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영향 평균기온 상승 폭염·폭우·전염병 등 발생 피해 늘어

한낮의 기온이 섭씨 30도에 이르는 때 이른 더위가 시작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은 평년보다 기온이 더 높고, 집중호우가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열대야와 폭염 일수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 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평균기온의 상승, 그 중에서 여름철의 폭염일 수와 강수량의 증가는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주목된다.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음식과 벌레 등을 통한 전염병의 창궐, 일사병, 호흡기 감염, 심혈관계 질환, 정신질환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고, 그 피해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혹서가 지속됐던 2003년 프랑스에서는 평년보다 1만4729명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역시 유례없는 폭염에 시달렸던 1994년 7월과 8월 두달 동안, 국내에서는 예년 같은 기간 사망자 수보다 889명이 더 발생했다. 기온상승으로 여름철 건강이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 받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기 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짚어보고 예방법을 모색해본다.

폭염은 노인, 심혈관계 질환자 생명에 적신호

폭염에 가장 취약한 그룹은 노인계층과 당뇨와 심혈관계 질환자들이다.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장재연 교수 팀이 2004년 실시한 연구자료를 보면, 1994년 폭염기간 동안 서울 지역의 사망자는 1993년에 비해 15세~65세 인구집단에서는 18.1%, 65세 이상에서는 75.3%가 증가했다. 또, 이들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년대비 44.6%,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46.1%,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32% 증가했다.

당뇨병의 경우,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혈당관리가 더 어려워지고,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관 팽창으로 인해 심근경색 등을 유발해 돌연사에 이를 수 있다. 고혈압 환자는 냉방시설이나 찬물 샤워 등 체온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면 뇌졸중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한림대 성심병원 산업의학과 주영수 교수는 "여름철에 노인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가급적 야외활동을 피하는게 상책"이라고 강조한다. 또, 실내외의 온도차가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관리를 위해 물을 충분히 마시고,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도 필수다.

기온 1도 오르면 전염병 4% 증가

고온 일수와 강수량의 증가로 음식과 곤충, 미생물 등을 매개로한 전염성 질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기후 변화에 따른 전염병 감시체계 개선 방향’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르면 전염병은 4%가 증가한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전염병 발생을 기준으로 온도 변화에 따른 전염병 발생을 예측한 결과다.

날씨가 더워지고, 습해지면 모기 등 벌레의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나고, 서식지도 넓어지며, 생존율도 높아진다. 이에 따라 모기 등이 전파하는 질병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995년 이후 말라리아와 이하선염, 쯔쯔가무시병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해 2000년에는 1970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고온다습한 날이 길어지면서 식중독 발병율도 늘어나는 추세며, 최근 A형 간염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도 이 같은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기 등 벌레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야외활동 시 긴 옷으로 노출부위를 최소화 하고, 노출부위는 기피제를 발라 보호해주는 것이 좋다. 또, 침실에 방충망을 설치하거나, 모기장을 치고, 살충제를 뿌리는 일도 잊지 않아야 한다. 아프리카 등 말라리아 유행이 심한 지역을 방문할 때는 예방약을 복용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식중독과 A형 간염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은 충분히 익혀먹고, 김밥 등 부패 가능한 음식물은 냉장 보관하되 오래 보관하지 않으며, 주방기구들을 깨끗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자주 손을 씻고, 물은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한다.

생명 앗아가는 홍수와 태풍에 속수무책

아주대 의대 장 교수는 홍수와 태풍의 피해강도가 점점 증가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 교수 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와 태풍의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으며, 집중호우의 기간이나 태풍이 머무르는 시간 등 재해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홍수나 태풍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상해, 피부염과 알레르기 전염병의 증가, 음식관련 질병의 증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폭넓다. 뿐만 아니라, 홍수나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정신분열을 야기시킬 수 있고, 자살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네덜란드 등에서 나왔다.

한림대 성심병원 주 교수는 "기후변화로 홍수와 태풍이 건강에 미치는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또, 개인적인 차원에서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한다.

기껏해야 홍수 및 태풍 기간 동안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거나, 재해 발생 후 스스로 건강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정도다.

해마다 많은 희생자를 내는 홍수와 태풍의 막대한 피해를 예방하려면,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힘쓰고, 국가 차원에서 홍수 경보시스템 개선 등의 공중보건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자외선 증가, 피부에 악영향

세계적으로 피부암을 비롯한 피부질환도 증가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3년 '기후변화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서 선탠을 즐기는 서양 국가에서 기온상승으로 피부암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기온상승으로 햇?餠?노출되는 시간이 전보다 길어지고, 오존층의 파괴로 자외선의 양이 많아지고, 강해진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여름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외출해야 한다. 자외선의 강도가 가장 강한 오전11시부터 오후2시 사이에 외출을 가급적 자제하는 것도 여름철 피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엔 자외선 차단제를 3~4시간마다 추가적으로 발라주어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땀에 의한 무좀이나 진균질환자의 수도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땀을 자주 씻어주어야 땀에 의한 2차성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도움말: 아주대의대 예방의학과 장재연 교수, 한림대 성심병원 산업의학과 주영수 교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

폭염은 건강 위협하는 주범


지구의 기후변화로 인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온의 상승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07년 발표한 4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구의 온도는 평균 0.74도 상승했고, 특히 1980년 이후 온도는 과거에 비해 더욱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IPCC는 또, 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철 평균기온의 상승이 폭염 일수의 빈도와 강도의 증가를 불러 오고 있다고 보고했다.

여름철 기온이 2~3도 증가하면 극단적으로 더운 날의 발생빈도가 2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의 경우, 30도 이상의 고온인 날의 발생빈도는 1970년대 연평균 28일, 1980년대 30일, 1990년대 38.7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기온상승에 따른 폭염 일수와 강도의 증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망을 비롯한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바로 폭염에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폭염이 지속됐던 1995년 미국에서 평년보다 2,800여 명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도 폭염이 발생했던 해의 사망자 수는 예년보다 크게 웃돌았다.

사망이 아니더라도 폭염은 다양한 건강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사병과 심혈관계 질환 등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거나 입원한 환자 수가 평년보다 1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