갔다.

“전형적인 나잇살이네요. 30대 후반에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살이 찌셨죠? 폐경을 전후로 한번 더 찌셨을 거구요. 게을러서나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호르몬 때문이에요. 이렇게 생긴 지방 세포는 이미 섬유화 되었기 때문에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는 빼기 힘들어요.”

이럴 수가. 그래, 게을러서 살이 찐 게 아니었구나. 노화에 따라 호르몬의 영향으로 살이 찌는 사람이 90%가 넘는다니… 가혹한 인체의 법칙에 한탄하고 있을 즈음 원장의 말이 이어졌다.

“큰 키를 감안해도 체지방이 많은 편이에요. 적정 체지방 량은 16~18 정도인데 21.5네요. 대략 세 번 정도 받으시면 정상 범위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몸무게보다는 체지방 량을 기준으로 하는 게 정확해요. 화장실 한번만 다녀와도 변하는 게 체중이니까요.”

죽어도 안 빠지는 뱃살, 이유는 따로 있다

첫 시술은 말로만 듣던 VS 레이저로 시작했다. 단단하게 결합된 지방세포를 풀어내고 림프관을 통해 빨리 배출되도록 돕는단다. 거기다 콜라겐을 증진시켜서 살을 빼고도 탄력이 오히려 높아진다니 그 말 대로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처음에는 손에 들어오는 크기의 작은 핸디 롤러로 배를 문지르던 원장이 이내 “촬영 끝나셨나요?” 라고 묻는다. 끝났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어디선가 무지막지하게 큰 롤러를 꺼내든다. 같은 기구인데 크기만 다른 거란다. “세게 해야 효과가 크거든요”

가녀린 체구의 원장은 연약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이 10KG 짜리 아령만큼 커다란 롤러로 힘차게 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좀 무섭기도 했지만 이왕 할 거 최대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세게 해준다면 나야 고마운 일이고, 그리고 못 견딜 만큼 아픈 것도 아니었다. 10분 후 장비가 교체 됐다.

VS 레이저는 온도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10분 이상 하면 멍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계속 옆에서 간호사가 온도를 쟀나 보다. 이어지는 시술은 고주파 레이저. 이제 본격적으로 지방을 녹이는 순서다. 의사의 말로는 고주파 레이저는 한번 할 때 오래 해야지, 여러 번 짧게 하는 것으로는 효과가 없단다.

최소 50분 이상 해야 지방이 녹는다고 하니 언제 끝날까 하는 생각은 잊고 아예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다행히 고주파 레이저 기계에는 쿨링 기능이 있어 문지르는 내내 따끈하다는 느낌만 받았다. 배가 뜨뜻해져 오니 기분이 좋아져 종알종알 운동 방법을 일러주는 간호사의 말을 자장가 삼아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운동은 분해된 지방이 빠져나가기 위한 유산소 운동 위주로 해주시면 좋아요. 뱃살 빼신다고 윗몸 일으키기 같은 운동을 집중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러면 근육이랑 지방이 뭉쳐서 점점 더 빼기 힘들어져요. 굳이 헬스 클럽 가실 필요 없이 달리기나 자전거, 하늘 자전거 같은 운동 하시면 좋고요, 림프 맛사지도 수시로 해주시고요”

섬유화 된 지방, 운동으로도 못 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거세게 배를 잡아 당기는 느낌에 눈을 떴다. 어느새 레이저 시술이 끝나고 마지막 배출 관리 중이었다. 전동 마사지 기구로 배를 힘차게 문지르고 빨아들이고 하는데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세기였다. 특히 림프 주변을 집중적으로 마사지했다. 지방 분해 시술의 경우 배출 속도가 곧 살 빠지는 속도이기 때문에 배출에 크게 신경 쓰는 편이라고.

일주일 후에 뒷 허리 시술을 받기로 하고 귀가했다. 일주일 동안 조금이라도 더 걷기 위해 신경을 썼지만 따로 운동을 더 하지는 못했다. 식사량을 일부러 줄이면 요요현상이 올 것 같아 음식도 평소 그대로 먹었다. 굳이 배 둘레를 재지는 않았지만 배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전 같으면 아무리 힘을 주어도 제멋대로 놀던 뱃살이 이제는 ‘흡’하고 힘을 주면 제법 올라 붙는 것이 아닌가. 50대에 접어든 이후로는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다. 항상 힘없이 주름져 있던 뱃살이 삶은 계란 흰자처럼 탱탱해져 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했다. 옷으로 가리면 효과는 더 커져서 가끔은 배가 거의 안 나온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일주일 후 다시 찾아간 클리닉에서 측정 결과, 21.5 kg이었던 체지방 량은 21.2kg으로 줄어 있었다. 모조리 복부에서 빠진 것이었다. 체중은 71.2kg에서 69.5kg로, 100.5cm였던 배 둘레는 96.8cm로 줄었다.

“오늘 뒷 허리 시술을 받으시면 더 감량이 될 거에요. 시술을 받은 이후로 1~2주간이 가장 많이 빠지는 기간이거든요”

출혈 하나 없이 배 위를 그저 롤러로 문지른 것 뿐인데 체지방이 줄었다니 새삼 신기했다. 지난번과 동일한 시술을 뒷 허리 부위에 받으면서는 좀 더 세게 밀어주기를 은근히 바랬다.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욕심이 생겨서일까? 클리닉 문을 열고 나오면서 습관적으로 배에 힘을 주어 보았다. ‘착’하고 올라 붙는 뱃살에 자신감까지 덩달아 올라 붙었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