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가족여행] 바닷가 언덕따라 자수정처럼 반짝이는 꽃물결 장관


흰 털을 잔뜩 달고 있는 꽃대와 잎,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채 피는 짙은 자주색 꽃이 특징인 할미꽃은 장흥의 바닷가 언덕에서 다른 봄꽃들보다 먼저 피어 봄소식을 전한다.

사실 개나리, 벚꽃 등 봄을 알리는 꽃은 많지만 할미꽃이 '봄의 전령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 장흥군이 자랑하는 청정바다인 득량만이 내려다보이는 한재공원에 가면 따뜻한 남도의 바람을 맞으며 할미꽃들이 피어나는 풍경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서의 이색적인 꽃구경은 남다른 새봄맞이가 될 것이다.

전남 장흥군 회진면 한재공원에 있는 할미꽃 군락은 전국 최대 규모다. 한재공원의 양지바른 능선 약 10만㎡에 걸쳐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는 자생 할미꽃은 보통 3월 초순부터 꽃대가 일어서기 시작하고 3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꽃봉오리가 봉긋 봉긋 올라온다. 그리고 3월 하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할미꽃이 지천으로 피어나 가히 장관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미나리 아재비과의 할미꽃은 작은 키에 꽃대마저 구부러져 있어 얼핏 보면 초라한 들꽃 같다. 그러나 사진작가가 접사 촬영을 하듯 꽃봉오리로 가까이 다가가 보면 의외로 아름다운 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른 아침이나 오후의 비스듬한 햇살을 받은 짙은 자주색 꽃은 투명한 자수정처럼 반짝거린다. 그리고 어린아이 솜털 같은 꽃잎 주변의 잔털은 마치 민들레 홀씨같이 가볍고 보드랍다.

세간에 알려져 있기로는 할미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가 할머니처럼 구부러져 있는 꽃대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할미꽃의 이름 유래와 관련해서는 다른 주장도 있다.

4∼5월 경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암술날개가 하얗게 부풀어져 영락없이 백발노인이 머리칼을 풀어헤친 모양이 되는 것에서 유래됐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한자어로는 할미꽃을 '백두옹(白頭翁)'으로 쓰기도 한다. 할미꽃은 사람에게도 유익한 꽃으로 지혈·소염·건위 등에 다른 약재와 함께 쓰인다.

할미꽃의 꽃말은 `슬픔, 추억'이다. '시집보낸 큰 손녀를 찾아갔다가 박대 받고 작은 손녀를 찾아가다 허기와 추위에 지쳐 죽은 할머니'의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 아이들과 함께 할미꽃 군락지를 찾아가서 할미꽃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뒷동산의 할미꽃 호호백발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이란 동요의 의미도 알려주면 좋을 것이다.

한재공원 할미꽃 군락지 나들이는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 도덕적으로 문란해지고 각박해지는 현대인들에게 할미꽃의 전설을 통하여 부모에 대한 효도와 자식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장흥군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회진항에서 손을 뻗으면 쉽게 잡힐 것 같은 한재공원은 작은 동산이다. 본격적으로 할미꽃이 모여 피어 있는 곳은 중턱 쯤. 산 아래부터 중턱까지는 자동차로 오를 수 있다.

이곳부터는 발아래를 살피면서 조심해 걸어야 한다. 할미꽃은 키 작은 꽃이기 때문에 자칫 발로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오솔길 같은 탐방로를 따라 걸어 오르며 양지바른 곳에 모여 핀 할미꽃 구경을 하다보면 어느덧 한재공원 정상.

불과 30분이면 오를 수 있는 정상이지만 할미꽃 구경에 빠지다보면 1시간도 부족하다. 정상에 서면 동산의 깨끗한 바다의 다도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출발지였던 회진항이 지척이고 고흥 소록도, 금당도, 득량만 바다도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소설가 한승원의 생가가 있는 곳도 머지않다. 욕심을 부려 새벽에 조금 서둘러 오르면 일출의 장관도 만날 수 있다.




흥겨운 장흥토요시장

토요일에 가족과 함께 장흥 나들이를 나섰다면 장흥읍내 탐진강변에서 열리는 토요풍물시장을 꼭 들러보자. 푸짐하면서도 맛깔스런 남도 음식과 장흥의 대표 특산물, 다양한 체험거리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토요 시장에서는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먹거리. 민속광장에 있는 토속음식점에서는 장흥산 키조개와 매생이, 장흥낙지와 바지락, 주꾸미, 촌닭떡국 등 옛 시골장터의 계절별 음식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장흥에서 생산된 한우고기 때문에 토요시장을 즐겨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값싸고 품질이 좋다. 축협 등에서 운영하는 한우판매장 등에서 부위별 판매하는 고기를 구입한 후 인근식당에서 요리해 먹을 수도 있다(구이:6,000원, 육회, 주물럭:10,000원)




글, 사진 정보상 (여행작가, 와우트래블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