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릴리지' 국내 시판 코앞… 남성 혁명 큰 변화 예고

성교에 만족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짧거나, 사정을 자의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조루는 대표적인 남성 성기능 장애로 세계적으로 성인남성 세 명 중 한 명에서 나타난다고 보고되고 있다.

조루는 원활한 성관계를 어렵게 해 스트레스와 좌절감, 수치감 등을 높이고, 파트너와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때문에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 성의학회(ESSM), 미국비뇨기과학회(AUA), 미국정신과학회(APA), 세계 성의학회(ISSM)에서 모두 조루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조루치료에 대한 확실한 해법이 없다. 행동요법이나 국소마취제 사용, 음경배부신경차단술 등은 효과가 미미하거나 일시적이며, 심각한 부작용까지 동반될 수 있다.

그런데 오는 9월 세계 최초로 경구용 조루 치료제가 국내 시판될 예정이다.

한국얀센은 최근 먹는 조루치료제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가 식약청의 국내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프릴리지는 사정중추 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증가시킴으로써 조루증상을 개선시키는 완전히 새로운 치료제로 조루 치료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단순히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나 사정조절 능력만으로 조루 여부를 진단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체적인 증상뿐 아니라 개인생활 및 파트너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 정서적인 부분이 중요시 되면서, 사정에 이르는 시간과 사정조절 능력은 물론, 이와 관련된 스트레스라는 세 가지 조건이 조루의 정의와 부합되는 경우를 조루라 진단한다.

세계성의학회(ISSM)는 2008년 조루에 대해 "항상 또는 거의 항상 질 내 삽입 후 1분 이내에 사정이 일어나고, 삽입 후 사정을 지연시킬 능력이 없으며, 우울함, 귀찮음, 좌절 그리고 성관계 회피 등 개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특징을 지닌 남성의 성적장애"라 정의했다.

또, 세계성의학학회가 2007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진행한 '조루의 유병률과 태도에 관한 연구'를 보면, 조루의 유병률은 약 23%로 모든 연령대에서 20% 안팎으로 거의 유사하게 나타났다. 국가 별로는 독일, 이탈리아, 미국 중 미국이 비교적 높았으나 역시 큰 차이는 없어, 국가나 연령 구분과 상관없이 전세계적으로 비슷하게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조루의 원인은 크게 병리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병리학적 원인은 말초인 성기의 과민성과 사정을 관장하는 중추신경계 내 사정중추의 과민성에 기인한다.

말초의 과민성은 남성의 성기가 지나치게 예민해 성적 흥분을 빨리 느끼고, 사정조절 능력이 급격히 저하돼 사정까지의 시간도 짧아지는 원리다. 현재까지의 조루 치료법들은 대부분 이 원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단단한 물건으로 성기를 꾸준히 자극시키는 훈련을 한다거나,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한다거나, 국소마취제나 배부신경차단 수술을 받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실제 조루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사정중추 내 세로토닌의 고갈에 의한 발생이 훨씬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뇌간에 위치한 사정중추인 거대세포성핵에서 배뇨신경으로 이어진 척수신경이 사정에 관여한다. 사정은 사정중추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차단되는 순간 이뤄지는데, 이 세로토닌이 성관계 시작 후 단시간에 차단되는 것이 조루의 원인이 된다. 즉, 과도한 흥분이 세로토닌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소마취제 등 성기의 과민성에 의해 발생하는 조루를 가지고 있는 일부 남성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대신 의도적으로 세로토닌의 양을 증가시켜 사정을 지연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한편, 성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점, 성에 대한 지식의 부족 등 심리적 원인에 의한 조루의 경우, 정신과 상담을 통해 행동요법 등의 치료를 하고 있다.

현재의 조루 치료법은 병리적 원인의 조루를 치료하는 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남성의 성기에 스프레이나 젤, 크림 등의 국소마취제를 도포하는 방법으로 음경의 과민도를 낮춤으로써 사정을 지연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는 일시적으로 감각을 둔화시켜, 사정 시간을 연장시킬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길지 않다. 관계 시간 이전에 도포했다가, 효과가 나타나는 2분~30분 후에 맞춰 성관계를 시작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또, 여성 질 내에 흡수돼 피부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도포형 국소마취제와 기능은 크게 차이가 없으면서 사용이 간편한 마취콘돔은 귀두 감각이 지나치게 둔화돼 발기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음경에서 귀두로 가는 신경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은 민간요법을 실행하거나 국소마취제 등을 사용하는 것보다 전문의의 진단을 거치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조루가 성기의 과민반응 때문에 생긴다는 근거 하에 시도되는 치료법들이다.

얀센이 내놓은 먹는 조루 치료제 프릴리지(Priligy)의 주 성분은 다포세틴(Dapoxetin)으로 신경전달물질 중 사정중추 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켜 사정시간을 지연시키는 원리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프릴리지의 국내 시판으로 조루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정중추의 세로토닌 분비 이상으로 인한 조루를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프릴리지는 만18세~64세까지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성관계 1~3시간 전에 복용하면 7시간 정도 효과를 발휘한다.

한국얀센에 따르면, 현재 프릴리지는 세계 143개국에서 약 6000명의 조루 환자들을 대상으로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한국환자 450여 명도 다국가 임상실험에 참가했다.

임상 결과, 프릴리지 복용 후 평균 사정시간이 0.9분에서 3.5분으로 3.8배 이상 증가했다. 또, 사정조절 능력에 있어서도 '매우 좋다' 또는 '좋다'라고 답한 비율이 기존 0.4%에서 프릴리지 복용 후 20~30%로 증가했다.

스트레스와 대인관계의 어려움, 환자 및 파트너의 불만족 등 조루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평균 20% 이상 개선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관계 만족도는 본인과 파트너 모두 70%에 달했다.

프릴리지는 지난 2월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허가된 데 이어, 현재까지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7개국과 브라질에서 허가를 받았다. 유럽 7개국에서는 시판 중이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