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식품정보 허점 비난하고 질병예방 위한 새식단 제안해 화제

어떤 이들은 커피가 심장마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또, 어떤 연구에선 커피를 마시면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건강을 위해 커피를 마셔야 하나, 말아야 하나?

넘쳐나는 먹거리 정보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로운가 혹은 해로운가를 두고 매일매일 갈팡질팡하기 일쑤다. 하루가 멀다하고 뒤바뀐 최신 영양 연구가 나와 혼란을 야기시키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짜깁기로 수집한 모순된 먹거리 정보도 문제다. 한마디로 신뢰할 만한 정보가 부족하다.

하버드 의대 영양학과 월터 윌렛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 '하버드 의대가 당신의 식탁을 책임진다'에서 기존 식품 정보의 허점을 비난한다. 대부분의 정보가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졸속으로 만들어져 오류 투성이라는 것이다.

먹는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현실도 비난한다. 대신 그는 20년 간 동료들과 진행해온 건강식의 효과에 관한 대규모 연구결과를 토대로 질병예방을 위한 새로운 식생활을 제안한다.

기존의 먹거리 정보, 무엇이 문제였나

식생활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식품 피라미드다. 정부가 내놓은 이 식사 지침에 따라 모든 영양 프로그램 기준이 정해지고, 구내식당과 학교급식, 군대 등의 식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식품 피라미드는 국민들의 음식 소비의 향방도 좌우하게 된다.

윌렛 교수는 1992년에 제정된 기존의 식품 피라미드가 과학적 근거를 무시한 채 농업관련 업체나 식품관련 업체 등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허점이 너무 많다는 점을 꼬집는다.

한 예로, [그림1]을 보면 피라미드의 바닥은 흰 빵과 국수 같은 고도로 정제된 녹말이 자치하고 있다. 윌렛 교수는 “이는 도정하지 않은 전곡류나 도정한 전곡류나 평등하며, 도정한 식품을 먹어도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맨 꼭대기에는 “되도록 적게”라는 구호 아래 트랜스지방이 잔뜩 들어가 있는 유지류와 당류가 놓여 있다. 그는 “트랜스지방은 1일 총열량의 1% 이하가 되어야 하는데, 이 같은 구호가 많은 해석의 여지를 줬다”고 말한다.

또, 모든 지방이 몸에 해로운 것처럼 표기해 견과류나 올리브유 그리고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의 이로운 점을 간과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기존 식사지침의 허점이다.

뿐만 아니라, 체중조절, 규칙적인 운동의 필요성, 매일 조금씩의 알코올 섭취와 비타민의 효용에 대해 아무런 조언도 해주지 않은 점도 기존 식품정보의 문제점으로 규정한다.

세계 곳곳에서 기존 식품 피라미드의 여러가지 모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미국 정부는 2005년 익숙했던 기존 식품 피라미드를 대신해 영양학적 정보가 전혀 담기지 않은 정체모를 피라미드[그림2]로 대체했다.

왼쪽에 막대기 인간이 계단을 오르는 모양이 새겨진 이 피라미드는 '마이 피라미드(MyPyramid)'라 명명 했는데, 인터넷상에서 나이, 성별, 신체활동과 같은 개인정보를 기입하면 어떤 영양소가 하루 얼마나 필요한지를 말해준다. 하지만 마이 피라미드가 운동을 건강한 식생활 전략의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한 것 외에는 기존의 모순과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윌렛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마이 피라미드나 기존 식품 피라미드 모두, 좋은 식생활에 도움이 되지 못한 실패한 정보로 결론 짓는다.

12만 1000명의 여성 간호사들과 5만 명의 남성 보건 관련 종사자들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 4년마다 작성하는 설문조사에서 정부가 제정한 식품 피라미드의 권장사항을 매우 잘 따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 만큼이나 주요 질환을 일으키거나 사망할 활률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새 건강식 피라미드 심장병 80% 예방

윌렛 교수는 책에서 자신과 하버드 의대 동료들이 40년에 걸쳐 축적한 방대한 양의 연구결과에 근거해 작성한 새로운 건강식 피라미드(New Healthy Eating Pyramid)를 소개한다[그림3].

그리고 건강식 피라미드를 가지고 12만 1000명의 여성 간호사 등 기존과 똑같이 '건강한 식생활 지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강식 피라미드의 식생활 전략을 잘 따른 사람들은 주요 만성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실제로 낮았다는 점을 밝힌다.

