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의 새로운 루트-남부 노르웨이곳곳에 산재한 호수와 어우러진 풍경, 빙하·피오르드의 장관 '아찔하네'

1-베르겐을 감싸고 있는 여러 산들 중 하나인 울리켄산 정상에서 바라본 베르겐 해안과 시가지 전경
2-바이킹 박물관에 전시된 옛 바이킹 선박
3-플람역에서 구드방겐으로 향하는 페리를 타고 바라다보이는 해안 절경
4-비겔란트 조각공원에 늘어서있는 조각작품들
5-비겔란트 조각공원의 아기 동상
6-바이킹 팜에서는 바이킹 투구와 복장을 입어볼 수 있다
7-하게순트의 부둣가를 끼고 들어선 빌딩들. 오래전에는 창고로 사용됐다

바이킹과 호수의 나라, 그리고 빙하와 피요르드로 대표되는 곳, 또 산유국이면서 세계 최고 부국 중의 하나, 노르웨이다.

너무 멀어서일까, 아님 북극이 가깝다고 너무 추워서? 결코 유럽 여행의 ‘우선 순위’에 들지 못하던 노르웨이가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노르웨이로 향하는 여행길이 짧아지고 최근 노르웨이 정부 또한 한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그간 한국인이 선호하는 유럽의 관광국은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서부 유럽. 아무래도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은 찾는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대한민국 관광객 1%만이 찾는 특별한 곳’이란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이제는 노르웨이를 찾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서유럽은 다녀 볼 만큼 많이 갔다 왔으니 다음 차례로 와봐야 될 새로운 곳이 바로 노르웨이란 주장. 바로 노르웨이가 지금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서 오슬로로 향하는 비행기 안. 노르웨이가 빙하와 호수의 나라라는 사실은 땅에 내리기 전부터 확인된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높은 산맥과 그 위에 오랜 세월 쌓여 있는 하얀 눈과 얼음, 이어 고도가 낮아지면서 여기저기 산재한 호수들이 어우러진 풍경. 무려 16만개가 넘는다는 이 나라 호수들의 일단의 모습이다.

노르웨이 관광의 관문-오슬로

바이킹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바이킹의 흔적들을 찾아 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과제. 바이킹 박물관에서는 예전 바이킹들이 타던 선박들을 볼 수 있다. 크기와 구조가 다양한 여러 가지 형태의 배들이 전시돼 있는데 배 밑이나 옆은 물론 선박의 윗부분 갑판까지 꼼꼼하게 챙겨 볼 만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배들의 온전한 상태. 발견 당시 뻘에 묻혀 있었기 때문에 크게 부패되지 않은 덕분이다. 박물관에서는 1년에 한 번 어린이들과 가족을 위한 바이킹 기념 행사도 갖는데 이 때는 바이킹 복장과 장식물로 치장한 자원봉사자들이 전통 놀이와 함께 예전 바이킹들의 생활 모습도 재현해 보여준다.

인근 프람박물관(Frammuseet)에는 거대 선박 프람호의 모습과 함께 노르웨이 출신의 해양학자겸 탐험가 난센이 사용한 배와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이 곳에는 3개의 박물관이 나란히 자리해 옛날 뗏목이나 현대식 범선 등 각종 해양 자료들을 한 자리에서 둘러 볼 수 있다.

오슬로의 대표적 필수 관광지인 비겔란트 조각공원에서 관람 포인트는 ‘삶과 죽음’이다. 구스타브 비겔란트가 사람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차례로 200여점의 작품을 통해 묘사했는데 예술적 가치와 함께 조각상의 표정과 몸짓 등을 통해 철학적 의미도 되새겨 볼 만하다.

특히 한 때 도둑맞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반환된 어린 꼬마 아이의 동상은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생사를 표현하는 철학적 사상이 듬뿍 담겨서인지 작품의 색상이나 분위기에서 웅장함을 넘어서 비장함까지도 느껴진다.

철도와 산악열차, 그리고 페리와 버스 여행을 단 하루에

철도와 산악열차, 페리와 버스 여행을 단 하루에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산악 지형이면서 길다란 해안을 낀 해양 국가인 노르웨이에서는 이동 수단이 무척 다양하다. 비행기는 물론, 철도와 자동차 도로 외에도 수많은 섬들과 대륙을 이어주는 페리나 유람선도 자주 운행한다. 자동차로 섬들을 잇는 다리를 지나기도, 또 자동차를 페리에 실었다가 내리고선 다시 차를 몰기도 한다.

이런 노르웨이 여행의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코스는 오슬로-보스 루트. 처음 일반 기차를 탔다가 다시 산악 열차로 갈아타고는, 그리고 또 배로 이동한다. 배에서 내린 다음에는 또 버스를 타고 산악 도로를 오르내리고서야 도착하는 곳은 자그마한 휴양 도시 보스. 여러 단계의 ‘거친 여행길’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나타나는 보스의 드넓은 호수는 고요하기만 하다.

