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창건 설화와 독창적 가람 배치·서민적 불상 등 신비감 더해

우리나라 절은 대부분 산 속에 있다. 그래서 산사(山寺)라는 단어가 사찰을 표현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는지도 모른다. 운주사도 역시 산속에 자리 잡고 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절집들이 등을 기대기 부족함이 없는 듬직한 자태와 남도 특유의 부드러운 산마루의 실루엣이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산 속에 있다기보다는 산이 들판으로 밀려나온 곳의 숨겨진 골짜기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절은 십 수 년 전까지만 해도 탑과 불상이 있었던 골짜기에 논밭이 있어 봄이면 쟁기소리며, 가을이면 누런 벼이삭이 물결치는 경이로운 세상이었다고 전한다.

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에 있는 운주사는 수수께끼의 절이다. 이 절은 화려한 단청이나 육중한 현판도 없다. 사천왕의 험상궂은 얼굴도 없다. 다만 절의 입구에서부터 주변의 산과 골짜기 여기저기에 석탑과 불상의 무리들이 무질서하다 싶을 정도로 널려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느 절에도 찾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가람 배치가 이 절의 신비함을 더해 준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통하지 않더라도 절 어느 곳이나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넉넉함이 있는 절이다.

이런 운주사는 대하소설 '장길산'에 소개되고 부터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황석영은 운주사의 풍경에 대해 "저 산야에 쓰러진 민병들의 시체와 같다"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석불들은 근엄하고 자비로운 부처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못난 석불들이다.

투박한 얼굴로 계면쩍게 서 있는 석불도 있고 코가 떨어져 나가거나 몸통이 반밖에 남아 있지 않은 석불 등 각양각색의 석불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불상에서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형제들처럼 친근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운주사에 남아있는 석불은 93구, 석탑은 19기 정도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석불, 석탑이 각 1천기 씩 있었다고 전해지고, 일제 강점기까지만 해도 석불이 2백13구, 석탑이 30기 정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근처 사람들이 탑을 헐어 주춧돌로 쓰거나 기둥 같은 모양의 불상을 가져다 다듬잇돌로 쓰는 등 훼손이 심해 그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한다. 여기에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여자가 아이를 못 낳는 경우 불상의 코를 잘라 가루를 먹으면 해결된다는 민간신앙 때문에 남아 있는 불상들도 얼굴이 성한 것이 드물게 되었다.

운주사에는 여러 창건 설화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이곳 운주사 땅이 장차 임금이 나올 군왕지여서 그 혈을 끊기 위해 명당을 누르는 탑을 세우고 도술을 부려 하루밤 사이에 천불천탑을 세웠다는 전설이 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지형이 배 모양인데 동서가 편편하지 못하고 또 태백산맥이 있어 동쪽으로 기울어져 국토의 정기가 일본으로 새어 나가기 때문에, 그러나 가장 가슴에 와 닿는 전설은 이곳 천불산 골짜기에 천불천탑을 세우고 마지막으로 와불을 일으켜 세우면 민중해방의 용화세계가 열린다는 내용이다.


운주사 절집들이 건너다보이는 언덕의 거대한 암반에 세워진 와불(臥佛)은 한 쌍이다. 길이 12m, 너비 10m의 와불은 앉은 채로 뒤로 넘어져 있다. 산비탈에 머리를 둔 채 거꾸로 누워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형국으로 현실세상이 거꾸로 되어 있으니 불상도 거꾸로 누워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절대로 일어나 앉을 것 같지 않은 와불을 보면서 아득히 먼 미륵세상을 염원했던 민초들의 한의 발견하게 된다.

운주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망인 수명연장, 구복, 득남을 비는 칠성신앙의 뿌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 칠성신앙의 발견하게 되는 것이 칠성바위다. 와불이 누워 있는 산마루에서 절 입구 쪽을 향해 산길을 내려가다 보면 듬성듬성한 소나무 숲에 일곱 개의 바윗돌이 놓여 있는데 이 바위들을 칠성바위라고 불리고 있다.

칠성이란 북극성을 축으로 하여 그 주위를 하루에 한 번 회전하는 북두칠성 별자리를 말하는데 우리 선조들은 자연 숭배사상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 신비로운 절 운주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공사바위다. 대웅전 뒷길과 이어진 언덕길을 오르면 만나게 되는 이 바위는 운주사 천불천탑이 만들어질 때 공사를 맡았던 감독관이 이 바위에 서서 총지휘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바위에는 마치 사람이 앉았던 것 같은 자국이 파여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운주사는 바람 잘 날 없는 세상 속에서 소외받던 민초들의 염원을 끌어안고 가는 묵묵한 구도자의 뒷모습 같다.

몸에 좋은 건강식 화순 달맞이 흑두부


운주사가 있는 전남 화순엔 두부 음식점이 유난히 많다.대표적인 곳이 남도 음식 명가로 소문난 달맞이흑두부(061-372-8465). 검은 콩으로 만들어 회색빛을 띠는 흑두부는 가마솥에 장작불로 콩물을 끓여 만드는 전통방식으로 만들었다. 순두부·청국장·콩국수에서부터 흑두부 버섯전골·보쌈·한방삼합 등까지 흑두부가 곁들여지는 갖가지 요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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