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시민들 위한 고품격 문화공간 탈바꿈 계획

전통 복합 문화 시설 삼청각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삼청각의 위탁경영을 맡아오던 ㈜파라다이스 그룹의 계약기간이 6월 말로 끝난다.

이에 따라 삼청각의 소유주인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으로 위탁경영권을 넘겼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권력자의 아방궁에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풍류와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대중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삼청각. 이제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와인바와 퓨전 한식이 어우러진 대중 친화적인 공간

2001년 삼청각을 인수한 서울시는 리모델링을 거쳐 시설의 컨셉트를 전통 문화 공간으로 바꾸고,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그리고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공연사업과 식·음료사업을 분리해 전자는 서울시 산하기관 인 세종문화회관에, 후자는 플라자 호텔에 각각 운영을 맡겼다. 그러나 이 같은 운영 제도가 효율성이 떨어지고, 적자가 심하다는 이유로 서울시는 2005년 파라다이스 그룹이 공연과 식음료 사업을 총괄해 운영토록 했다.

파라다이스 그룹은 전통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시설 고유의 취지와 성격과 수익성을 모두 고려해 한식을 대폭 강화했다.

파라다이스 그룹 삼청각 사업본부의 장기정 씨는 "외부 한식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한식의 질을 높이는데 힘썼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고객을 겨냥해 소스를 새롭게 개발하는 등 메뉴도 변경했다.

서울에서 70~80명의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한정식 레스토랑이 없는데다, 호텔 쪽에서도 한식당을 접고 있는 상황에서 삼청각이 한식사업을 강화하자 국내외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의 빼놓지 않고 다녀가는 정규 코스로도 유명하다.

공연사업을 줄이고, 국빈 접대 등 주요 연회와 웨딩사업에 주력한 것도 수익창출에 기여했다.

장 씨는 또, 드라마 '식객'의 배경지로 나온 이후 일반인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한다.

적극적이고 대중 친화적인 홍보마케팅을 통해 일반인들이 보다 편안하게 접근하게 됐다는 게 파라다이스 측이 내세우는 주요 변화와 성과 중 하나다.

이와 함께, 문화체험 사업의 일환으로 국악과 전통매듭, 규방공예 정규강좌를 열어, 전통 복합문화 공간의 명맥을 유지해왔다.

세종문화회관 7월부터 다시 공연사업 활성화

오는 7월부터 다시 삼청각을 맡아 운영하게 될 세종문화회관 측은 다시 공연사업을 강화하며 공익성을 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빈 행사 등이 열리는 연회장은 다시 전통공연의 무대로 활용된다.

하지만 수익성을 고려해 식음료 사업과 웨딩사업 등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식당의 주방장을 포함한 직원들은 그대로 남게 된다. 그러나 파라다이스 그룹 측이 외무자문위원에 의뢰해 개발한 일부 메뉴 등은 쓸 수 없게 됐다.

세종문화회관 사업운영팀 윤한훈 팀장은 "시민이 찾아갈 수 있는 고품격 문화시설 공간으로 다시 탈바꿈 시킬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한식메뉴나 공익성 추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시를 하지 못했다.

세종문화회관의 삼청각 위탁 계약기간은 2년. 그러나 서울시는 이 기간 중에도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계속 민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청각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민간업체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대대적인 공사를 벌이고, 외국인이 활용할 수 있는 전통 숙박시설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청각의 역사


북악산 기슭에 위치해 수려한 자연풍광에 둘러싸여 있는 삼청각은 한정식당과 와인바, 공연장 등을 갖춘 전통한옥 문화 공간이다. 이곳은 1974년 남북공동성명 발표 직후, 남북 적십자 대표단의 만찬이 열렸던 장소이며, 요정정치의 공간으로 이름을 떨쳤던 곳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1990년대 중반, 이름을 '예향'으로 바꾸고 일반 음식점으로 전환했다가 사업부진으로 1999년 문을 닫았다.

서울시가 2001년 이곳을 인수해 전통 문화 공간으로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2005년부터 2009년 6월 말까지 파라다이스 그룹에서 위탁경영을 맡았고, 오는 7월부터는 서울시 문화부 산하기관 인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시 위탁경영을 맡게 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