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로버섯·홍어·상추 등 이런 저런 이유로 19금 된 사연

두 개의 생식기로 열렬히 교미하는 홍어, 수퇘지의 성호르몬을 뿜어내는 트튀플, 잘려진 잎맥 사이로 정액을 뚝뚝 흘리는 상추. 이런 저런 연유로 19금 사연을 갖게 된 에로틱한 음식들에 관하여.

거대한 떡갈나무가 그늘을 이룬 이탈리아의 한 숲 속. 입 마개로 주둥이를 틀어 막힌 발정기의 암퇘지들이 컥컥거리며 땅을 파헤치고 있다. 갑자기 돼지 한 마리가 미친 듯이 땅으로 파고들어갈 기세를 보이자 사람들이 달려들어 돼지를 뜯어 말린다.

교미의 욕구가 턱 끝까지 차올라 헉헉거리는 암퇘지를 무자비하게 끌어내고 조심스럽게 흙을 헤쳐나가자 그곳에는 흙 덩어리인지, 돌 덩어리인지 구분이 안 갈 못생긴 식물이 고고한 자태로 자라 있다. 이것이 바로 kg 당 억 단위에 거래된다는, 식탁에 올려두면 그 향이 30리 밖까지 퍼져 나간다는, 그리고 최고의 천연 최음 효과를 자랑한다는 그 귀하고도 귀한 트뤼플, 송로버섯이다.

역사를 통해 검증된 천연 최음제들

희귀하고 비싼 음식에 과외 효과(?)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본전을 뽑고자 하는 인간의 당연한 심리다. 그러나 같은 3대 진미인 푸아그라나 캐비어는 놔두고 유독 트뤼플에만 잔뜩 기대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유럽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버섯류가 환각제로 쓰인 기록이 남아 있다.

균류는 숲 속 여기저기에 씨를 퍼뜨리기 위해서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만큼 강력한 향을 발산한다는 것이 그 근거인데, 김치가 울고 갈 정도로 향이 대단한 트뤼플이니 만큼 어떤 버섯 못지 않게 화끈한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당연하다.

게다가 실제로 트뤼플에 수퇘지에게서 분비되는 성 호르몬과 같은 종류의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은 거의 공공연한 민간요법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 페로몬이 인간에게도 같은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증명된 바가 없다. 그러나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 부인이 왕을 사로 잡기 위해 매번 음식에 넣은 것이 이 트뤼플이라고 하니 제법 검증된 속설이라고 하겠다.

퐁파두르 부인이 트뤼플과 함께 자주 이용한 재료는 바닐라. 지금도 한 꼬투리에 2500원~3000원으로 거래되는 바닐라는 반으로 갈라 씨를 긁어내면 겨우 새끼 손톱만한 양을 얻을 수 있는 비싼 재료다. 수확 후 발효 건조 시키면 특유의 향을 뿜어내는데 트뤼플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아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향과도 사뭇 다른 이 진한 향기 때문인지 프랑스는 물론이고 영국 빅토리아 왕조 시대에도 바닐라는 항상 첫째가는 미약으로 손꼽혔다.

미약을 몸 보신이라는 의미에서 받아 들인다면 비슷한 음식은 많겠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더 노골적인 최음 효과였다. 여기에는 바닐라의 어원도 한 몫을 한다. 스페인어로 꼬투리를 뜻하는 vaina는 더 거슬러 올라가면 라틴어인 vagina에 도달하니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끈적한 분위기가 너무 많이 풍긴다.

에로틱한 이미지는 종종 생소함에서 탄생하기도 한다. 동양에 대해 피상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는 서양 남자가 동양 여자 하면 대뜸 <천일야화> 세헤라자데의 잘록한 허리를 떠올리는 것처럼,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건너 온 수많은 식재료들도 초기에는 다 한 번씩 의심의 눈길을 받았다.

