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성분·제조회사 꼼꼼히 따지고 유통기한 지켜야 효과 극대화

(사진 위)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화장품 매장에서 고객들이 자연주의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최근 석면 파동 이후 자연주의 화장품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데 헤어오일을 비롯해 파우더와 스킨 토너 등 다양한 종류로 출시되고 있다.
(사진 아래) 더페이스샵 서울 명동점에서 홍보 도우미와 고객들이 대나무 추출물을 함유한 신상품 런칭을 기념해 대나무를 심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의 한 자연주의 화장품 매장은 물건을 고르는 고객들로 하루종일 북적인다. 그 옆 또 다른 자연주의 화장품 매장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긴 마찬가지여서, 한가한 주변의 다른 화장품 매장들과 대조를 이룬다.

녹색바람의 영향으로 친환경 화장품이 뷰티 트렌드로 부상한데다 석면 화장품 파동 이후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화학 화장품의 유해성으로 인한 불신감이 무조건적인 친환경 화장품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섞인 시각도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화장품이란 무엇이며, 사용 시 고려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천연 성분 보다 피부 유해 요소 없는 것이 중요

‘유기농’, ‘천연’, ‘친환경’, ‘오가닉’ 등의 수식어가 붙은 화장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아직 이러한 제품들을 구분하는 기준이 정확하게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피부에 유해하지 않은 화장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식물성 성분의 사용여부나 함유율 보다 피부에 해가 되지 않는 이른바 ‘친환경’화장품인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일이나 허브식물 등 천연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무조건 피부에 좋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친환경 화장품이란 말 그대로 환경과 친한 화장품을 말한다.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소재로 제작하고, 제작 방법 또한 환경에 안전해야 하며, 사용에 있어서도 환경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즉, 환경이나 인체에 해가 되는 화학성분이 배제돼야 하기 때문에 천연 물질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한남동의 스파 전문점 ‘스파 데이’장현숙 부원장은 “아토피와 천식 유발 등 인체에 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화학성분으로 화장품의 방부제 역할을 하는 파라벤과 합성색소, 합성향료가 손꼽힌다”며 “친환경 화장품의 경우 합성 방부제 대신 천연 방부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뷰티 컨설턴트 피현정 씨는 “방부제뿐 아니라 피부에 자극을 일으키는 알코올, 인공색소, 향료 및 기타 광물질을 넣지 않아야 친환경 화장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또, 같은 천연 화장품 이라도 재배 과정에서부터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만든 유기농 화장품이 친환경에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제품에 유기농 화장품이라는 단어를 쓰기 위해서는 유기농 식물성분이 전체 함량의 10~70% 이상이어야 하고, 에코서트(Eco-Cert)라는 EU의 유기농 제품 인증 기관으로부터 인증서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화장품에 ‘유기농’이란 단어를 쓰기 위해 에코서트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는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를 검증하고 관리하는 기관이 없어 유기농 성분을 1%만 사용해도 '유기농 화장품'이라는 쓸 수 있다.

친환경 화장품 구입 시 고려할 점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친환경 화장품’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무조건 피부에 좋다는 발상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허 교수는 특히, “합성 방부제 대신 천연 방부제를 사용하는 친환경 화장품의 경우, 유통기간이 짧은데도 소비자들은 이를 무시하기 일쑤”라며 “유효기간이 지나 변질된 제품을 쓰면 피부 감영증을 일으키므로, 화학성분의 방부제가 들어간 화장품보다 피부에 훨씬 유해하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천연 성분이라도 본인 피부에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해가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식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그 성분이 첨가된 천연화장품을 쓰면 알레르기 피부염을 앓게 된다.

그는 또, “천연 화장품이라도 규모가 작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에서 출시한 제품은 충분한 임상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집에서 만든 화장품 역시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면, 변질과 오염의 위험이 높아 피부에 오히려 독이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친환경 화장품 사용 시 유통기한을 잘 지키고, 본인의 맞지 않는 성분은 없는지, 어떤 회사에서 제조했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하다.

유해 성분 뺀 친환경 화장품


에코 사이언스 오앤

최근 들어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가 새롭게 론칭되는가 하면, 기존 화장품 브랜드들도 친환경 라인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중 피부에 유해하다고 알려진 성분을 첨가하지 않은 제품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끈다.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오앤'은 피부에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일곱 가지 화학 성분을 첨가하지 않은 스킨케어 라인 ''을 출시했다. 클렌징과 에센스 등 6종류의 스킨케어 제품에서 화장품에서 방부제 역할을 하는 파라벤과 합성 실리콘, 인공 색소와 향료, 합성 항산화제, 합성 보습제와 합성 점증제를 일체 넣지 않았다.

'더페이스샵'은 파라벤은 물론 알코올과 인공생소, 인공향, 벤조페논과 동물성 원료를 첨가하지 않은 보습제 '아르쌩뜨 에코 테라피 익스트림 모이스처 라인'으로 친환경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베이비오가닉'은 화학방부제는 물론 계면활성제 등 화학성분을 단 1%도 넣지 않고, 유전자조작식물(GMO)과 동물성 원료, 중국산 원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은 100% 천연 유기농 유아용 화장품 '베이비오가닉 골드'를 선보였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