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사망자 남성보다 많아… 폐경후 여성호르몬 감소가 원인

심혈관 질환은 '남성 병'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들의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 등의 기사를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환은 혈관이 좁아지면서 심장으로의 혈액 공급이 감소하거나 중단돼 발생하는 허혈성 심장질환, 심장이 스스로 움직이는 원동력인 심근이 딱딱해지는 심근경색,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생기는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과 뇌혈관의 이상으로 뇌출혈이 일어나는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질환을 포함한다.

그런데 의외로 통계청의 '사망원인별 사망자 수' 자료에 따르면 2007년도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남성(21,577명)보다 여성(22,197명)이 더 많다.

대한심장학회(현 대한순환기학회)에서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주요 심혈관 질환인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으로 치료받은 환자 10만2000명을 분석한 결과도 중년 여성의 높은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잘 보여준다. 심근경색 및 협심증 등으로 입원한 여성 93.2%가 폐경기 여성으로 나타났다. 50세 전에는 남성환자가 훨씬 많지만, 폐경 이후에는 여성환자가 급증해 70대가 되면 남녀간 차이가 없어진다.

생활습관 교정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등으로 예방

갱년기 여성은 꾸준한 운동으로 비만과 함께 올 수 있는 당뇨, 고혈압 발생을 막아야 한다. 기사의 인물은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위) 아스피린(아래)
대한심장학회의 자료를 보면, 여성에게 나타나는 심혈관 질환은 폐경기와 관련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폐경이 오게 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로 인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에스트로겐은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당뇨의 진행을 막아주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에스트로겐 수치가 감소하는 폐경기 여성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당뇨와 비만,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위험인자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심혈관 질환을 앓는 중년 여성 중에는 전형적인 심혈관 질환 증상인 가슴통증 외에도 숨이 차거나 머리가 무겁고, 불안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등의 비전형적인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 여성환자 15.1%는 화병으로, 24.9%는 위장병으로 오인하고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전형적인 증상은 여성환자들이 병을 조기에 발견하는데 장애가 된다. 뇌졸중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것도 조기발견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심혈관 질환은 암에 이어 한국인의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2006년 통계청의 사망원인 자료에 의하면, 사망자수 1위는 암이지만, 심혈관계 질환들을 모두 합치면 암 환자의 수보다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심혈관 질환은 한번 발병하면, 심장, 뇌 등 신체의 주요 장기에 영향을 미쳐 암보다 훨씬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전문의들은 따라서 자신이 이러한 질환에 걸릴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지를 미리 파악해 꾸준히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예방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2년 발표한 '세계건강보고서'에서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로 ▶고혈압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 ▶흡연 ▶비만 등을 꼽았다.

주요 위험인자 중 하나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높은 만큼,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적절한 약물요법을 통해 위험인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중년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의 생리적 변화와 남성에 비해 근육량이 적어 비만상태가 되기 쉽기 때문에,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소식하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 2007년 여성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갱년기 여성의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대부분이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되기 때문에 생활습관 등을 통해 발병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고, 질환의 심각도 역시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심장협회가 발표한 여성 심혈관 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은 ▶금연하라 ▶거의 매일 60분~90분간 빨리 걷는 정도의 운동을 해라 ▶포화지방은 총 섭취열량의 7% 미만으로 줄여라 ▶생선류나 기타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된 식품을 주2회 이상 섭취 하라 ▶심장질환 고위험군 여성은 LDL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으로 낮추고 ▶심장질환 위험 여부에 상관 없이 65세 이상 여성이면 매일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하라 등이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아스피린 성분이 혈액을 응고시키는 혈소판의 기능을 감소시키고, 혈전 생성을 억제해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심혈관 질환 예방제'로 처방되고 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