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페라 공연 보고 호주산 와인 시로멧 시음도

무려 10명의 멋진 남성들이 화려한 하모니의 음악을 선물해 준다면, 잘 생긴 얼굴과 듬직한 체격은 이미 기본, 그리고 만약 와인 한 잔까지 같이 마실 수 있다면… 놀랍게도 이제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는 더 이상 아니다.

와인과 공연, 그리고 관객이 처음으로 함께 만났다. 호주 출신으로 팝페라 최고의 히어로로 불리는 '텐테너스'. 19일 저녁 이화여대에서 내한 공연을 벌이는 이들은 공연 직후 대강당 앞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주산 와인 시로멧 시음회도 즐긴다. 국내 공연에서 맥주 시음회는 간간이 있어 왔지만 와인이 함께 하는 경우는 무척 이례적인 케이스다.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돌그룹인 슈퍼 주니어가 13명, 소녀시대는 9명, 클래식계에서는 오페라나 합창단이 아니라면 그리 많이 모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텐테너스(The Ten Tenors)는 이름 그대로 10명이나 된다.

그것도 모두 테너. 10명의 테너가 뿜어내는 웅장한 소리의 향연은 가히 클래시컬 팝의 진수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 텐테너스는 1995년 호주 브리즈번 음악원을 갓 졸업한 실력있는 테너 10명이 처음 만들었다. 대학시절 진지한 오페라보다는 청중과 호흡하는 무대와 화려한 쇼에 관심을 보여 왔던 이들이 졸업 이후 모여 한 팀을 결성한 것.

방송 프로그램의 창립 축하공연 무대에 섰다가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한 이들은 98년 인기있는 그룹으로 자국내에서 성공, 호주 전역 공연을 필두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활동하고 있다. 매년 250일 동안 미주, 유럽, 아시아 등의 월드투어를 다니며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매번 공연장을 파티장으로 만드는 열정의 테너 그룹으로 이름난 이들은 이번 서울 공연에 '술'까지 더했다. 자국산인 호주 와인도 소개하면서 관객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서기로 작정한 것. 공연이 끝난 9시부터 와인 잔을 청중들과 함께 기울인다.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한 잔씩은 제공할 만큼 양도 충분히 준비했다고.

지난 해 봄 내한, 많은 한국 팬들을 매력적인 보이스로 매료시킨 그들이 올해 마련한 로맨틱한 여정의 타이틀은 'Nostalgica'. 이번 두번째 내한 공연 프로그램은 텐테너스 자신들이 직접 선곡한 주옥같은 명곡들로 구성된 앨범 "Nostalgica"에 수록된 곡들로 채워진다. 클래식부터 대중적인 스타일의 곡까지 다양한 관객층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과 화려한 조명등으로 한편의 쇼를 만들어 낼 각오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Moon River, What A Wonderful World부터 관객들의 공연장 최다 신청곡 Danny Why 그리고 Besame Muchh, Doo Wop 메들리, Rock n' Roll 메들리, 80년대 곡 메들리까지 다채로운 장르로 웅장하고 화려한 감동의 하모니를 선보일 예정. 클래시컬한 우아함에 록의 자유로움까지 다양한 장르를 거침없이 소화해낸다는 평가다.

"정통 오페라보다는 관객과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 대중적인 팝페라를 선택했습니다." 텐테너스의 멤버 스튜어트는 "지난 해 처음 한국 투어 땐 한국 팬들의 팝페라에 대한 관심을 잘 알지 못해 조금 걱정 스러웠지만 공연을 하고 나니 어느 나라보다도 열광적이고, 관객들의 반응이 빨라 이번 공연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한다.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을 하고 싶은데 한국 투어는 와인도 함께 해 관객과 호흡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텐 테너스는 17일 노원문화예술회관, 18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 모두 세차례 공연을 벌인다. 공연 판매금액의 10%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에 기부해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식수지원 우물파기 사업에 지원한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