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가족여행] 봉화 닭실마을석천정사·청암정·충재선생박물관 등 둘러보고 종가집 한과 맛보고

1-석천정사 가는길
2-석천정사
3-청암정
4-충재박물관
5-닭실한과 만드는 과정

은둔의 땅 봉화는 산이 많은 곳. 태백산과 소백산의 연봉들이 줄지어 있어 산 이 좋고 그 깊은 산에서 스며내려 온 물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계곡이 많은 고장이다. 봉화 땅에 있는 여러 계곡 가운데 군계일학 같은 뛰어난 풍광을 지닌 곳은 석천계곡(石泉溪谷). 봉화읍 유곡리와 삼계리에 있다.

태백산에서 시작된 물이 응방산과 옥적봉을 지나 유곡리에 이르면서 계곡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기 시작하는 곳에 있는 이 계곡은 나지막한 산세 때문에 골이 깊지 않고 폭이 넓으며 계곡물 또한 깊지 않아 어린이를 동반한 피서지로 적합하다.

석천계곡이 유명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계곡에서 가장 경치 좋은 곳에 석천정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 충재(冲齋) 권벌(權橃)의 종손인 청암 권동보가 봉화 금강송으로 지은 정자로 음풍농월(吟風弄月)을 제대로 즐기기 좋은 곳에 있다.

그러나 이 정자는 지금 해체 복원 작업 중이라 수려한 외관을 구경하기는 힘들다. 다만 일제 때 덧씌운 시멘트 석축이 벗겨지면서 전통 석축이 제 모습을 찾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사 중인 정자 안으로 들어가면 계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정자에서 건너다 볼 수 있다.

석천정사를 회돌아나간 계곡물이 닿는 곳에 충재 권벌의 유적이 있는 닭실마을이 있다. 마을 이름이 닭실인 것은 동쪽의 옥적봉이 수탉을 닮고, 서쪽의 백운령이 암탉을 닮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택리지>를 저술한 이중환이 삼남지방의 4대 길지 중 하나로 꼽았던 이 마을은 풍수가들이 입을 모아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인 금계포란(金鷄抱卵)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마을 종가집이 있는 자리는 금닭이 품고 있는 알이 놓인 자리로 알려지고 있다.

종택의 오른 편에는 작은 연못으로 둘러싸인 청암정이 있다. 단아한 정자와 잘 어울리는 돌다리 건너면 거북모양의 바위 위에 서 있는 정자에 오를 수 있다. 보통 정자는 방과 마루로 구성돼 있기 마련인데 이 정자는 마루만 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청암정에도 원래 방이 있었으나 추위가 닥쳐 아궁이에 군불을 때자 밑의 거북바위가 울었다.

지나던 노승이 이를 보고 밑의 거북이 등이 뜨거워서 그러니 불을 지피지 말라 했고, 이를 따라 아예 방을 모두 마루로 개조했다고 전한다.

청암정은 손님을 맞거나 동네 어르신들이 책을 읽고 시회를 여는 장소로 활용됐던 곳이다. 이곳으로 식사를 내오기는 했지만 술상이 차려지진 않았다고 한다. 연회나 술자리는 인근 석천계곡의 석천정사에서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암정 앞에는 충재선생박물관(054-674-0963)이 있다.

종택 마당에 있던 유물관을 이곳으로 옮겨 지은 것으로 박물관 건물 규모는 작지만 이 곳에 소장된 유물은 충재 권벌선생이 쓴 충재일기, 근사록, 고문서, 유묵 등 보물급만 487점에 달한다. 한 집안의 유물이 아닌 조선의 역사를 담고 있는 박물관인 셈이다.

충제 권벌 선생은 닭실마을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인물이다. 조선 중종 때 벼슬길에 나섰으나 여러 사화를 겪으면서 파직과 복직을 반복했지만 결국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 후 불천위로 모셔졌다. 불천위는 나라에 큰 공훈이 있거나 도덕성과 학문이 높으신 분에 대해 신주를 땅에 묻지 않고 사당(祠堂)에 영구히 두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 허락된 신위(神位)를 말한다.

이 제사는 닭실마을의 한과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 권벌의 불천위 제사에 후손들이 음식을 정성스레 올렸는데 그 중 하나가 한과였기 때문이다.

장마나 무더운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이 마을 여자들은 공동 작업장에 모여 한과를 만든다. 한과 이름은 ‘닭실종가전통유과’다. 찹쌀을 빻아 시루에 쪄낸 후 홍두깨로 밀어 어른 손바닥 크기로 떡살을 만들어 온돌바닥에 바싹 말린 뒤 떡살을 식용유에 넣고 나무주걱으로 눌러 지져 서너 배 크기로 지져낸다. 여기에 물엿을 바르고 튀밥을 묻히면 한과의 한 가지 입과(산자)가 만들어진다.

이 모든 과정은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이밖에도 손가락만한 강정인 잔과, 깊은 맛이 나는 약과 등도 수작업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만드는 과정을 함께하는 체험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

봉화의 맛 한약우 구이


봉화한약우는 생후 3~4개월 된 순수 혈통의 한우만 선발해서 30개월 이상 될 때 당귀 등 한약재를 먹여 키운다.

도축하기 전까지 1마리 당 한약재를 50kg이상 먹이는데 육질이 연하며 누린내가 없고 맛도 좋다.

봉화읍에 있는 봉화한약우식당(054-672-1091)에서 맛볼 수 있다. 닭실마을(054-673-4210)에서 만드는 한과는 명절 때 선물용이나 이바지 음식으로 인기가 있다.





글, 사진 정보상(여행작가, 와우트래블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