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 스타 셰프 유치, 유명 레스토랑·특급 호텔과 제휴 적극 나서

1-아시아나 라운지 셰프 서비스
2-밀레니엄 서울힐튼의 박효남 총지배인과 크리스티안 쉰들러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한국지사장, 에릭 스완슨 밀레니엄 서울힐튼 총지배인(오른쪽부터)이 함께 스타셰프 임명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3-싱가포르항공 와인 컨설턴트 지니 조 리(Jeannie Cho Lee)
4-이학성(왼쪽 3번째) 롯데호텔 도림 셰프 등 조리사들이 기내 특별식을 선보이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갈 때 하게 되는 고민(?) 중의 하나!

'어느 항공사를 골라야 하나?' 날짜와 장소가 정해지면 요금, 마일리지 혜택 등 몇 가지 사항을 체크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 항공사를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늘어났다. 다름 아닌 비행기 안에서 제공되는 음식, '기내식'이다.

'하늘 위의 식탁' 비행기 기내식이 '럭셔리화 트렌드' 시대를 맞고 있다. 유명한 셰프(조리장)가 개발하고 마련한 음식이 기내에서 제공되는가 하면 항공사들이 이름난 레스토랑이나 특급 호텔들과의 제휴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최근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의 박효남 총주방장(상무)을 한국의 '스타셰프'로 임명했다. 스타셰프란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들이 손수 준비한 메뉴를 독일행 국제선의 퍼스트 및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에게 제공하는 이 항공사만의 고유한 프로그램이다.

루프트한자의 스타셰프로는 프랑스의 폴 보커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다니엘 보울러드, 인도의 허먼트 오베로이, 맥스 얀, 노르베르트 코스트너 등이 이미 유명하다.

이들이 만든 메뉴처럼 앞으로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루프트한자 항공편의 비즈니스 이상 클래스에 박 셰프의 개발 메뉴들이 기내식으로 오르게 된다.

박효남 셰프가 벌써 내놓은 스타셰프 메뉴로는 현미 리조또를 가미한 바닷가재, 송로버섯향을 낸 송아지 안심, 송로버섯과 아몬드 젤리를 올린 거위간 파르페 등 수십여 가지.

한식인 비빔밥, 쌈밥, 잡채밥, 갈비 등도 함께 추천 메뉴 군에 들어 있다. 메뉴는 2개월 마다 새롭게 바뀌며 박 셰프는 앞으로 1년간 메뉴 선정과 개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박효남 셰프는 서양 요리를 그대로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는 개발과 노력으로 새로운 요리로 승화시키는 실력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기 때문에 스타셰프로서의 자격이 충분합니다."

루프트한자 독일항공의 크리스티안 쉰들러 한국지사장은 스타셰프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국내외에서 지명도가 있어야 하고 ▦요리법이 혁신적이어야 하며 ▦최상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지 등 3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고 까다로운 조건을 설명한다.

루프트한자의 스타셰프 프로그램은 벌써 1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2000년부터 독일행 국제노선의 장거리 항공편에 한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유명 셰프만을 선정, 해당 지역 특유의 별미를 기내식 메뉴로 개발해 오고 있다.

물론 자사 항공편을 이용하는 세계 각국의 승객들에게 음식을 통해서도 최고의 정성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한국은 출발이 다소 늦은 편. 이에 대해 루프트한자는 "양질의 메뉴를 제공하는 노력은 전세계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승객이 많은 시장 규모에 우선 순위를 둬 유럽 노선에서 먼저 시작, 아시아 노선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한다.

박효남 스타셰프가 선보인 프리미엄 기내식
1-연어 라비올리, 2-전복죽, 3-왕새우구이, 4-비행기 모양의 과자를 얹은 파르페
박원식기자
박효남 스타셰프가 선보인 프리미엄 기내식
1-연어 라비올리, 2-전복죽, 3-왕새우구이, 4-비행기 모양의 과자를 얹은 파르페
사진=박원식기자

아시아나항공도 '하늘에서 즐기는 세계의 진미'란 타이틀로 고품격 요리를 기내에서 선보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굴지의 전문 외식업체와 잇따른 제휴를 통해 오성항공사의 명성에 걸맞는 기내식의 세계를 선보인다는 전략.

아시아나가 기내식 제휴를 맺고 있는 레스토랑은 무려 세 곳이 넘는다. 정통 중국요리로 유명한 롯데호텔의 중식당 '도림(桃林)'을 비롯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중 하나인 '라쿠치나(La Cucina)' 및 세계적인 딤섬 프랜차이즈인 '딘타이펑(Din Tai Fung)' 등.