금연과 운동을 병행하며, 새로운 식생활 지침을 따르면 심장병은 80%, 제2형 당뇨병은 90%, 뇌졸중이나 일부 암은 70%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윌렛 교수가 제안하는 새로운 건강식 피라미드, 기존의 것과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우선, 피라미드의 제일 아랫부분은 식품 대신 운동과 체중조절 그림이 차지하고 있다. 장기적인 건강의 측면에서 체중조절이 음식 중에 포함된 지방과 탄수화물의 정확한 비율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 다음으로, 음식 피라미드의 맨 아랫부분은 통밀 빵 등 도정하지 않은 곡식류인 전곡류(全穀類)와 건강에 좋은 기름이 차지한다.

이는 흰 빵 등 정제된 곡식류는 피라미드 맨 꼭대기로 보냈다. 흰 빵이나 흰 쌀과 같이 빨리 소화되고, 인슐린의 급상승과 급하강을 야기해 공복감을 빨리 느끼게 만드는 ‘부적절한 탄수화물’을 안심하고 섭취해도 되는 것 마냥 피라미드 맨 밑에 놓은 기존 지침과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

전곡류 식품은 섭취할수록 당뇨병이나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장기적으로 건강에 이롭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그와 함께, 모든 지방을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에 내몰았던 기존의 식품 피라미드와도 다르다. 지방 섭취를 줄이는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탕이나 흰 빵과 같은 부적절한 탄수화물을 더 먹게 돼 질병의 위험성이 커졌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전면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또, 좋은 지방은 살을 찌게 하지도 않는다.

쇠고기 등 붉은 육류를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로 보낸 것도 기존에서 달라진 부분이다. 기존 피라미드에선 붉은 육류를 생선이나 달걀, 우유, 콩류와 같은 단백질 급원으로 취급하며 하루 2~3회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윌렛 교수는 “붉은 육류도 콩이나 우유, 생선처럼 단백질 식품이긴 하지만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어 좋은 단백질 식품이 아닌 반면, 생선은 우리 몸에 필요한 불포화지방을 공급하고, 콩류와 견과류는 다양한 만성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여러가지 생리활성물질까지 공급해주기 때문에 이롭다”고 설명한다.

그가 제시한 식생활 지침을 정리해 보면 ▲건강한 체중 유지하기 ▲정제된 곡류의 탄수화물을 전곡의 탄수화물로 대체하기 ▲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기 ▲ 단백질은 붉은 육류가 아닌 견과류나 콩류, 닭고기 등에서 섭취하기 ▲야채와 과일은 하루 5회 이상 먹기 ▲ 종합 비타민 먹기 ▲하루 1~2잔의 적당한 알코올을 섭취하기 등이다.

시시각각 쏟아지는 수많은 먹거리 정보 속에서 윌렛 교수가 내놓은 새로운 식생활 지침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그가 주장하듯, 새로운 건강식 피라미드가 충분한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어떤 특정 집단과도 타협하지 않았다는 그의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그림 1] - 기존의 식품 피라미드에서는 흰빵, 흰쌀 등 정제된 곡류와 정제되지 않은 곡류의 구분 없이 모든 종류의 탄수화물을 하루 6∼11회 먹으라고 권장하고, 붉은 육류와 생선, 콩 및 견과류도 동일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간주해 하루 2∼3회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트랜스 지방은 되도록 적게 먹으라고만 되어 있어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은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림 2] - 미국 농무성은 기존의 식품 피라미드가 오류 투성이라는 지적을 받자, 2005년 막대기 인간이 계단을 오르는 모양이 새겨진 채 표지도, 문구도, 영양학적 정보도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식생활 지침인‘마이피라미드’를 내놓았다.

[그림 3] - 하버드 의대 윌렛 교수가 방대한 양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기존 식품 피라미드의 허점을 보완해 만든 건강식 피라미드. 체중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피라미드 맨 아래가 운동그림으로 채워져 있고, 정제되지 않은 곡류 섭취와 좋은 지방의 섭취를 권장하는 점이 기존 피라미드와 크게 다른 점이다. 흰쌀과 흰빵 등 정제된 곡류는 피라미드 맨 꼭대기로 보내 되도록 적게 섭취하라고 경고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