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와인보다 진일보… 5개 브랜드 소개 영상메시지

한 때 프랑스 와인 메이커들 사이에서는 비행선이나 UFO(비행접시)가 금기시된 적이 있었다.

UFO가 포도밭 위를 지나가면 그 해 포도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 그래서 포도밭 상공을 보호하는 법적 조치까지 취하기도 했다. 지금은 우스운 일화가 돼버렸지만 당시 당사자들에게는 꽤 심각했던 듯 싶다. 아무래도 작황 수입과 직결되다 보니…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인 '바니 둔(Bonny Doon).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대표 와인인 '르 시가 볼랑(Le Cigare Volant) 라벨에는 비행접시가 그려져 있다.

포도밭 위를 날면서 빈야드를 비추는 모습. 샤또뇌프 뒤 빠쁘 마을에서 이슈가 되었던 비행접시를 레이블의 모토로 삼은 것이다.

불어인 라 시가 볼랑은 영어로 'The flying Cigar'. Cigar는 UFO나 열기구를 애칭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됐는데 와인 이름 역시 비행접시를 암시한다.

당시 와인 메이커들의 편견을 꼬집으면서도 신비적이고 알려지지 않은 세계로 진출하는 도전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됐다.

이 와인의 생산자는 랜달 그람. 라벨에서부터 비행접시에 대한 냉소와 풍자에서처럼 그는 와인 메이킹에서 이상주의와 개혁의 역사를 내세운다.

그런 그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카메라 앞에 서서 촬영,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동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그에게 이상과 개혁의 상징이랄 수 있는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을 알리기 위해서다.

"맛에서 (방금 마신) 이 와인이 바이오 다이나믹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맛이 일반 와인과 달라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은 건강과 인류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바이오 다이나믹은 인공첨가물을 넣는 등 화학적 양조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의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양조한 와인을 가리킨다.

유기농 와인을 뜻하는 오가닉 와인과 어느 정도 개념이 비슷하게 겹치지만 조금 진일보한 단계라는 해석. 유기농 재배는 물론, 포도가 밭에서부터 자연과 합일되도록 한다는 철학적 의미도 담고 있다. 일례로 미국에 있지만 바니 둔 와이너리는 달력도 음력을 사용한다.

품질 좋고 자연의 섭리에 거스르지 않는다는 그의 철학은 얼핏 고루하게 보이는 기존의 고정관념에 대한 저항과 맞닿아 있다. 한 마디로 와인 생산에 있어 개혁과 새로운 시도를 그는 끊임없이 추구한다.

바이오 다이나믹을 비롯, 코르크를 사용하지 않고 스크류 캡을 고집하는 것으로 그는 유명하다. 와인 병 안에 들어가는 소량의 공기(산소)를 투입하지 않는 것.

많은 포도 농장에서 시행하는 포도나무 접붙이기를 하지 않고 씨앗을 심는 농법을 선택하는 것, 포도밭에 인공 관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것 등도 모두 그만이 과감하게 실천하고 있는 방식들이다.

"자연의 양분으로 작물 고유의 맛과 영양분을 살려내야 합니다. 작물의 생명력을 끊임없이 보충시키고 재소생시킴으로써 농작물(포도)의 품질과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바이오 다이나믹에 대한 저의 신념입니다."

영상 메시지를 들고 그를 대신해 한국을 찾은 프레드 쉐러 마케팅 담당 이사는 보니 둔의 와인 5가지 브랜드를 소개했다.



글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