먼저 오슬로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은 미르달역. 제법 고도가 높아 보이는 이 역에서 다시 산악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이름은 플람스바나 레일웨이, 플람철도다. 미르달 산악역에서부터 플람역까지 이르는 험준한 코스를 달리는 이 코스는 노르웨이를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로 부상시키는 원동력으로도 꼽힌다. 정상 궤도를 따라서 가파른 협곡을 운행하는 기차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평가.

가파른 산허리를 지나 플람 계곡 기슭까지 이어지는 궤도 구간은 1시간 여 동안 노르웨이의 야생적인 산악 풍경을 보여준다. 깊은 계곡을 가로지르면서 강이 흐르고 눈 덮인 산의 가파른 절벽에는 폭포도 흘러 내린다. 중간에 기차가 한 번 서는데 이 곳은 크요스포센 폭포. 그 험한 산 속에 저렇게 많은 수량의 폭포가 물을 내리쏟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반면 산비탈의 농장과 산기슭의 강 지류 등은 오히려 평온해 보이는 모습. 여러 협곡과 20개의 터널을 지나친다. 가파른 비탈과 급격하게 구부러지는 길을 따라 건설된 이 철도는 80% 정도가 35도의 경사율로 비탈져 있을 만큼 노르웨이 철도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뛰어난 철도 공학 기술을 자랑한다.

플람역에 도착한 후 기다리는 것은 커다란 훼리. 산을 타고 내려 온 기차 역 바로 옆에 부두가 있고 보트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도 생소하기만 하다. 보트를 타고 가면서 주변을 날아 다니는 갈매기들과 함께 좌우의 섬들과 바다 풍경 또한 잊지 못할 추억거리들.

보트가 구드방겐에 도착하면 다시 버스 정류장이 나타난다. 주변을 감싸고 있는 높은 산들이 위압적으로 보이는데 버스는 이 산을 넘어 소도시 보스로 향한다. 버스 안에서 바라다 보이는 주변의 장엄한 경치 때문인지 산비탈과 산등성을 타고 오르내리는 아찔함을 금세 잊혀지고 만다.

8-미르달역에서 갈아타길 기다리는 산악열차 플람스바나
9-보스의 명소인 틴트라브뤼 흔들다리에서 바라본 강변 경치
10-플람 열차를 타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폭포. 깊은 산중이지만 물이 쏟아 지는 풍경이 제법 웅장하다
11-스타방가에서 리제 피오르드로 향하는 쾌속 크루즈선
12-리제 피오르드 안에 위치한 옛날 해적들의 절벽 동굴 입구
13-플람역에서는 기차에서 내려 바로 앞에 보이는 페리 보트로 갈아탄다
14-보스 시내에서 흔들다리로 향하는 소나무 숲길

호수와 숲, 강이 어우러진 평온함, 보스

노르웨이의 대표적 스키 휴양지로 꼽히는 보스의 호수는 여름철 무척 잔잔하다. 스키 비수기여서인지 비교적 한산한 도시 모습도 조용한 편. 하지만 이 곳은 스키를 타지 못하더라도 래프팅, 카누, 다이빙, 산악자전거 등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산과 강 호수 등을 낀 자연 환경 덕분.

호수 옆으로 난 숲을 따라 걷다 보면 나타나는 흔들다리 또한 이 곳의 명소. 다리 양 옆으로 힘차게 흐르는 강물의 흐름과 강변 언덕을 따라 들어선 가옥들의 모습이 무척 전원적이다. 호수가 주변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배구 코트에서 공놀이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역사 문화 도시 베르겐과 스타방가와도 페리로 가깝게 이어지는 도시 하우게순트에서는 바이킹 팜을 빼놓을 수 없다. 옛날 바이킹의 복장과 유물, 자료 등을 모아 놓은 곳으로 우리네 민속촌 겸 박물관과 비슷하다. 직접 바이킹 복장과 헬멧을 써 보고 모형칼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도 준다.

노르웨이 남부의 리제 피요르드

흔히 노르웨이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피요르드는 북부 지역이 대부분. 이름난 피요르드는 주로 북부쪽이다. 하지만 남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고 그래서 더 발견할 것이 많다고 노르웨이 사람들은 소개한다.

남부 도시 스타방가에서 또한 노르웨이의 피요르드를 감상할 수 있다. 비교적 소형이지만 빠른 피요르드 전문 크루즈선을 타고 둘러 보는 2시간여 코스다. 수백m까지 높게 치솟아 있는 것을 비롯, 갖가지 모양으로 삐쭉삐쭉 솟은 해안 절벽의 장관은 신비스러우면서도 자못 웅장하다. 가파른 절벽임에도 산양들이 중간중간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모습은 정겹게만 보인다.

옛날 해적들이 피신처로 삼았다는 절벽 위 동굴도 지나치는데 ‘다행히도’ 지금 해적들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동굴 바깥쪽에 녹색함이 하나 비치돼 있는데 이는 경비선들의 순찰함을 보관하는 용도라고.



글 사진 노르웨이=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