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 켄 홈 10년만에 방한… '누들로드 전시 체험관' 자문·홍보

얼마 전 KBS TV에서 방영한 음식 프로그램 ‘누들로드’(Noodle Road). 국수 문화를 통한 문명의 교류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큰 인기를 모았다. 유창한 영어로 진행을 맡았던 이 프로그램의 프리젠터는 켄 홈(Ken Hom). ‘빡빡 밀은’ 헤어 스타일이 인상적인 그 역시 ‘누구야?’라는 관심과 함께 눈길을 끌었다.

켄 홈이 한국에 왔다. 방한 이유는 인천도시축전 기간 송도 신도시에 마련되는 누들로드 전시체험관의 자문 및 홍보를 위해서다. 10월 25일까지 미래형 유비쿼터스 체험건물인 투모로우 시티에서 그의 TV프로그램은 ‘워킹 온 더 누들로드’라는 타이틀로 현실화돼 장기 전시된다. 누들로드의 장면처럼 일반인들이 갖가지 형태의 여러나라 국수가 요리되는 장면을 지켜보고 맛도 볼 수 있도록 한 것.

예상처럼 헤어 스타일 때문에라도 그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그의 뒷모습만 보고도 금방 알아챘다.

“누들로드의 인기에 저도 놀랐습니다. 방영 후 태국의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한 신사분이 다가와 사인을 요청하셨어요. TV에서 봤다며 반갑게 인사하는 것을 보고선 반응을 실감할 수 있었죠. 외국에 살아 잘 몰랐는데 그게 제가 첫 번째로 확인한 피드백입니다, 그것도 외국에서.” 서울에서는 수영장에 있는데 사람들이 ‘야! 누들로드다’하는 소리를 듣고 인기를 피부로 느꼈다고 한다.

중국계 미국인인 켄 홈은 미국에서 태어나 아시아 퓨전 요리로 명성을 얻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여러 나라를 오가며 TV프로그램 속 스타셰프(Star Chef)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그는 ‘아시아 퀴진의 황제’라는 말도 들었다. 1년 이면 해외 여행만 7~8개월을 다닐 정도로 일정도 바쁘다.

세계 곳곳을 누비느라 정신 없는 그이지만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두 번째다. 처음인 10년 전에는 삼성그룹 초청으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10여일간 머무르며 요리 시범을 보였다. 이번에 SK텔레콤이 초대해 4박5일의 짧은 일정으로 방한, W서울워커힐호텔에서 SK텔레콤 VIP와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 요리 솜씨와 메뉴를 소개하는 ‘오픈 디너’ 행사를 가졌다.

“10년 동안 너무 많이 달라졌어요. 사람도, 음식도, 또 사람들의 태도나 생각까지도 바뀌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 때보다는 한국사람들이 더 ‘도회적(코스모폴리탄)이고 새로운 문화나 음식에 더 오픈마인드화된 것 같다”고 촌평했다.

당시 켄 홈에게 인상을 남긴 음식은 한국의 사찰 메뉴. 지금 그는 국수집들을 둘러봤다. 오랜 칼국수 집도 가보고 비빔국수도 맛봤다. “비빔국수가 전 가장 맛있어요. 매운 맛을 좋아해선지 모양도 예쁘고 야채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한정식집은 오히려 그의 방문 2순위다.

그는 세계 음식 전문가다. 중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싱가포르, 베트남, 타이 음식등을 섭렵하고 다룬 20여권의 요리책을 저술했다. 책들은 BBC 출판의 요리 관련 서적에서 장기간 베스트 셀러다.

그렇지만 한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자세히, 깊이 있게’까지는 접하지는 못했다. “한국 음식은 맵고 시고 짠 맛과 향들이 하나의 음식에 고루 섞여 있다는 것이 독특합니다. 음식을 양념에 재워 놓고 먹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미국서 생활한 그는 LA에 있는 한국 친구가 김치 등 한식을 만들어 준 것이 첫 한식 경험이라고 말했다.

여러 나라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지만 특히 영국에서 ‘더 유명한’ 그는 현재 프랑스에 산다. “ 프랑스가 음식이나 와인이 더 훌륭하잖아요.” 매일 요리하고 기자들을 만나고 책을 읽으며 연구하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 대부분. “아마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많이 먹는 것’입니다.” .

그의 타이틀은 다양하다. 하는 일도 요리사, 방송인, 스타셰프, 요리강사, 요리책 저자 등등. 하지만 그는 그 중에서도 ‘요리 교사’라는 호칭을 가장 좋아한다. “사람들이 저를 ‘Teacher’라고 기억해주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행운으로 요약한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 중 한 명 같습니다. 부나 명예를 좇는 것은 단견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일에 열정을 갖고 있고 오랜 기간 꾸준히 이어온다는 것이 중요하죠. 전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매일 매일 배웁니다.”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좁은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음식을 찾고 맛보려 하게 되죠. 아마도 다음 음식의 이슈는 한식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당장의 세계 음식 주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타이 음식”이라고 답변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고 유명한 호텔과 셰프는 죄다 몰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딴 고급 조리기구를 브랜드화시킨 프랜차이즈를 경영하고 있는 그는 “내년 출범을 목표로 영국에서 ‘빅 슈퍼마켓 프로젝트와 자선 사업도 준비중이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