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아무리 사랑하여 결혼한 부부라도 바쁜 일상에 쫓기어 살다 보면 피차 상대에 대한 설렘이나 신선함이 줄어들게 되기 마련이다.

결혼한 지 몇 년 된 사람들은 함께 사는 동안 바람을 피우거나 큰 실수 없이 지내왔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되묻기도 하고, 또 더러는 마음은 있지만 성격적으로 표현이 서투르거나 바쁘다 보니 그럴 틈이 없었다고 변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가정을 유지하기에는 잘못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언제 어떤 계기로 부부간의 위기가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비록 연애기간이나 신혼기의 모습과는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부부 모두 애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불의의 사건을 예방하고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애정은 상대의 행복과 발전에 대한 관심과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말한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상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포함한다.

때문에 애정 표현은 그 방법보다 그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배우자를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면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만약 적절하지 않더라도 크게 잘못 되지만 않으면 상대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왕이면 상황에 적절한 방법이 더 좋은 것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나 가족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등을 반드시 기념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남편은 아내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냥 마음 속에만 품지 말고 자주 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말로 표현하는 것 외에도 때로는 편지나 이메일을 통해서 격려를 하고 함께 쇼핑을 가서는 상대에게 어울리는 옷이나 물건을 골라주는 것이 좋다. 광고에서 보듯 특별한 이벤트를 벌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또 평소에 아내의 수고에 대해 감사하고 칭찬을 하는 것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더러 부족함이나 잘못이 있더라도 칭찬을 받은 아내는 더 분발하게 된다. 칭찬은 직접 하는 것이 좋지만 때로는 남들 앞에서나 본인이 없는 곳에서 칭찬을 하는 것이 더 큰 감동을 준다.

많은 남편들이 애정의 표현으로 성행위만을 생각하는데, 아내들은 남편의 포옹이나 손을 잡아주는 것, 귀가 전화를 해주는 것, 집안 일 도와주는 것, 자녀와 함께 놀아주거나 공부를 보아주는 것 등에서 깊은 남편의 사랑을 느낀다.

배우자의 부모나 형제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상당히 중요하다. 설령 그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직접 비난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점은 남편에게도 마찬가지다. 부인들은 시부모나 시댁 가족의 잘못을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지만, 사실 대개의 남편들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반면 남편은 아내가 잠자리에서 호응하는 것, 정성스럽게 음식이나 옷을 준비해주는 것, 월급에 감사하는 것과 남편의 용돈에 인색하지 않는 것 등에서 자신이 존중을 받는다고 느낀다.

여성들은 미처 모르지만, 대개의 남편들은 아내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으며 아내의 잔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아내가 알면서도 일일이 따져 들지 않고 너그럽게 넘어가주면 자신이 결혼을 잘했다고 느낀다.

이런 것들은 일반적인 것으로 실제는 다를 수 있으므로 자신과 사는 배우자에게 어떤 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를 자주 묻고 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또 좋아하는 것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관심을 계속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 내용보다는 함께 이야기하고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 자체가 더 큰 위로와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부부간의 이런 애정 표현은 특별한 방법이라기보다는 함께 살기 위한 기본조건에 가깝다. 사실 대부분의 부부들은 이런 노력들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가정에서 안식을 누릴 수 있다.



박수룡 편한마음 정신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