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가족여행] 남해용문사호국 사찰서 특별한 경험하고 가천 다랑이 마을 구경도

1-용문사 대웅전
2-비에 젖은 용문사
3-가천마을 암수바위
4-가천 다랑이 논마을 전경

비와 여행은 악연인가? 꼭 그런 등식이 성립하는 것만은 아니다. 많은 여행지 가운데 비가 오면 더욱 분위기가 선명해지는 그런 여행지도 많이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도 좋고, 주룩주룩 내려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는 그런 여행지를 찾아 분위기 있는 여행을 떠나보자. 안개비에 찻잎이 촉촉이 젖는 곳 남해 용문사가 있는 남해섬에 가면 이렇게 분위기 있는 특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넓은 쪽빛 바다를 한눈에 굽어보려는 욕심에 남해 호구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러나 속절없이 비는 내리고, 해발 618m 바닷가 바위산은 산허리부터 잿빛 구름에 휩싸이고 바다 구경은 고사하고 짙어가는 구름 속으로만 길이 이어진다. 이 때 만나는 곳이 용문사. 신라 때 원효대사가 금산 아래 보광사라는 절을 세웠는데 조선 현종 원년(1660년)에 남해 유림들의 요구로 지금의 호구산 아래로 옮겨진 절이다.

한 사람이 문을 지키면 만 사람이 열지 못할 닫혀있는 땅에 지어진 절 용문사는 호국사찰로도 유명하다. 입구가 좁고 가파르고 절 부근에는 물이 흔하기 때문에 입구만 지키면 절로 들어가는 방법이 없는 묘한 곳에 있다. 여느 절 구경처럼 대웅전과 천왕각 등을 구경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절 뒤편에 병풍처럼 드리워진 야생차밭 구경은 특별한 경험이 된다. 만약 비라도 추적이다 안개비로 바뀐다면 세상 어느 차밭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신비로운 수채화를 구경할 수 있다.

용문사의 대표 건물은 대웅전과 천왕각, 명부전 등이다. 경상남도유형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된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처마 밑에 용두(龍頭)를 조각해 넣었다. 용문사천왕각과 용문사명부전은 1985년에 각각 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150호, 제151호로 지정되었다. 산내 암자로는 1751년(영조 27)에 세운 백련암(白蓮庵)과 염불암(念佛庵)이 남아 있는데 백련암은 용성과 성철 등 고승들이 수도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용문사 절 구경 후 앵강만을 왼편으로 두고 남으로 십오 리 정도 내려오면 다랑이 논으로 유명한 가천마을에 닿게 된다. 이 마을의 논은 설흘산과 응봉산이 바다를 향해 급하게 내려가는 경사지에 만들어졌다.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일일이 깎아 만든 곡선의 논두렁이 있는 100여 층의 계단식 논에서 인간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 땅이 아름다운 것은 한 치의 땅도 놀릴 수 없다는 성실함이 땅에 고스란히 배어있기 때문이다.

가천마을은 배후의 높은 산과 전면의 툭 트인 바다는 빼어난 농촌문화 경관으로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동구(洞口) 밖에서 보는 가천 다랑이 마을은 가랑비라도 내려 녹색이 짙어지는 여름 풍경이 절경이다. 가천 다랑이 마을은 국가 명승지 제15호, 농촌전통 테마마을로 지정되어 있다.

남해섬 사람들은 예부터 근면하고 억척스럽기로 유명하다. 평지가 좁은 섬의 척박한 환경을 이기기 위해 많은 다랑이 논을 만들었다. 그리고 농사에 쓸 거름을 얻기 위해1950년대에는 여수로 거름을 걷어오는 배를 띄울 정도로 농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이렇게 고생스럽게 일군 땅이기에 다랑이 논을 보는 가천 사람들의 눈길에는 자부심과 애정이 가득하다.

가천마을에는 암수바위가 있다. 이 자연석들은 민속신앙의 한 형태로 득남과 풍년을 바라는 마을사람들의 기원을 담고 있다. 수 바위는 높이가 5.8m, 둘레 2.5m나 되고, 암 바위는 높이 3.9m, 둘레 2.3m나 된다. 마을사람들은 두 바위 주변에 자갈을 깔고 각종 나무를 심어 가꾸고 있다. 이 바위에 치성을 드리면 천재지변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식 없는 이는 자식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남해의 별미 산낙지 가마솥볶음


남해 섬 서쪽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는 남해별곡(www.nhbg.co.kr 055-862-5001)은 바다 풍경과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황토 통나무집.

이 곳에 가면 정갈한 황토방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고 산낙지 가마솥 볶음 같은 특별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산낙지 볶음은 무쇠 가마솥 전골판에 미나리 버섯 등 각종 야채와 버섯을 정갈하게 펼쳐놓고 그 위에 양념과 꽃낙지를 얹어 끓인다.

꽃낙지는 남해의 깊은 수심에 서식하는 낙지로 어부들이 쳐놓은 주낙 그물의 미끼에 유혹돼 잡히는 머리통이 빨갛다. 매콤한 낙지볶음에 유자 막걸리를 한잔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글, 사진 정보상 (여행작가, 와우트래블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