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우의 "건강은 선택이다"

결혼한 많은 여성들이 결혼 전에는 없었던 우울증에 걸리게 됩니다. 우울증은 이 면을 통해 여러 번 소개해 드린 바와 같이 삶에 재미와 의욕이 없고 슬프고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상태입니다.

남이 보기에는 멀쩡해도 당사자가 겪는 심적 고통은 말기 암환자의 고통을 능가하는 것이지요. 더 심해지면 한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자살을 늘 생각하거나 실제로 시도하기도 합니다.

결혼한 여성들에게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는 첫 째 시기는 결혼 직후입니다. 연애 시절과 마찬가지로 남편과 단둘이만 알콩달콩 살았으면 좋겠는데, 느닷없이 시가의 간섭과 압력이 시작되기 때문이지요.

간섭과 압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시가의 다른 문화와 관습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아내에게만 주어집니다. 이때 남편이 연애 시절과는 다르게 시가 편을 드는 경우에는 우울증의 위험성은 더욱 커지게 되지요.

이 시기에 여성의 우울증이 잘 올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연애와 신혼 때와는 다르게 남편의 다른 점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혼할 때에는 일심동체로 느껴졌지만 실제로 함께 살다 보면 자신과 다른 점이 많은 것을 알아가게 되지요. 남녀가 서로 다르다라는 것을 부부가 서로 포용하게 되면 두 사람 다에게 성장의 기회가 되지만, 일방적인 변화라고 느껴질 때 아내의 실망과 우울이 싹트게 됩니다.

둘째 시기는 자녀를 출산하고 키워가는 때입니다. 과거의 부인네들은 아기를 낳고 키우는 일을 다 잘 했습니다만, 현대 여성들에게는 그것이 그리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몸과 마음에 큰 부담으로 작용을 합니다. 심신은 지쳐만 가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하느냐는 눈초리가 주위에서 많아지면 자신에 대한 무력감이 싹 트고 우울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시기에 남편이 거의 일에 빠져,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쁘다면 아내는 거의 의지 가지가 없어져 더욱 우울증의 위험성이 높아지게 되지요.

셋째는 아이들을 거의 다 키워, 엄마의 도움을 더 이상 원치 않게 되는 때입니다. 이 시기는 여성들의 폐경기와 겹치게 되어 몸의 변화에 대한 부담과 함께 역할의 변화를 강요 받게 됩니다. 몸과 마음을 다 받쳐 헌신을 해 왔는데, 어느덧 아이들이 엄마를 필요치 않게 되면 더할 나위 없는 공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이때 남편은 한창 승진과 성취에 열을 올리는 시기이어서 부인의 이런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부인 혼자 이 힘든 과정을 겪게 만듭니다.

남자에게 일이 가장 큰 몫이 되듯이, 여자에게는 자신보다는 가족이 삶의 가장 큰 부분이 됩니다. 남자는 돈을 많이 벌어야 권력이 생기지만, 여자는 가족을 위해 돈을 많이 써야 권력이 생기지요. 직장에서 요구되는 표준과 가정에서 사용되는 표준은 서로 다르게 마련입니다.

남편은 일을 하면서 많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지만, 아내는 남편과 자녀가 무관심해지면 더 이상의 삶의 터전을 잃게 되지요. 사회에서의 기준을 가정에 적용한다거나, 아내와의 자존심 싸움을 하는 남편만큼 부인을 우울하게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한국 아내들 우울증의 원인 대부분은 다름아닌 바로 남편입니다.



유태우 신건강인 센터 원장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