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없이 주사 이용한 수핵성형술, 통증 줄인 스파인메드 치료 효과적

겨울 추위의 완성은 바람이라는 말이 있다. 평년에 비해 포근한 날씨이지만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옷 속을 파고드는 시린 바람에는 그만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종종 걸음을 치게 된다. 그러나 이 습관적인 몸짓이 나중에 가져오는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다.

20대 중반의 박 모씨는 얼마 전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허리 통증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 낫겠거니 하고 기다렸지만 그 인내는 결국 어느 늦은 토요일 오후 친구의 도움으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이송되면서 허망하게 끝이 났다. MRI 촬영 결과 나온 진단명은 황당하게도 허리 디스크. 꽃다운 나이에 맞은 날벼락이다.

20~30대 허리 건강에 비상

젊은 허리 디스크 환자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노화에 따른 질병으로 여겨졌던 디스크가 20~30대, 심지어 고등 학생들에게서도 나타난다. 디스크는 척추골 사이 쿠션으로 들어있는 섬유태가 찢어져서 안에 들어있는 수핵이 흘러 나와 신경을 압박함으로써 통증을 유발한다.

원인은 오랜 착석 자세, 그리고 운동 부족이다. 사무실에 장시간 앉아 일하는 직장인들은 물론이고 공부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누워 있을 때 허리가 받치는 무게는 25kg 정도. 일어나면 100kg으로 늘어나며, 우리가 흔히 취하는 약간 구부려 앉는 자세에서는 자그마치 200kg의 무게를 허리로 받치게 된다. 우리의 척추는 생각보다 튼튼하지만 하루에 8시간씩, 매일 계속되는 압박에는 버틸 도리가 없다. 여기에 가끔씩 커피 타러 가는 것이 운동의 전부라면 척추 뼈 사이의 연골, 즉 디스크가 받는 압박은 점점 커져 결국 찢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여기로부터 흘러나오는 수핵이 슬슬 신경을 압박하기 시작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마침 추위로 몸을 바짝 움츠렸다면 이 압박이 극도로 커지면서 '찌르르' 하는 고통이 덮치고 심한 경우에는 박 모씨처럼 구급차 신세를 지게 되는 것이다.

흔히 디스크를 직립 보행과 맞바꾼 질병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디스크를 정복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계속돼 왔다. 물리 치료, 레이저, 최근에는 내시경을 통한 수술까지… 그러나 수술에 드는 시간, 비용, 고통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한번에 완치되지 않고 각설이처럼 다시 찾아오는 것이 디스크라는 병이다.

주사를 이용한 디스크 치료법이 환영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카시아 신경외과 정병우 원장이 '디스크 수핵 성형술'이라 부르며 시행하고 있는 이 시술은 주사 바늘을 이용해 수핵을 처리하는 방법이다. 0.8mm 정도의 가느다란 바늘을 터진 디스크에 찔러 넣으면 바늘에서 나오는 저온의 고주파가 흘러나온 수핵을 분해해 제거하고 디스크를 수축, 응고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술에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 대부분 한 번의 시술로 치료가 끝나며 응고된 디스크는 이전보다 더 탄력이 강화돼 노년에 찾아올 수 있는 디스크를 예방한다는 것이 병원측의 설명이다.

디스크, 수술에서 시술의 영역으로

주사로 디스크를 치료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완치보다는 아무래도 급한 불을 끄는 정도가 아닐까?

"현재까지 치료한 환자 중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는 전체의 1% 미만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연골의 파괴가 이미 많이 진행돼 수핵이 지나치게 흘러나왔거나 아니면 신경 통로가 좁아지는 척추 협착증인 경우인데, 이럴 때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이를 판단하는 것도 의사의 몫이므로 숙련된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병우 원장의 말이다. 정 원장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주사를 이용한 디스크 치료 방법을 임상에 적용한 전문의로, 척추 관련 수술에서 국내 연간 최다 수술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 치료법이 가장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상태는 디스크가 터지기 직전, 또는 터진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다. 이때는 수핵이 얼마 흘러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디스크에 걸리기 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복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신 마취를 하지 않기 때문에 후유증이 적어 다음날 출근이 가능하며 통증이나 비용 면에서도 수술보다 낫다. 한 마디로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디스크 증세에는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수술까지 가는 것이 꺼려진다면 무중력 감압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연골 자체에 이미 수분이 마른 상태라 수술로 인한 효과가 적은 편이어서 이러한 치료가 권장된다. 무중력 감압 치료는 우주인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허리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에서 착안한 치료법으로 스파인메드(SpineMED)라는 치료기를 통해 디스크가 받는 압력을 낮추는 방법이다. 정병우 원장은 "디스크가 받는 압력이 감소되면 빠져 나온 디스크가 다시 원 위치로 돌아가면서 통증이 감소하고 손상된 디스크가 치유된다"면서 "한번으로는 완치가 어렵고 보통 스무 번 정도 치료를 반복하면 점차 디스크를 원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나온 비수술 방법 중에서는 가장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타의 디스크 치료와 마찬가지로 주사 요법이나 무중력 감압 치료 역시 운동과 병행하면 상승 효과를 낸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운동하는 것은 절대 금물. 디스크가 발병하면 일단 안정을 취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질 때 운동을 시작한다. 동네를 천천히 걷는 것부터 시작해서 취향에 따라 수영이나 등산으로 바꿔가는 것도 좋고, 바깥 외출이 어렵다면 실내 사이클도 추천할 만한 운동이다. 아무래도 오래 앉아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평소의 자세는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책상에 종일 앉아 있는 직업이라면 40~50분에 한번씩 쉬어줘야 한다. 누울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일어나 10분 정도 슬슬 걷는 것만으로도 척추가 쉴 수 있다. 장거리를 운전해서 갈 때도 마찬가지다. 휴게소에 들렀을 때 좌석에만 앉아 있지 말고 화장실에라도 다녀오도록 하자. 앉을 때는 등 허리 부근에 작은 쿠션을 대주는 것이 좋다.

도움말: 아카시아 신경외과 정병우 원장, 전 안세병원 척추센터 소장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