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재혼이 초혼에 비해서 이혼율이 높다는 통계 결과를 보고 재혼을 꺼릴 필요까지는 없다. 여러 사회제도나 문화에서는 사별이나 이혼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적잖은 불편을 겪게 된다.

또 대부분의 사람은 이성과의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통하여 심리적 안정을 찾고자 한다.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재혼을 통하여 더 나은 인생을 찾으려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성공적인 재혼을 위해서는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초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재혼 상대자에 대해서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짧지 않은 기간 알아온 사람이라도 겉으로 본 것과는 다른 실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문화에서는 드물지만, 결혼을 결정하기 전에 서로의 가족관계기록부(호적등본)를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가능하면 상대의 전 배우자나 그 가족을 만나서 상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때늦은 후회를 피하게 해 줄 수 있다. 이 때에는 서로의 가족관계뿐 아니라 자녀가 있는지, 누가 키우는지, 위자료나 양육비 지원 등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상대와의 결혼으로 자신이 책임질 부분이 있는지 등을 충분히 알아보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재혼 상대의 재산이나 경제력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데, 나아가 당사자의 부채 상황 외에도 혈연 가족의 경제적 요구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때로는 결혼 당시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라든가 유산의 처리방식에 대한 의견이 달라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재혼 이전의 재산은 각자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좋은 방법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솔직하게 말하고 또 양보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재혼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하는 것이니 만큼 서로의 건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결혼 전에 함께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질환을 상대가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미처 몰랐던 질병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는 당연히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를 해야 한다. 병이 있는 사람은 혹시 상대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염려하겠지만, 병 때문에 떠나는 사람이라면 무슨 이유로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오히려 자신의 병을 알고도 위로하고 회복을 돕기로 약속하는 상대에게 더 깊은 사랑을 발견할 기회가 되는 경우도 많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고 싶더라도 나이 차이가 많은 경우에는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하는 것이 좋다. 젊은 배우자의 관점에서는 나이든 상대의 너그러운 태도나 경제적 안정 등에서 편안한 원숙함을 느끼고, 나이든 배우자는 젊은 상대에게서 신선한 느낌을 얻으며 자신을 배우자로 인정해 준 것이 고마워서 더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오래 살다 보면 젊은 배우자는 노년의 상대의 성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새벽에 깨어 부스럭거리는 것, 몸에서 냄새가 나거나 여기저기를 긁적거리는 것, 음식을 쩝쩝거리는 것 등을 보면서 자신이 왜 이런 사람에게 청춘을 바쳐왔는지 후회하곤 한다.

반면에 나이든 배우자는 젊은 상대의 취향에 맞추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각자의 시간을 가지려 하거나 과도한 간섭을 하게 되어 갈등이 커지기도 한다.

재혼 부부는 우선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서 확고한 순위를 두고, 차차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로 공동의 관심을 확장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재혼 부부의 가족이나 친지들이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한다.

기존의 가족관계에 새로 들어온 상대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동시에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편한 모임이나 취미 활동 등으로 함께 어울릴 분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좋다. 재혼 부부도 처음부터 재혼을 바라지는 않았으나, 불행한 과거를 딛고 새로운 삶을 위해서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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