롯데호텔 도림은 2007년 6월부터 아시아나와 기내식 메뉴 개발에 관한 제휴를 맺고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부터 롯데호텔만의 특별한 조리 노하우를 선보이고 있다.

헤드셰프 이학성 조리장이 아시아나 기내식 중식부문 총 책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퍼스트 클래스에는 북경오리와 전복요리 등으로 구성된 코스요리,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단품요리를 서비스하고 있는 것.

롯데호텔 남재섭 홍보팀장은 "첫 서비스 개시일부터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 아시아나항공과 롯데호텔 모두 양사의 제휴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아시아나는 또 스테이크, 랍스터 등으로 구성된 '라쿠치나'의 양식코스요리를 퍼스트클래스에, 비즈니스클래스에는 단품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딘타이펑의 대표메뉴인 샤오롱바오(고기 육즙 만두), 샤런 샤오마이(꽃 모양의 새우만두), 차이로우 쩡짜오(야채 고기 만두) 등은 기내에서 간식으로 나오며 인기를 높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마재영 차장은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하는 아시아나의 기내식은 고급스러운 서비스 및 식단을 통해 국제항공기내식협회, 국제항공케이터링협회(ITCA)의 기내식 부문 금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향후 더 많은 노선으로 확대하는 등 명품 기내식 서비스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고 소개한다.

또 KLM 네덜란드 항공은 전통 한식전문 식당인 용수산과 함께 개발한 정통 한식 메뉴를 서울-암스테르담 노선에서 기내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무려 6개월간 서울과 암스테르담을 오가며 가진 워크숍 및 회의를 통해 갈비찜, 불고기, 닭조림, 밀쌈, 새우 계란찜 등 한국인 승객들이 선호하는 요리들이 선정돼 서빙되고 있다.

'천상의 식도락'을 위한 항공사들의 노력은 '지상'으로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항공사간 '푸드 전쟁'이 기내는 물론, 공항 라운지로까지도 확장되는 양상.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인천공항에서 라운지에서도 조선호텔 요리사가 직접 요리하는 'Chef's Corner(셰프코너)'에서 봄향기 가득한 봄나물 비빔밥과 화전(花煎), 생딸기 및 딸기쉐이크 서비스에도 나섰다.

전세계 어디를 가든 공항라운지라면 간단한 스낵류 음식과 음료들만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일반적. 하지만 특급호텔 요리사가 직접 라운지에서 다양한 요리를 직접 해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셰프코너'는 아시아나항공만의 차별화된 고품격 서비스로 공인받고 있다.

셰프 코너는 올 해 신정과 설날에는 떡국, 정월대보름에는 보름나물비빔밥을 서비스, 외국손님들에게 한국의 전통음식문화를 알리는 데도 일조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때는 칠면조구이를 내놓는 등 다양한 시도로 손님들의 호평을 받았고 평상시 퍼스트라운지에서는 치킨야키도리와 연어구이그릴등, 비즈니스 라운지에서는 베트남 쌀국수와 HOT 샌드위치를 서비스하고 있다.

항공사들의 기내식 업그레이드 경쟁은 비단 음식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최근에는 기내 와인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유명 소믈리에를 영입하는 항공사들도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최근 동양인 최초의 와인 마스터(Masters of Wine) 지니 조 리(한국명 이지연)를 와인 컨설턴트로 임명했다. 싱가포르항공의 최초 동양인 와인 컨설턴트인 지니 조 리는 기내에서 제공되는 와인 및 샴페인을 선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1989년에 발족된 싱가포르항공의 와인 자문단은 세계적인 와인 업계의 권위자인 영국의 스티븐 스푸리어 (Steven Spurrier)와 호주의 마이클 힐 스미스(Michael Hill-Smith) 등 대표적인 세계적 와인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품질, 기내에서의 적합성 등을 고려해 매년 모든 클래스에서 제공되는 약 1000여 개의 와인 및 샴페인을 시음, 선정한다.

싱가포르항공의 얍킴와 기내 및 서비스 수석부사장은 "지니와 함께 일하게 돼 영광이다"며 "저명한 와인 컨설턴트, 와인 콘테스트 심사위원이며 교육자인 그녀가 동양인의 시각과 미각을 와인 선정에 반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와인 선정시 와인전문가와 세계적인 소믈리에들을 한자리에 초청, 각국의 수십 가지 다양한 와인들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엄격히 선정하고 있다.

이때 소믈리에들은 지상과는 다른 항공 조건을 감안하고 다양한 기내식(한식, 양식, 일식 등)과 어울리는 와인을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