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 정보문화원' 홍대 앞 개관크리스털과 맥주의 나라 공연 ·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한국에 있는 유럽의 문화원들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문화와 예술의 나라인 프랑스와 괴테로 유명한 독일문화원일 것이다. 영국과 이탈리아도 있다. 모두 4개 국가다. 대학생들은 물론, 외국문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손쉽게 즐겨 찾을 수 있는 '문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들이다.

또 다른 외국의 문화 사랑방 하나가 최근 문을 열었다. 서울 홍익대 앞 거리에 개관한 체코 정보 문화원이다. 국내에 들어 와 있는 유럽 국가 문화센터로는 5번째다.

체코정보문화원이 들어선 곳은 '캐슬 프라하' 빌딩 3층. 옛 중세 유럽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홍대 앞 거리의 빌딩군 중에서도 디자인과 아트적 감각이 물씬 풍겨나는 문화복합공간이다.

"수년 전 이 빌딩을 기획하고 세울 때부터 체코문화원이 들어온다면 건물이 최종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그 꿈이 실현된 것이죠."

체코정보문화원 개원은 특이하게도 처음 한국인의 주도로 이뤄졌다. 캐슬 프라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함태헌 대표이사가 야로슬라브 올샤 주니어 주한 체코대사에게 체코문화센터 설립을 제안했고 올샤 대사도 적극적으로 수긍한 것이다. 함 대표는 "올 초 부임한 올샤 대사에게 취지를 설명했고 서로 뜻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건물은 한국 측에서 제공하고 체코 대사관의 각종 지원 하에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들을 공동으로 펼쳐나가는 형식이다.

야로슬라브 올샤 주니어 주한 체코대사, 나디아 블냐소바 대사관 상무관, 캐슬 프라하 함태헌 대표이사(오른쪽부터), 체코 크리스탈 작품들(아래)
"오늘 체코 정보문화원의 탄생에는 3명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함 대표와 대사인 저, 그리고 나디아 블냐소바 대사관 상무관이죠. 아니, 상무관이 여자분이니 한 명은 어머니네요." 개원식에서 재미있게 농담을 던진 올샤 대사는 "체코문화원 개원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에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해외 문화센터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3층 20여평의 공간에 꾸며진 체코정보문화원은 체코의 문화와 예술 전반을 한국에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체코의 예술 작품들 전시는 물론, 음악 공연, 사진과 미학 강의에도 신경 쓸 예정이다. 올샤 대사는 무엇보다 체코 영화의 홍보와 상영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한국에서 그간 보지 못했던 체코 영화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체코 정보문화원은 벌써 체코를 소개하는 책자 600여권도 들여다 놓았다. 내용은 체코의 관광과 음식, 문화,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공개 서가와 작지만 열람실도 마련했다.

책들은 모두 문화원 개원에 앞서 체코 대사관측에서 미리 주문해 공수해 온 것들이다. 올샤 대사는 "더 많은 콘텐츠를 공급하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서적들을 추가로 구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체코 정보문화원은 문화나 예술뿐 아니라 비즈니스와 기업활동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체코 기업이나 체코 상품만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는 생각이다. 나디아 블냐소바 상무관은 "문화뿐 아니라 체코 경제와 기업 정보 제공이나 교류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코 크리스탈이라든가 체코산 나무로 만든 장남감, 기계, 도구 등 한국 회사들과 협력할 만한 좋은 기회와 아이템들이 많습니다. 그 동안 체코 기업과 상품들을 소개할 공간이나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앞으로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전시대 설치나 쇼를 위한 공간으로는 손색이 없으니까요."

체코 정보문화원은 체코 크리스탈 전람회를 개원 행사로 가졌다. 아직 한국인들에게는 덜 알려진 체코의 크리스탈 기법과 상품들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는 자리다. 수십여 점 이상의 고급 크리스탈 작품들이 선을 보였다.

"체코는 한국인들에게 특히 맥주로 유명합니다. 버드바이저도 체코가 원산지죠. 체코 맥주가 아마 15세기에 시작했다면 체코의 크리스탈 역사는 12세기 경부터 시작됐습니다. 체코 하면 맥주와 크리스탈 둘 다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나디아 블냐소바 상무관은 한국인들에게 체코 크리스탈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가 전해 준 팁 하나. 크리스탈을 유리와 구별하는 방법이다. "잔을 들어 빛에 비춰 보면서 눈으로 지켜 보세요. 일곱 빛깔 무지개가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유리에서는 볼 수 없죠." 또 언뜻 유리와도 비슷해 보이는 크리스탈은 막상 들어 보면 유리보다 무겁다. 이유는 납 때문. 크리스탈에는 납이 들어가야만 유리를 부드럽게 깎을 수 있다.

"크리스탈 잔 가장자리에 손가락을 대고 빙빙 돌려 보면 소리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윙윙' '붕붕' 하는 소리가 메아리치면 그건 크리스탈입니다." 그녀는 "체코 정보문화원은 한국내 유럽의 5번째 문화센터이지만 체코는 EU 국가 중 한국에 투자 규모가 6번째로 큰 나라"라고 말했다.

체코 정보문화원은 특히 체코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해 체코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8만여명. 대부분 프라하만을 중심으로 다녀갔다. 올샤 체코 대사는 "체코에는 아름다운 성은 물론, 온천 스파, 맥주, 와인 등 다른 경험해 볼 만한 것들이 많다"고 강조한다. 체코 문화원은 조만간 웹사이트도 만들 예정이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