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 공연과 음식, 자연과 전통 함께 숨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한때는 고관대작들만 드나들 수 있었던 고급 요정, 얼마 전까지는 전통 한식당.

삼청각 얘기다. 삼청각이 새로 태어났다. 지난 9월1일부터 상설공연 '만년장환지곡'을 새롭게 무대에 올리며 전통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그간 민간에 맡겨졌다가 7월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다시 운영하게 된 것이 전환점이 됐다.

삼청각을 최근 다녀본 이들에게 대부분 남는 기억. '공연을 본 것 같긴 한데 연회 행사 때였던 것 같고…' , '개인적으로 삼청각에서 벌어지는 수시 공연을 볼 수 있을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삼청각이 연회장인지, 아니면 레스토랑도 있는 공연장인지 정확히는 파악이 안 된다' 정도가 아마 대부분일 듯이다.

정확히 삼청각은 지난 4년 간 파라다이스 그룹에 위탁 운영돼 왔다. 이 기간은 한식당과 연회 행사가 대부분의 용도. 이용객들도 행사 참여차 온 이들과 레스토랑 고객으로 구분됐다. 이 때 삼청각에서 열린 공연을 보았다면 거의 전부 단체 행사 고객들이다. 식사를 목적으로 찾은 레스토랑 고객들을 위한 공연은 3년 동안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삼청각을 찾는 이들은 주중 언제든 전통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연회가 있든 없든, 식사를 하고 마는 것과는 전혀 관계 없이 상설 공연이 펼쳐져서다. 그래서 지금 삼청각은 공연과 문화, 음식까지, 또 자연과 전통이 함께 숨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완전 탈바꿈했다.

새롭게 무대에 오르는 전통공연은 '萬年長歡之曲'. 국악에서 우리 옛 가곡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으로 '만년 동안 즐거움을 누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공연이 벌어지는 장소는 본관 격인 일화당. 전에는 연회장으로 주로 쓰였지만 앞으로는 전문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지난 7월부터 서둘러 작업에 들어가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전문 공연장다운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다.


공연을 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그냥 공연만 보는 것도, 식사를 하면서 공연을 함께 보는 것도 아니다. 대신 공연과 전통차, 그리고 한과를 함께 묶었다. 공연장 좌석에 앉으면 전통차와 한과가 관람객 각자에게 모두 서빙된다. 그것도 아주 고급스런 찻잔과 잔받침에.

그리고 가장 큰 변화 하나. 호텔 연회장처럼 객석에 둥그런 테이블들이 가득 놓여있다. 물론 손님에게 전통차와 한과는 이 테이블 위로 제공된다. 관람객들이 마치 고급 연회장에 온듯한 기분으로 우리 전통 음료 다과와 함께 국악을 즐기라는 배려에서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객석이라기보다는 테이블에 앉는다고 표현해야 정확할 듯.

실제 고객들의 반응도 호평 일색이다. '너무 럭셔리하다' '공연을 보고 나선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뭔가 대접 제대로 받는 것 같다' 등의 찬사들이 쏟아진다고.

특히 공연이 촛불 조명 속에서 펼쳐지는 것도 매우 이채롭다. 테이블마다 촛불이 타오르면서 은은한 불빛을 만들어 내는데 국악 공연이라는 분위기와도 무척 맞아 떨어진다. 전통 내음도 나면서 로맨틱한 연출까지 해주는 효과 때문. 관람객들이 공연 도중 행여 찻잔 부딪히는 소리라도 날까 봐 자연스레 조심하는 모습에 절로 수긍이 간다.

그간 '좋다 말다 별 말이 없었던 듯한' 음식들도 매우 맛있어졌다는 소리를 요즘 듣는다. 실제 주방 멤버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그간의 타성(?)을 모두 뒤로 하고 새롭게 정성을 기울이기 때문이라고.

운영 전반을 실무 지휘하고 있는 유은선 전문위원과 주방 멤버들은 매일 전통차 한 모금, 커피 원두 한 알, 식재료의 질감 하나하나까지 세심히 따지고 점검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동안은 연회 영업 중심이라 어떤 의미에서 적당히 굴러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손님 한명 한명에게서 직접적인 평가를 받게 되고 그것이 삼청각의 명운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긴장감에서다.

보통 효율을 얘기하자면 관보다는 민이 더 앞서 있다는 것이 중론. 삼청각도 그간 민에서 관으로 넘어왔으니 자칫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유은선 위원은 "오히려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민간 기업과 달리 전액 수익을 고객과 시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공공 시스템을 갖춰 전보다 삼청각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민이건, 관이건 간에 실제 임하는 사람들의 자세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

삼청각의 새 공연은 우리 국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고 있다. 정통 국악부터 퓨전 국악까지 요일별로 다채롭게 펼쳐지기 때문. 국악프로젝트 '수', 여울과 아라연, 아우라 등의 악기연주. 프로젝트 '시나위', 실내악단 '고물' 등 출연진들도 화려하다. 이들은 정악과 민속악, 창작음악, 퓨전 음악 등 여러 장르를 고루 소화해낸다.

공연은 매일 저녁 8시반~9시10분 40분씩 열린다. 공연 관람과 전통차 한과를 포함한 가격은 3만원. 식당 이용 고객들은 미리 예약시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점심 코스 3만9000원, 저녁 코스 4만9000원부터. 와인 리스팅은 4만~6만원대 가격대도 많이 구비해 대중적인 기준에 맞췄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