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네시 블렌딩 마스터 방한 1996·1990·1983년산 원액으로 시연

“10년 전 마신 꼬냑 헤네시 X.O의 맛과 지금 나온 헤네시 X.O의 맛이 어떻게 같을 수 있냐구요? 비결은 블렌딩(Blending)에 있습니다.”

꼬냑 제조 및 블렌딩 마스터가 프랑스에서 최근 날아왔다. 로랑 로자로, 유명 꼬냑 브랜드인 헤네시사의 테크니컬 테이스팅 세션 전문가다. 그는 전세계를 여행하며 꼬냑이나 와인 등 헤네시 제품의 숙성, 블렌딩 같은 교육과 강의를 전담해 벌이고 있다.

그가 한국에서 한 일은 일반을 대상으로 꼬냑 블렌딩 과정을 시연 해 보이는 것.‘ 오래됐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지기만 하는’ 꼬냑을 보다 친숙하게 소개하기 위해서다.

“먼저 눈으로 보고, 그리고 코로 향을 느끼고, 다음에는 입에서 맛을 느껴 보세요.” 꼬냑의 원재료는 와인처럼 물론 포도다. 하지만 백 포도로 만든 와인을 두번 증류해 얻어진 원액을 ‘오드비(Eaux-de- Vie)’라고 부르는데 이 오드비가 사실상 꼬냑의 주재료다.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꼬냑은 이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와 4년 이상 숙성시킨 오드비만을 사용한다.

그가 가져온 오드비는 모두 3가지 1996년산과 1990년, 그리고 ‘아주 오래된’ 1983년산. 먼저 1996년을 들어 보인 그는 “항상 첫 번째 테이스팅이 힘들다”고 말한다. 이유는 단순한데 비교 대상이 없어서 라고.

이어 그는 “향과 맛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여러 가지 오드비를 맛 본 후에 해야 할 일은 이들 오드비를 섞는 것, 바로 블렌딩이다. 블렌딩을 위해서는 ‘마치 화학 실험실에서처럼’ 눈금이 그려진 길다란 유리병이 필요하다. 여기에 오드비를 붓고 그 양을 측정한다.

“일단 오드비를 따른 후에는 용량을 꼭 기록 하세요.” 이 때 눈금 유리병은 항상 35ml 짜리가 쓰인다. 35ml를 전체 용량으로 잡고 이 범위 내에서 세 가지 오드비를 섞는 것. 비율은 블렌더, 즉 섞는 사람 맘과 취향대로다. “양을 모두 채웠으면 이제 하나의 새로운 꼬냑이 탄생한 것입니다. 마지막 한 가지 할 일이 남아 있는데 유리병 입구를 손으로 막고 흔들어 주세요.”

그는 이 작업을 ‘휴먼 터치’라고 부른다. 손바닥에 꼬냑이 그대로 닿기 때문. 이제부터는 35ml 용량 유리병을 굳이 사용 한 이유가 확인된다. 각자 따른 세 가지 오드비의 비율에 따라 10배를 곱한 용량으로 정식 유리병에 따르는 것. 당연히 이 병은 350ml 짜리다.

일정 비율에 따라 세가지 오드비를 다 따른 꼬냑은 각자 고유의 제품으로 탄생한다. “여러분은 지금 전세계에서 단 하나의, 유일하게 자신만의 꼬냑을 만든 것입니다.” 다음은 병에 라벨을 붙이고 ‘상표를’ 쓰면 최종 완성. 그가 자신의 이름을 서명해 주면서 ‘인증(?)’ 절차를 마치는 것도 업무 중 하나다.

“오드비를 약간씩만 달리 해도 결과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을 확인 하셨죠. 여러 가지 오드비로 균일한 최상의 맛을 찾아내고 유지하는 것이 블렌딩의 비밀입니다.” 그는 “헤네시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맛의 일관성” 이라며 “때문에 꼬냑의 깊은 맛을 변함없이 간직할 수 있는 것” 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