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량의 와인 뇌혈관 확장시켜 기억력 감퇴·치매 예방에 도움

과도한 음주가 뇌세포를 파괴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연 와인이라고 다를까? '적당한 양의 와인이 심장에는 효과적'이라고 인증받은 터라 던져보는 의문이다.

치매 치료의 권위자가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LG상사 트윈와인이 그동안 발표된 학계 논문 및 자료들을 통해 분야별 저명한 의사들을 초대해 진행하고 있는 '건강 프로젝트' 자리를 통해서다.

"역시 적당한 양의 와인은 좁아진 뇌혈관을 확장시켜줘 기억력 감퇴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마시게 되면 반대로 뇌 건강에 치명적이 될 수 있죠." 국내 의학계에서 치매 치료 전문가로 통하고 있는 건국대 한설희 교수(의학전문대학원 원장)는 "어느 질환이든 역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용이 최선"이라고 해답을 제시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8만~40만 명으로 추산되는 치매 환자가 있다. 이 가운데 한 번이라도 병원이나 치매 상담소를 방문했던 이가 3분의 1이고 꾸준히 치료를 받는 사람은 그 중 3분의 1에 불과하다. 전체 치매 환자의 10~15%만이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 셈.

굳이 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이를 먹으면 치매와 뇌졸중 등을 걱정하게 된다. 어떤 이는 90대에도 이전같이 여전히 활기차게 생활하는가 하면 다른 이는 60세에 이르기도 전에 타인의 도움 없이는 외출도 못할 정도로 기억과 방향 감각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나이 40세를 넘어서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죠. 얼굴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치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퇴행을 최대한 미루는 것은 모두 개인의 책임이죠." 한 교수는 "당뇨 등도 치매를 촉진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니 미리부터 검사하고 조심하는 생활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교수가 지적하는 치매의 1차 진단 근거는 기억력 소실. 그렇다고 모든 기억력 소실을 의미하진 않는다. 치매 환자의 경우 옛날 일은 잘 기억하면서도 최근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병원 문을 열고 들어 오는 환자에게 먼저 '무엇을 타고 오셨냐?'고 묻습니다. 치매 기운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교통편을 기억 못하고 옆의 가족에게 '뭐 타고 왔지?'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환자가 고개를 돌리며 묻곤 하는데 이를 의학 용어로 '헤드 터닝 사인(Head turning Sign)이라고 한다.

보통 치매 환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는 최근 기억들이 해당된다. 그때그때 새롭게 일어나고 인지하는 활동은 뇌의 해마 부위가 담당하는데 이 부분이 손상되는 이유 때문이다. "치매 환자에게 옛날 기억은 물어 봐도 소용없습니다. 오래 전 일은 다들 기억을 잘 하시거든요."

한 교수가 환자들에게 또 자주 물어 보는 질문은 "식사는 어떻게 하셨습니까?'이다. 그냥 밥이나 국을 먹었냐는 질문이라기 보다는 "어떤 메뉴의 국을 먹었냐"고 확인하는 절차인 것. 치매 증상이 있다면 좀 전에 식사한 메뉴를 잊어 버리기 일쑤이다.

와인 등 술을 마시고 난 후 과격한 행동이나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한 한 교수의 분석은 의외이다. 술을 마시고 흥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술은 흥분제가 아닌 억제제라는 설명.

"개인에게 본성이 있고 이것은 교양, 체면, 사회적 규약 등으로 제약을 받게 됩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전두엽이죠. 하지만 술은 이런 억제 기능을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 즉 흥분시키는 것이 아니라 억제의 기능을 억제하니 흥분 상태로 보이는 것 뿐이죠."

때문에 한 교수는 "술 마시고 속에 있는 말 다 하는 것이 실제 개인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한다. 평상시 갖고 있는 생각이나 본성이 술을 마시고 드러나는 것이 정확하다는 해석. 한국 사람들이 술 마시고 실수하는 것에 관대한 풍토에 대해서도 그는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 "술 마시고 실수한 사람들은 꼭 수첩에 이름을 올립니다." (웃음)

치매 증상이 발견된다면 완치가 될까? 한 교수는 "치매는 완치가 안 된다"고 단언한다. 간의 경우 환부를 잘라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자라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다른 장기들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뇌의 경우는 한번 상처 받으면 절대 재생되지 않는다. "뇌는 다치고 나면 결코 새 살이 돋지 않습니다."

자전거나 모터사이클을 탈 때 헬멧을 쓰지 않는 것에 한 교수는 큰 우려를 표시한다. 사고를 당하거나 혹은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치게 되면 결국 뇌에 상처를 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럽에 가면 신사복에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광경을 자주 봅니다. 우리는 그걸 보고 우습다고 웃죠. 하지만 정작 웃을 사람은 우리가 아닌 그들입니다. 헬멧도 안 쓰고 달리는 것이 훨씬 위험한 일이니까요."