토마토와 감자는 지금은 발끝에 채일 정도로 흔한 수더분한 이미지의 채소들이지만 유럽으로 건너간 초기에는 그 빨갛고 누리끼리한 외관을 수상쩍게 여긴 사람들로 인해 온갖 누명을 뒤집어 썼다. 감자 덕분에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서 벗어난 아일랜드인들은 그로 인해 (당연하게도) 인구가 증가하자 감자의 최음 효과를 진지하게 의심했다.

영국에서는 감자를 두고 '자양강장에 도움을 주지만 과도한 욕망을 유발한다'고 평했고 한 문학 작품에서는 신혼 부부에게 아티초크나 게, 감자를 필요 이상으로 권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기도 했다. 토마토는 거의 마녀 사냥에 몰릴 지경에 처했다. 청교도 혁명이 끝난 후 올리버 크롬웰이 이끄는 공화당 정부에 의해 독이 들었다는 모함을 받은 것.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토마토의 미약 효과가 사람들의 도덕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두려워한 정부에서 퍼뜨린 악성 루머였다고.

바다의 음탕한 물고기, 홍어

이에 반해 의심 받을 만한 행실(?)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바다에 있다 보면 온갖 신기하고 진귀한 것들을 보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다 생물들이 눈 앞에서 펼쳐 보이는 라이브 섹스 쇼다. 홍어의 괴이한 생식 장면을 본 사람들은 그에게 바다의 음탕한 물고기라는 의미의 해음어(海淫魚)라는 별명을 붙였다.

홍어는 체외 수정을 하는 다른 물고기들과 달리 체내 수정을 하는데, 두 개나 되는 생식기에는 가시가 달려 있어 교미 시 빠지지 않게 암컷의 몸에 가시를 꽉 박고 교미를 한다. 게다가 꼬리 지느러미처럼 밖으로 돌출해 있는 생식기는 몸 길이의 1/3에 이를 정도로 커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색광이 따로 없다. 조선시대 정약전이 흑산도 근처에 있는 수산물의 생태를 기록한 <자산어보>를 보면 이들이 수많은 바다 사람들 앞에서 열정적인 정사 장면을 공개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암컷이 낚시 바늘을 물었을 때 수컷이 여기에 붙어서 교미를 하다 낚싯대를 끌어 올리면 나란히 따라 올라오는데, 암컷은 미끼 때문에 죽고 수컷은 간음 때문에 죽는다. 그러니 이는 음을 탐하는 자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한의학에서는 홍어를 소변이 혼탁하거나 소변을 볼 때 음경이 아픈 남자의 치료에 쓴다고 하니 이러나 저러나 야한 물고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 속담 중 '고추밭에 상추 심는 년'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엉뚱한 곳에서 삽질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색을 밝히는 음란한 여자를 욕할 때 쓰는 말이다. 사연인즉슨 상추의 잎을 따면 줄기에서 하얀 액체가 흘러나오는데 이것이 꼭 정액과 흡사해 사람들의 마음에 근거 없는 믿음을 심어준 것이다. 그렇잖아도 정력에 좋은 상추를 남근을 상징하는 고추밭 사이에 심으면 '슈퍼초울트라' 정력제가 탄생할 것이라는 어린애 같은 발상도 여기에서 나왔다.

동양에서 정액으로 생각한 상추의 액즙을 서양에서는 젖으로 보았다. 상추를 뜻하는 영단어 lettuce의 어원은 lactuca로 lac은 라틴어로 젖을 의미한다. 젖 같기도 하고 정액 같기도 한 이 우유빛 액즙의 역할은 사실 진통과 최면이다.

가끔 최면 효과가 과할 때도 있었는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상추에 아편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명나라 의학자 이시진 역시 <본초강목>에서 "상추는 젖이 안 나올 때, 소변 보기가 편치 않을 때, 또 음낭종에 효과가 있다"고 한 것을 보니 역시 고대 이집트의 풍요와 성(性)의 신에게 진상될 정도로 섹시한 채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참고서적: 음식잡학사전, 윤덕노, 북로드/ 진짜 세계사 음식이 만든 역사, 21세기 연구회, 베스트홈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