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457kcal, 잡채 168kcal 등 먹으면 하루 섭취 열량 훌쩍 넘어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올린다. 그리고는 식탁 앞에 둘러앉아 정성껏 준비한 세찬(歲饌·설에 세배하러 온 사람들을 대접하는 음식)을 기다린다.

먼저, 식사로 떡국과 갈비찜(혹은 갈비구이), 잡채, 녹두부침, 대구전과 편육을 먹는다.

세주(歲酒·설에 마시는 술)도 곁들인다. 세주로는 보통 청주를 마시지만 요즘에는 기호에 따라 와인이나 맥주, 막걸리 등을 마시는 가정이 많다. 후식으로 식혜나 수정과, 떡과 과일을 먹는다.

설날 한끼 음식, 평소 하루 열량 섭취보다 높다

설에 간만에 가족친지와 한번 포만감을 느끼며 먹는 게 무슨 대수랴 싶지만 한편으론 너무 과하게 먹은 건 아닌지 마음이 쓰인다. 설날 한 끼에 먹은 음식의 열량을 한번 알아볼까? (사진 참조)

평소보다 신체활동량은 적은데 고열량·고지방식이 문제

성인 남성의 하루 적정 섭취 열량은 2000kcal, 여성은 1700kcal다. 그런데 떡국 한 그릇(457kcal) 혹은 떡만두국 한 그릇(495kcal)은 보통 밥 한 공기(300kcal)보다 150kcal 이상 열량이 높다.

여기에 잡채 한 접시의 열량은 1200kcal에 이르고, 술 서너 잔은 밥 한 공기 열량과 맞먹는다. 부침과 전, 떡과 과일, 식혜 등의 열량을 따져보면 설날 한끼 식사가 하루 열량을 훌쩍 넘기 일쑤다. 보통 하루에 섭취한 칼로리 양을 다 소비시키려면 2시간 이상의 운동을 해야 하지만, 명절엔 평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동량이 줄어들기 쉬워 비만이 우려된다.

게다가 명절음식은 기름에 굽거나 볶는 조리법이 많고, 갈비 등 고단백·고지방 음식이 많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성인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명절 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쉽다.

먹는 양 줄이고, 조리법 개선

아무리 열량이 높다고 해도, 설날 음식의 종류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먹는 양을 줄이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박영미 영양사는 하루 2000칼로리가 적정 열량인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한끼 식단을 제시했다. 떡국 한 그릇과 갈비찜 한 점, 동태 전 하나, 나물 조금, 과일 한 두 쪽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조리법을 바꿔 열량을 줄이는 것도 설날 건강을 지키는 한 방편이다. 조리 시 기름을 적게 사용하려면, 나물을 볶을 때는 미리 양념을 해 간이 잘 밴 상태에서 기름대신 달구어진 팬에 약간의 물을 이용하여 조리한다.

또 열량이 적은 야채를 충분히 이용한다. 잡채의 경우, 당면 대신 곤약 당면이나 파래당면 등 열량을 줄일 수 있는 대체 재료를 사용하거나 당면을 줄이고 숙주나 버섯, 야채 등을 많이 이용하는 것이 좋다.

고기는 볶는 것보다는 삶아서 편육으로 사용하고, 튀김 옷은 가능한 한 얇게 입혀 조리한다. 만두를 빚을 때 만두 속 고기의 양을 줄이고, 두부, 양파, 부추 등 부재료를 충분하게 이용한다. 고기를 이용한 국물은 끓인 다음 식혀 기름기를 제거하고 끓이거나 사골국물 대신 멸치 다시마 국물을 내어 끓이는 것이 열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박 영양사는 그러나 조리법만 바꾸면 과식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금물이라며, 적정량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신진대사를 촉진하면 지방을 태워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식사를 할 때 채소류나 해조류로 배를 채운 뒤 육류나 부침 등을 먹으면 섭취 칼로리를 낮출 수 있다.

자료제공: 대한영양사협회/도움말: 분당서울대병원 박영미 영양사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