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일본 등 거쳐 한국에 상륙

키자니아 서울 공사현장
차도 건물도 마트에서 끌고 다니는 카트도 전부 2/3 크기다. 이곳은 어디일까? 피자 집으로 들어가 보면 조리사 복장을 한 7세 남아가 피자를 굽고 있고 법정에서 판결문을 읽는 판사는 10세의 여아다.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관도,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도, 모두 어른 가슴팍 높이 아래에서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한다.

내년 2월 잠실에 문을 여는 키자니아는 세계적인 규모의 어린이 직업 체험 테마파크다. 이 안에서는 스튜어디스, 소방관, 요리사, 선생님, 댄서, 심지어 홈쇼핑의 쇼호스트까지 모든 직업 체험이 가능하다. 1999년 멕시코에서 시작된 키자니아는 직업 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놀이와 교육의 효과를 동시에 거둔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개장 10주년이 된 지금 멕시코 아동 중 이 키자니아를 체험해 보지 않은 이는 거의 없다. 멕시코에 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진로 교육을 위해 의무적으로 이곳을 방문하기 때문. 연간 70만 명의 방문객 중 절반 정도가 학교에서 현장 실습을 위해 나온 단체 손님이다. 2006년 일본에서 같은 콘셉트로 크게 히트를 친 키자니아는 자카르타, 리스본, 두바이 등으로 퍼져나갔고 내년에는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다.

오늘은 간호사, 내일은 승무원

어린 시절, 어른들의 세계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다. 엄마의 화장품에 손을 대고 아빠의 넥타이에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허락되는 것은 뛰어 놀 공터나 인형뿐이다. 초등학생들에게 꿈을 물었을 때 대통령과 연예인이라는 대답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어린 눈에 최고의 직업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알고 있는 직업이 그것뿐이라는 이유도 있다.

일본 키자니아의 베이커리
어물쩍 지나간 진로에 대한 생각은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완전히 잊혀지고 이는 사회에 나갔을 때 고스란히 돌아와 뒤늦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키자니아는 어린이들에게 직업 체험의 기회를 줌으로써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 알려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도록 돕는다.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직업의 수는 90여 개에 이른다.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이 키자니아에 열광하게 하는 진짜 이유는 리얼리티다. 어설프게 꾸며 놓은 외관에서 흉내만 내다 가는 것이 아닌 진짜 비행기, 진짜 카메라, 진짜 피자 석쇠가 만들어 내는 현실성이 아이들을 매혹시킨다. 키자니아 내에 있는 비행기는 실제 보잉 727기로, 멕시코에서 공수해 와 반을 뚝 잘랐다.

이 안에서는 스튜어디스와 비행기 기장이 되어볼 수 있다. 비행기 가격만 6억 원. 역시 수억 원을 호가하는 진짜 카메라로는 촬영 감독이 될 수도 있고 그 앞에서 아나운서나 해외 특파원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피자 집에서는 본사에서 공수해온 반죽으로 직접 피자를 만들어 먹는다. 이곳에서 가짜는 화재 시(소방관 체험도 가능하다)의 불과 꼬마 의사들이 수술하게 될 환자 모형뿐이다.

이를 위해 유명 기업들이 키자니아에 입점한다. 곧 오픈하는 키자니아 서울에는 파리바게트와 베스킨라빈스, 미스터 피자, 롯데백화점, 이마트, MBC, 교보문고 등 각 직종별로 가장 인지도 높은 기업들이 참여를 확정했다. 모든 매장이 실제 규모의 2/3로 제작되며 간판, 매장의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까지 실제와 똑같다.

물론 이들을 교육시키고 안전을 관리하는 슈퍼바이저들이 각 매장마다 2명에서 많게는 5명까지 배치 되어 있다. 멋 모르는 아이들이 어물어물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버리지 않도록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는 기술을 가르쳐주고 승무원과 법조인에게는 역할을 부여하면서 각 직업에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일본 키자니아의 라디오 방송국
이 테마 파크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기술의 습득뿐이 아니다. 소방관이 꿈인 아이는 불 끄는 체험을 하는 것과 동시에 같이 일하는 친구와의 호흡을 고려하게 되고 불을 끄는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성숙한 태도까지 배우게 된다. 노동의 대가로 받은 모조 화폐로는 기념품을 사거나 퇴장 전 은행에 저금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경제 관념에 대해서도 눈 뜰 수 있다.

적성 발견에 협동심까지

부모들은 내부에 함께 들어갈 수는 있지만 체험할 수는 없으며 대부분 통 유리로 되어 있는 매장 바깥에서 자녀의 일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자녀가 배우로 변신할 경우 연극 무대의 관객이 되기도 한다. 한 번 입장에 허락된 시간은 5시간. 아이들이 역할 놀이에 푹 빠져 있는 동안 피곤한 부모들은 전용 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하면 된다. 아침 9시30분부터 낮 2시30분까지, 낮 3시30분부터 밤 8시30분까지, 하루 2회 운영될 예정이며 한 번에 허용된 정원은 1500명이다. 입장 가능한 연령대는 만 3세부터 16세까지. 한 매장 당 아무리 짧게 머물러도 40분 이상은 소요되므로 1회 방문 시 체험할 수 있는 직업의 수는 5~6개 정도다.

기존 잠실 롯데월드에 딸린 수영장 부지에 자리 잡게 되는 키자니아는 유리 돔으로 이루어진 천장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낮과 밤 두 가지 상황을 연출할 계획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 지점에서만 가능한 것. 총 3개 층에, 4000평이라는 널찍한 공간은 아이들이 현실을 벗어나 완전히 다른 역할에 몰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좀 더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나라에만 있는 직업도 몇 가지 추가 됐다. 홈 쇼핑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쇼 호스트와 기와집으로 이루어진 떡 공장 주인이 그것이다.

내년 초 개장을 앞두고 키자니아 최성금 대표는 1월경 다문화 가정이나 불우한 가정 등 소외된 계층의 자녀들을 초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상업 시설이지만 교육적으로 훌륭한 효과를 검증 받은 시설인 만큼 사회 공헌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는 것. 예약제로만 운영되니 일본 키자니아처럼 못 들어간 아이들이 문 앞에서 부모를 붙잡고 우는 상황을 연출하지 않으려면 미리 움직여야 한다.

일본 키자니아의 화재 진압 체험
[인터뷰]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열정은 다른 나라 부모들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그 열정은 딱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이다.

자녀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이제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손을 떼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때부터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자신이 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지식이 전무한 경우가 많다.

키자니아는 이들에게 좀 더 일찍 스스로의 적성과 재능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줄 수 있는 교육 기관이자 재미 있는 놀이 공간이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부모에게는 휴식과 보람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키자니아 내에 입점한 기업에게는 무수한 잠재 고객을, 이곳에서 일하는 슈퍼바이저들에게는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기쁨을 줄 것이다. 이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나라와 부모가 미처 해주지 못한 섬세하고 구체적인 가르침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MBC PalyBe 최성금 대표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