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최고의 가라지(Garage) 와인 '샤토 발란드로' 국내 상륙

가수 비의 최신 히트곡 '레이니즘'에 등장하는 단어, '배드 보이(Bad boy)'. 꼭 노래 가삿말이기만 할까? 프랑스에서 온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최고의 와인 산지, 보르도. 대대로 내려 오는 전통과 규율을 중시하기로 소문난 이들 사이에도 '혁명가'들은 존재한다. 바로 '컬트(Cult) 와인'으로도 불리는 가라지 와인 메이커들이다. 그리고 그 중의 한 명, 샤토 발란드로(Chateau Valandraud)의 오너인 장 뤽 뛰느뱅이 국내 시장을 찾아왔다.

가라지 와인이라면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혁신적인 와인 메이커들이 창의적인 도전정신을 갖고 만든 와인을 가리킨다. 작은 규모의 포도밭에서 최고급 품질의 와인을 소량만 생산, 품질과 소장 가치를 높이는 프리미엄급 와인. 1990년대부터 각광받기 시작, 샤토 르팽과 함께 샤토 발란드로가 특히 유명하다.

때문에 가라지 와인은 보르도의 전통과 역사를 그대로 승계한다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자이기도 하다. 뛰느뱅 역시 그러하다.

은행원 출신인 그는 1989년 아내와 함께 와인 양조의 길을 선택했다. 정식으로 양조 교육을 받지 못한 그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조롱' 수준. 하지만 그는 '샤토의 규모나 전통 보다는 떼루아(토양)와 사람의 노력을 최상으로 조화시켜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첫 결실은 1991년 빈티지 와인. 품질과 인기가 입증되면서 지금 이 와인은 출시 당시 보다 8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또 로버트 파커로부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1995년 빈티지는 최고 10배까지 가격이 뛰었다.

93년 이후 그가 만든 와인 거의 대부분은 로버트 파커와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꾸준히 받고 있을 정도. 그가 만드는 와인의 품질이 프리미엄급이란 증명서인 셈이다.

한편으로 보르도의 기존 방식에 저항하고 맞선 모양새지만 결과적으로는 보르도의 명성을 한층 더 증폭시키고 있는 그의 도전 정신은 독특한 와인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바로 대표작인 '배드 보이'.

프랑스 속담에 '검은 양'은 일반적인 하얀 양과 다른 특이한 존재를 가리킨다. 뛰느뱅은 자신을 관습과 규율을 깬 검은 양에 빗대 레이블에 그려 놓어 자신이 '괴짜'임을 표현하고 있다. 지나치게 전통을 고수하는 고루한 보르도의 와인 메이커들에 대한 '도전장'이기도 하다.

로버트 파커가 지지하고 세계 50대 컬트 와인으로 선정되는 등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그의 양조 방식에도 나름대로의 고집이 있다. 병입 전에 필터링을 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100% 새 오크통에서만 숙성과정을 거친다. 숙성기간은 수확 년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개 18~30개월 정도.

"떼루아(토양)는 와인을 만드는 재료에 가깝습니다. 즉 같은 떼루아라도 어떤 사람이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와인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결국 떼루아 보다 사람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확신합니다." 그는 자신의 성공 이유에 대해 '열심히 일했다'고 말한다. "저는 가난했을 때도 비싼 와인을 사서 마셨습니다.

좋은 집, 좋은 차 보다 좋은 와인이 더 좋거든요." 샤토 발란드로의 와인은 와인 브랜드 '에스 레젤로'를 앞세운 SK네트웍스가 국내 유통을 담당한다. '나쁜 소년'이 만든 와인 맛이 '얼마나 나쁠지(?)' 궁금해 진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