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브로콜리와 함께, 피자 먹을 때는 콜라 대신 토마토 주스를

슬로 푸드가 인기를 얻고 웰빙 푸드가 대세라고 해도 패스트 푸드가 사라질 일은 없다. 라면 만큼 빨리, 햄버거처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나오지 않은 한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단, 건강하게.

라면

라면의 가장 고약한 특징은 유독 밤에 간절하게 떠오른다는 점이다. 덮어 놓고 참는 것도 하루 이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는 이렇게 먹자.

▪ 라면을 끓일 때 면과 스프를 따로 끓여 먹으면 칼로리가 줄어든다는 말이 있는데 이 방법은 실제로 효과가 있다. 기름의 일부가 버려지기 때문에 열량도 줄고 맛도 더 담백해지는 것. 방법은 이렇다. 라면의 면을 먼저 끓여내고 익을 때쯤 물을 버리고 찬물로 헹군다. 물을 따로 끓여 스프와 헹군 면을 넣어 마저 끓인다. 녹차 티백을 넣어 끓이면 열량이 줄어든다는 속설도 있지만 이는 검증되지 않았다. 괜히 맛만 떫어지니 그냥 라면 먹은 후 따로 녹차를 마시는 것이 낫다.

▪ 고열량 외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영양 불균형. 라면은 유탕 처리된 탄수화물 식품이기 때문에 단백질이나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소는 거의 들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파를 송송 썰어 넣거나 말린 표고 버섯 등을 넣어 먹는 것이 좋다. 영양뿐 아니라 맛도 업그레이드 된다. 야채로 인해 라면 고유의 맛이 변하는 것이 싫다면 브로콜리를 넣어 먹어 보자. 브로콜리는 맛이 강하지 않은 데다가 비타민 A와 C, 그리고 항암 성분인 셀레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 또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은 국물. 이 국물을 다 먹었다가는 염분과 합성 첨가물이 듬뿍 들어간 스프를 그대로 들이마시는 격이다. 여기에 밥까지 말아 먹는 것은 최악이다. 일주일의 다이어트가 한 순간에 날아가게 된다. 처음부터 스프를 조절해서 넣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햄버거

웰빙 열풍에 밀려 안티 팬이 늘었다지만 그 맛과 간편함의 매력을 눈 앞에 두고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약간의 정보를 알고 있으면 조금은 가볍게 즐길 수 있다.

▪ 햄버거를 고를 때는 우선 사이즈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요즘은 이름 앞에 슈퍼, 자이언트, 더블 등의 단어들이 붙으면서 한 입에 먹기 힘들 정도로 큰 햄버거들이 나오고 있다. 가능하면 작은 사이즈로 고르고, 안의 내용물 중 드레싱, 특히 마요네즈가 많이 들어 간 것은 피한다. 햄버거를 시켜놓고 살찔까 봐 겁이 나 소스를 긁어내고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괜히 주변 사람들 식욕 떨어뜨리지 말고 그냥 처음부터 플레인 버거로 골라라.

▪ 햄버거가 몸에 나쁜 음식의 대명사로 등극한 데에는 항상 따라 다니는 프렌치 프라이와 콜라의 역할이 크다. 햄버거만 주문하려고 해도 "세트와 200원 차이인데 따로 드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점원의 유혹을 거절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러나 프렌치 프라이는 기름과 소금 범벅에 열량은 거의 300kcal에 육박한다. 단호하게 햄버거만 주문하고 콜라 대신 저지방 우유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콜라에 익숙해져 바꾸기 어려울 것 같지만 우유와 먹어도 의외로 맛있다. 밀크 셰이크나 애플 파이 코너는 쳐다보지도 말라.

▪ 야채를 보충한다고 햄버거 가게에서 파는 코울슬로(양배추 샐러드)나 콘 샐러드와 함께 먹는 사람도 있는데 먹어보면 알겠지만 여기에도 상당한 기름이 들어가 있다. 당연히 칼로리도 높다. 야채를 섭취하려면 그린 샐러드를 먹는 것이 좋다.

피자

주말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밥통에 밥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피자를 시켜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면 그냥 먹되, 단 토핑에 신경 쓰라.

▪ 피자는 그런대로 영양의 균형이 잡힌 음식 중 하나다. 문제는 야채와 고기가 적절히 배합된 피자 보다는 페퍼로니, 베이컨, 치즈가 주인공에 야채는 예의상으로만 올린 피자가 더 잘 팔린다는 것. 토마토, 시금치, 버섯 등이 토핑으로 올려진 피자를 고르고 부족한 영양소는 샐러드로 보충하는 것이 좋다. 피자 가게에서 일정 가격에 무한대로 제공하는 샐러드 바는 영양소 보충 보다는 사실 열량 보충에 더 가깝다. 알다시피 마요네즈에 범벅 된 마카로니, 호박, 감자 샐러드는 탄수화물 공급원이므로 피자의 지방질과 함께 허리 살을 늘리는 일등 공신들이다.

▪ 피자의 두께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담백하게만 느껴지는 도우에도 만들 때 상당량의 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두꺼운 팬 피자보다는 도우가 얇고 바삭한 씬 피자나 스크린 피자를 택하라. 도우에 치즈를 넣거나 심지어 커다란 소시지를 끼워 넣은 피자도 있는데 이는 당연히 피해야 할 것들.

▪ 피자 역시 콜라와 단짝 친구다. 대신할 음료로는 지방 축적 억제 효과를 공식적으로 인정 받은 녹차가 이상적이지만, 도저히 피자 먹는 기분이 나지 않아 싫다면 야채 주스는 어떨까? 사과와 당근을 함께 갈거나, 토마토를 갈아 만든 주스는 의외로 피자와 훌륭하게 어울릴 뿐 아니라 포만감도 주기 때문에 피자 먹는 양을 줄일 수 있다. 만들어 먹기 귀찮다면 시판하는 무가당 오렌지 주스도 좋다.

치킨

퇴근 길 코를 자극하는 고소한 치킨 냄새, 먹다 보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어느 새 맥주 한잔까지 마시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까?

▪ 닭은 죄가 없다. 닭 고기는 이미 알다시피 훌륭한 단백질과 지방 공급원이다. 다만 그 닭을 기름에 튀겼을 때 열량은 껑충 올라가게 되고 여기에 양념까지 바르면 하루에 섭취해야 할 칼로리와 맞먹게 되는 것이 문제다. 튀기지 않고 찌거나 삶아 먹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치킨 고유의 풍미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영 부족하다. 치킨의 장점은 지방질 제거가 쉽다는 것. 껍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벗겨 내고 먹는 것만으로 열량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중간중간 양배추 샐러드를 먹는 것도 포만감이 들기 때문에 좋은 습관이다. 단, 드레싱은 좀 덜어 내고 먹어야 한다.

▪ 최근에는 올리브 유에 튀겼다는, 이른바 프리미엄 치킨들이 나오고 있다. 올리브유는 다른 유지에 비해 단일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아 몸에 좋을 수는 있다. 하지만 몸에 좋다는 것은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지, 살도 덜 찌고, 영양소 섭취도 골고루 이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안심하고 많이 먹을까 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식사 대용으로 자주 먹을 경우 영양 불균형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때맞춰 치킨 값도 올랐으니 이 기회에 좀 줄여보자.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만 먹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

도움말: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장남수 교수,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성미경 교수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