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농촌진흥청장LED 이요한 농작, 바이오 디젤, 수직농장 등 연구 개발 박차

아직까지 녹색기술이 도시와 농촌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 녹색기술은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수준이며,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녹색성장을 위해 어떤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전망은 어떤지 등을 김재수 농촌진흥청장에게 들어본다.

도심 농장 등 친환경 라이프에 한발 더 성큼

김 청장은 2006년 <한국음식 세계인의 식탁으로>라는 책을 발간해 한식의 세계화를 통한 국내 식품산업의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등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이끄는 녹색기술 연구와 개발 그리고 녹색성장의 미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천적이나 미생물을 이용해 화학농약을 쓰지 않거나 적게 쓰며 농사를 짓는 유기농법에 대한 연구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비롯해 환경과 생태까지 고려한 성장이 가능 하려면 반드시 녹색기술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앞서 소개한 LED 광원을 이용한 농작은 전기에너지와 함께 이산화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는 이처럼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동시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는 신기술 개발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LED를 적용할 수 있는 작물을 확대하고, 시설작물의 생산성과 품질을 더욱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화학비료 대신 병해충 방제를 위해 다양한 미생물과 천적 발굴이 한창이다.

그는 "현재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식물은 2% 밖에 안 되며, 곤충도 잘 모르거나 유해하다고 치부해 버려 사용하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며 "자연자원을 더 연구해 사용가치를 이끌어내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천연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잡곡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 화장품과 신기능 천연 옷감이나 염료 등의 가공품도 더욱 줄을 잇게 될 전망이다.

누에로 만든 인공뼈 개발도 곧 시작된다. 그는 "누에는 가장 인체친화적인 생물자원"이라며 기존의 인공뼈가 가졌던 부작용 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낸다.

가축의 분뇨를 이용한 바이오 디젤도 만들고 있다. 바이오 연료는 공해를 감소시켜 환경개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심의 빌딩 숲에서도 자연을 감상하고 농작물을 재배해 먹을 수 있는 수직농장 기술에도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국내에서 수직농장 연구가 시작된 건 3년 전. 첨단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수직농장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김 청장은 그러나 빌딩에서 농작물을 재배해 먹는 것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허황되거나 아주 먼 훗날의 꿈만은 아닐 거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수직농장 개념을 처음 주장한 미국 컬럼비아대학 딕슨 데포미에 교수를 초청해 조언을 듣기도 했다.

"소, 돼지 등 네 발 달린 동물을 제외한 모든 동식물의 사육이 빌딩 안에서 가능한 날이 올 겁니다. 1층에는 토마토, 2층에는 상추, 3층에는 닭을 사육하고….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 농장화한 30층 빌딩은 인구 5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수직농장은 식량위기를 해결하고, 도시민들에게 로컬푸드를 제공해 식품의 안전성에도 기여하며, 도시의 공기정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빌딩 속 수직농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도심의 환경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녹색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다.

농촌진흥청은 2008년 도심 건물의 옥상텃밭용 용기를 개발했다. 이제 그 기술을 실용화하는 노력을 기울여 도시농업을 활성화시키고, 환경개선에 앞장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2의 녹색혁명을 꿈꾼다

김 청장은 또 제2의 녹색혁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과거의 녹색혁명으로 쌀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해 기아를 해결해 주었다면, 제2의 녹색혁명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제 농업기술은 농산물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 주력하지 않아요. 벼만 해도 기능성 벼 개발에 앞장서고 있지요.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그런 쌀을 개발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지 않나 합니다."

물론 인체유해성을 줄인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이나 환경에 이로운 연료개발 등도 제2의 녹색혁명에 속한다.

그는 유전자변형(GM) 농산물에 대한 의지도 굽히지 않는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안전성을 검증받아 판매할 수 있는 유전자변형 식품이 없습니다. 인체 유해성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해야하지만 연구 자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저의 소신입니다. 유전자변형 농작은 가뭄이나 새로운 해충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중요 수단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녹색혁명, 녹색성장에서 빠질 수 없는 연구입니다."

시골은 미래의 희망이다

김 청장은 농촌을 보존하고, 전통 테마마을을 지원하는 등 농촌경제의 활력화에 대한 구상도 갖고 있다. 녹색성장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농촌을 좌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믿음이다.

"농촌에서 먹고 살 수 있어야 농촌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고, 그래야 농촌을 지킬 수 있지요. 다양한 산업과 융합해 농업이 발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계속해야 합니다. 귀농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좋은 신호라고 봅니다. 얼마 전에도 서울에서 귀농 설명회를 가졌는데, 의사, 변호사, 대기업 임원 등이 대거 참석했어요.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고, 농촌으로 내려가 살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이들이 농촌에 잘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할 겁니다."

그는 "농촌은 녹색성장의 미래"라며 아이티 지진사태를 언급했다.

"아이티에서 지진으로 도시는 아비규환이 되었는데, 농촌은 다를 거라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녹색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최고의 자산입니다. 농촌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농, 부농 양성에 힘써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