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프랑스 실용주의 디자인 선구자 장 프루베 작품 보러

접어서 세워놓을 수 있는 의자, 저비용 대량 생산에 적합한 디자인 '스탠다드 체어(Standard Chair)' 시리즈, 버팀대 시스템을 적용해 만든 '콤파스 테이블(Compass Table)', 탈·부착이 쉬운 조립 시스템을 적용한 '메종 트로피크(Maison Tropique)', '메종 사하라(Maison Sahara)' 같은 구조물….

가구디자이너이자 건축가, 공학자로서 끝없는 실험을 보여준 20세기 프랑스 실용주의 디자인의 선구자 장 프루베(Jean Prouvé)의 혁신적이고 독보적인 작품들이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생소한 그의 작품들을 한 미술관 전시회를 통해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대림미술관은 세계 최고의 디자인 미술관으로 평가받는 독일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Vitra Design Museum)과 함께 오는 9월 18일부터 11월 28일까지 을 개최한다.

장 프루베 타계 25주년 기념으로 마련되는 이번 전시는 그의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와 드로잉, 건축 모형, 사진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예술과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그의 가구가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예술과 공학이 결합된 작품인 빈티지 가구들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그가 선보인 기술과 가구들의 가치가 관심을 끈다. 이는 자연스럽게 그의 작품에 대한 수집 열풍으로 이어졌다.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마샤 스튜어트 같은 세계 유명인사들이 장 프루베의 컬렉터로 알려져 있다.

작품 가격도 경이적이다. 2005년 11월 필립스 디자인 경매에서 장 프루베의 1951년 작 테이블이 27만 3600달러(약 2억7000만원), 1933년 작 팔걸이 의자가 10만 8000달러(1억 8000만원)에 낙찰됐을 정도다.

이번 전시회에도 작품가격이 15억을 호가하는 가구가 선보인다. 1930년에 제작된 '그랑 르포(Grand Repos; 가장 편안한 휴식)'이라는 이름의 안락의자로 장 프루베의 가구들 중 가장 초기작에 해당한다.

이밖에 3m가 넘는 거대한 트라페제 테이블과 이엠 테이블, 16개의 스탠다드 체어, 그리고 장 프루베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이기도 한 콤파스 테이블과 안토니 체어도 전시된다.

1) 장 프루베
2) 써미앤투스 투고 카페
3) 써미앤투스 투고 스쿨체어
4) 카페별
5)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 전시장 전경.
6)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카페별. 장 프루베를 비롯한 유명 가구 디자이너들의 빈티지 가구가 놓여 있다.


카페에서 만나는 장 프루베

테이블 하나에 3억원, 의자 하나에 15억 원이 넘는 거장의 가구들. 실용주의 디자인이지만 돈 많은 소수의 수집가를 제외하곤 일상생활과 요원한 가구가 아닐까. 그러나 장 프루베의 가구는 의외로 가까이 있다.

종합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트렌디한 카페 중 장 프루베의 작품들로 공간을 꾸민 곳들이 꽤 여럿이기 때문이다. 장인 정신과 대량 생산 기술을 접목시킨 가구들로 채워진 카페들, 어떤 모습일까.

스쿨 체어가 있는 써미앤투스 투고 카페

개성 있는 카페들이 모여 있는 삼청동거리. 서미앤투스(SEOMI&TUSS) 갤러리에서 운영하는 '써미앤투스 투고' 카페는 장 프루베의 스쿨 체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카페 한 켠에는 4개의 스쿨 체어가 놓여 있지만 워낙 평범한 디자인이라 유명 작품이라고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언제나 공동체를 위한 작업을 추구한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학교나 대학을 위한 건축과 가구 제작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스쿨 체어는 저비용의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 모두에게 친숙하고 사용하기 편한 가구와 건축을 제작하고자 했던 장 프루베의 디자인 철학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다.

통 유리로 된 창문은 젊고, 깔끔하며, 여유로운 느낌을 주며, 한쪽 벽에는 각종 미술서적을 비치해 놓아 감각적인 느낌을 더한다.

유럽 빈티지 풍의 Café aA

빈티지 가구 수집가로 유명한 aA디자인 뮤지엄 김명한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로, aA디자인 뮤지엄 1층에 위치해 있다. '카페 aA'는 단순한 휴식공간이 아닌, 디자인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공간이다. 예술(Art), 건축(Architecture), 삶(alive)를 뜻하는 a와 최고점수 및 불변의 가치를 상징하는 대문자 A가 합쳐진 이름에서 이 카페가 지향하는 공간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오래된 유럽의 창고를 컨셉트로 하며,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에서 건너온 의자와 인간미 넘치는 빈티지 소품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장 프루베의 가구 작품은 카페가 아닌 디자인 뮤지엄에 전시돼 있다.

강남의 개성 있는 빈티지 풍 카페들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에 위치한 '카페 별'은 장 프루베를 비롯한 유명 가구 디자이너들의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다양한 빈티지 가구들이 놓여 있어 아늑하며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로수 길에 있는 '카페 스타트'는 그래픽 디자인회사 2#1 Grafik 이정일 대표가 새롭게 오픈한 곳으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장으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3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빈티지 가구와 프로방스, 스칸디나비아 등 다양한 테마의 가구를 매치한 공간 구성이 특징이다.

청담동 엠넷(M·net) 골목에 위치한 카페 '먼데이 투 선데이'는 군더더기 없는 흰색 외관과 탁 트인 공간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각기 다른 모양의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는 것도 특징이다. 장 프루베와 레이 찰스 앤 임스의 오리지널 가구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흔치 않은 즐거움을 주는 카페다.



전세화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