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가니에르는 보통 3~4개월 마다 메뉴를 달리 한다. 어제 가서 먹었던 음식이 다음에 갔을 때는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철 재료를 사용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가 끊임없이 창조해 내는'식탁 위의 마술'이 계속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점심 세트의 경우는 한 두 달 마다 단위로 변화의 폭이 더 짧다.

1. 애피타이저 전에 입 맛을 다시게 해 주는 '푀히테''껍질을 벗겨 먹는 과자'란 의미로 씹으면 바삭바삭한 종류들이 대부분이다. 언뜻 보기에도 고품격스러워 보이는 버터는 짭짤한 것이 그냥 먹어도 맛있다. 프랑스 내에서도 최고급 'AOC'급 가염 버터로 그간 국내에서는 거의 맛볼 수 없었던 종류다.

2. 애피타이저로 3가지가 나온다.

신선한게살, 파마산 치즈와 호박, 구아바잎 향의 사과젤리.송아지 뽀삐에뜨, 전복, 훈제아지, 보라빛올리브, 쉐리와인비네거주스, 키조개, 자몽 마멀레이드와 적파프리카 꽁피, 안동소주샤벳.

3. 수프처럼 보이지만 수프가 아니다. 하지만 수프처럼 숟가락으로 떠 먹어야만 한다. 마니게뜨 송이버섯 호아이얄, 크림, 귤, 크레송과 쌀수플레. 샴페인이 가미된 성게주스 소스의 조개살과 꼴뚜기는 비로소 수프 같다. 국물 육수가 있기 때문.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안에는 건과토스트, 방어, 멍게, 깻잎이 들어 있다.

4. 역시 해물 요리로 다시 이어진다. 무려 3가지. 가리비, 훈제베이컨, 브로컬리 퓨레와 커리향의 컬리 플라워.제주도산 랑구스틴, 샤프란향의 비스크, 그린 망고와 바질.레몬그라스 향의 포쉐, 석류와 인삼 빳뜨.

5. 이제사 비로소 수프가 서빙된다. 이름은 '그리그리' 앵퓌지웅. 각종 야채를 넣어 끓인 스톡(육수)을 뜨거울 때 부어준다.

6. 메인 요리로로 2가지가 준비돼 있다.

사라왁 후추와 구운 횡성한우 안심 위에 아키텐 캐비어(철갑상어알)가 얹혀져 있다. 고기 밑에 보이는 것은 얇은 빵처럼 만든 부드러운 메밀 크렙과 오리사낭 꽁피, 와사비가 든 비트소스.

갑오징어 빠쁘요트, 프렌치 스타일의 김치와 오리간 큐브. 갑오징어 살을 얇게 저며 속을 채워 넣었다. 보통 스테이크 옆에 나오는 감자를 마치 무스처럼 아주 부드럽게 으깬 감자 무슬린이 따로 제공되는 것이 이채롭다.

7. 아이스크림처럼 보이지만 염소 치즈다. 겉에 코코넛 가루를 뿌려 놓았고 흑마늘 미후와 고추향을 가미한 허브 샐러드를 뿌려 놓았다. 꼭 '치즈 + 샐러드' 같다.

8. 피에르 가니에르 스타일의 5가지 디저트. 디저트는 셰프 가니에르가 무척 신경쓰는 부분 중 하나. 그의 예술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바나나칩 과 오렌지 당근 소스, 자두 마멀레이드, 쇼콜라, 각종 크림을 샌드위치처럼 겹겹이 쌓아 올린 샌드형 디저트 등.

9. 마지막으로 입가심을 위한 피날레 메뉴 '쁘띠쁘와' 단 맛이 강하고 시원한 차로 마무리한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