때문에 한 교수는 평상시 생활에서부터 머리를 조심할 것을 권고한다. 심지어는 머리에 꿀밤을 주거나 살짝이라도 때리는 것조차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옛날 어르신들이 두뇌가 나빠진다고 머리를 쥐어 박지 마라고 하신 말씀이 맞다는 것. 일단 의식을 잃는 등의 상처가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치매가 올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한 교수는 '보기 드문' 와인 애호가다. 집에 놓아둔 와인 셀러는 항상 가득 차 있고 휴가 때면 미국 유럽 등 해외 유명 와이너리들을 빼놓지 않고 다녀볼 정도. "와인을 알게 되니 전에 양주 등 다른 술을 마셨을 때보다 돈이 한 5배는 더 드는 것 같아요."

한 교수의 예전 취미는 오디오. 커다란 스피커 소리에 반해 선배나 친구 집에 가도 좋은 오디오라면 뺏어오곤 했다. "오디오는 기기라도 남는데 와인은 마셔 버리면 병 말고는 그만이니…"

와인과 일반 술에 대한 한 교수의 지적은 날카롭다. "술 좋아하는 애주가들은 와인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와인은 맛보고 즐기는 것인데 음주가들은 술을 마신다기보다는 그냥 '원샷'하면서 들이켜 버리거든요." 한 교수는 "와인은 또 대화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술과 성격이 다르다"고 덧붙인다. 주변의 통계를 더듬어 보면 일견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 교수는 "공부하고 생각하는 것이 우선 정답"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이들 간에 최고 100배의 치매 발생률을 보인다는 통계가 발표돼 있다.

정기적인 운동 또한 뇌 건강에는 효과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신경 세포에 퇴행이 일어나기 쉬운데 정기적 운동은 이를 최대한 예방해 주기 때문. 한설희 박사는 더불어 치매에 좋은 음식으로 해삼, 전복, 방어, 고등어, 대합, 제철을 맞은 싱싱한 등푸른 생선 등을 추천했다. 당근 또한 치매 예방에 최고라는데 그가 권하는 이유는 딱딱한 질감을 씹어줘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식객의 작가 허영만 화백이 '만화를 그리기 때문에 손을 많이 쓰는 것도 두뇌 건강에 좋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한 교수는 예리한 답변을 내놓았다. "허 화백은 손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머리를 쓰는 것이죠." 사실 예술가가 손으로 하는 일은 결국 머리 속에서 생각한 것을 옮겨 그려내는 작업에 불과하다.

"같이 태어난 버드나무라도 이파리 수가 다 다르죠. 어떤 나무는 풍성하고, 다른 것은 앙상하고… 치매가 온다 치더라도 많은 것을 배우고 알고 있는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는 큰 차이가 납니다." 한 교수는 "그래서 누구든 어려서부터 많이 배워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탈리아 와인> 출간

와인이 하나의 문화적 충격으로 국내에 받아들여진 지 10여 년. 그 동안 프랑스 와인에 관한 책자는 시중에 많이 소개됐다. 그러나 이탈리아 와인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된 책자가 나오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탈리아 원어를 해독할 줄 아는 집필자가 드물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또 이탈리아 전역에서 와인이 생산되고 있어 전 지역에 현장 답사를 가서 자료를 정리한다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비용의 문제가 워낙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아담한 이탈리아 와인 개설서가 한 권 출간됐다. 보르도와인아카데미의 원장직을 맡고 있는 최훈 박사가 집필한 지 2년여 만에 <이탈리아 와인> 단행본을 완성했다.

책은 전문 4부, 392쪽으로 비교적 분량이 많아 보인다. 이탈리아 와인에 관한 개설서로서 이 나라 와인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책을 꾸미는 데 현장감을 앞세우고 사실에 매우 충실한 면을 보인다는 평이다.

책은 와인의 환경으로서 이탈리아의 국세와 역사, 와인의 특질과 환경, 이에 더해 이탈리아 반도 전역의 와인 산지(20개 지역)에 대해 인문, 자연, 입지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나라 특유의 토착 포도 품종에 대해서도 소상한 자료로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

특이한 사항은 책을 한결 윤택하게 하기 위해 60년대부터 등장한 세계적 슈퍼 투스칸의 이야기, 역사와 얽힌 와인의 이야기, 예를 들면 삐에몬떼 지방에서 나는 브라께또 와인과 클레오파트라의 사랑, 카사노바와 무라노 섬의 이야기, 또스카나 메디치가의 끼안띠 와인에 대한 열정과 포도품종의 보호정책 등에 관해 사실에 입각해 정리하고 있다.

더불어 이탈리아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와인들, 즉 레치오또, 아마로네, 그라빠 등에 관한 설명도 담고 있다. 빠뜨릴 수 없는 이야기로 이탈리아의 와인과 음식의 매칭, 건강과 지중해 식단, 치즈의 세계 등에 관해서도 폭넓게 다뤘다. 아울러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와인 생산자들의 팩트 파인드도 곁들이고 있다. 이 책자는 필자가 심혈을 기울이는 와인 총서(叢書) 전 12권의 시리즈 가운데 5번째의 작품에 해당된다. 정가 2만원, 출판사 IRE



박원식기자 parky@hk.co.kr